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의 글귀

어린아이의 세상

by 모닥

어느 독립 서점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곳에는 방문자 리뷰를 남길 수 있는 코너가 있었다.


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아홉 살의 아이는 펜을 잡았다.

꽤 오랜 시간을 고민한다.

"뭐라고 쓰지?"

엄마인 내게 물어보며, 답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나는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기를 바라며,

그 시간을 묵묵히 기다려 주기로 했다.


리뷰 코너에는 많은 사람들이 책 속의 글귀를 적어 두었길래,

"책에서 기억나는 문장을 써도 돼."

그 정도의 힌트만 남긴 채, 나는 애써 모른 척하며 서점을 둘러보았다.


잠시 후, 아이의 고민이 끝난 듯 보였다.


"사람은 오래 사는 동물이다. 그만큼 더 지혜로운 일을 해야 한다."
- 뚜뚜군 -

아이가 써 내려간 문구는 놀랍고, 또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 세상에 대한 책임 같은 것이 내려앉았다.

아이는 <푸른 사자 와니니>에서 나오는 사람은 많은 동물들보다 오래 산다는 문장을 떠올렸다 한다.


아홉 살 아이의 문장에서 세상에 대한 태도가 느껴졌다.

자신이 살아갈 세상을 지혜롭고, 의미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처럼 말이다.

그 어린 나이에 이런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의 사유는 더 근원적다.

어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듯,

아이 또한 저마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어쩌면 어른들이 어른의 삶을 살아내느라 잊어버린

기본적인 가치를 아이들은 더 가까이 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어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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