산타클로스가 오는 날

산타를 믿으시나요?

by 모닥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아이는 몇 달 전부터 산타클로스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데, 도통 말은 해주지 않는다.

대신 생각날 때마다 질문을 던진다.

산타클로스는 정말 존재하는지, 어떻게 우리 집까지 오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한 명인지 두 명인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몇 번은 외갓집에서 산타를 맞이했는데, 그때는 또 어떻게 자기가 거기 있는 걸 알고 찾아왔는지...

질문은 꽤 구체적이고, 의심은 제법 그럴듯하다.


이번에는 산타 할아버지를 꼭 봐야겠다며 다짐한다.

기다렸다가 보겠다는 둥, 밤에 화장실을 다녀오다 보면 마주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둥, 나름의 계획도 세운다.

어떻게 해서든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모양이다.

그중에서도 산타 할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만큼은 유난히 철저하게 비밀에 부친다.

엄마 아빠가 절대 보지 못하도록 숨어서 편지를 쓰고, 꼭꼭 접어 감춘 뒤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아마도 선물의 정체를 우리가 모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야 산타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

의심은 커졌지만, 내심 진짜이길 바라는 눈치다.

긴가민가한 마음으로 나름의 계획을 세워 확인해 보려는 모습이 참 귀엽다.


크리스마스이브,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어른이면 커피랑 초콜릿 먹고 밤을 새워서, 산타할아버지를 꼭 보고 싶어.”

어떻게 해서든 직접 확인하고 싶은 그 말에 웃음이 난다.

“깨어 있으면 산타할아버지는 못 와.” (엄마, 아빠니까)


선물을 포장하다 문득, 산타 놀이도 올해가 마지막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아침 아이가 좋아할 모습을 떠올리며 설레다가도, 아이가 부모와 함께해 주는 시간은 열 살 까지라던 말이 떠오른다.

아쉽다. 이 순간이 정말 짧다.

이렇게 하루를 기다리는 일이 또 있을까.
내일 아침, 기뻐할 아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괜히 웃음 짓는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크리스마스는 소소한 파티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어른이 되었지만 나에게도 여전히 설레는 날이다. 산타를 기다리던 그 기대감, 어쩌면 희망 같은 마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믿는 사람에게는 온다는 산타. 마음속에 남아 있다는 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여러분은, 산타를 믿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