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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하 Aug 06. 2019

잘 쓰는 글이란 뭘까

#포르투갈 포르투


 아직도 잘 쓰는 글이란 무엇인지 모르겠다. 

 종종 브런치를 돌아다니다 내 마음에 쏙 드는 글을 읽을 때가 있는데 막상 작가 프로필에 들어가 보면 구독자 수가 적은 걸 발견하곤 한다. 순간 멈칫한다. 반면 스테디셀러에 오른 책은 종종 글이 어려워 한 장 읽다 덮게 되고, 소셜 미디어에서 핫한 누군가의 베스트셀러를 읽을 때면 여타의 다른 글과 다를 바 없는데 왜 이렇게 베스트셀러인가 문득 궁금해진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한다. 아, 내가 아직 글 눈이 없나?   

 

 영화를 볼 때도 그랬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아니 이게 무슨 병맛 영화야?라고 생각했는데 예술적으로 높은 평점을 받은 걸 보고 ‘아, 내 영화 눈이 낮은가 보다’ 생각한다던가 하는 그런 사소한 일상의 부분들. 



 

한 번은 유튜브 영상을 보는데 친구가 말했다. 

너는 댓글을 꼭 읽는구나?” 


 생각해보니 영상을 하나 볼 때면 나는 꼭 댓글을 확인했다. 인터넷 기사를 읽을 때도 베스트 댓글을 읽었다. 무언가를 볼 때면 다른 이들의 생각이 궁금했고 대다수가 좋아하는 댓글이 옳은 생각이라 여겼다. 그렇게 스스로의 생각보다는 많은 이들이 좋아요를 누른 댓글을 보면서 스스로의 잣대를 변경했다. 


 이 모든 판단은 항상 내가 아닌 다른 이의 판단을 기준으로 하는 데서 시작됐다. 글 자체로 글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평가가 기반이 돼서 글을 판단하게 된다는 심각한 오류. 


  

내 글에 대해서도 나는 여전했다. 몇 번의 수정을 거쳐 마무리한 만족스럽던 글이더라도, 막상 조회수가 낮거나 혹은 조회수는 높은데 구독자가 그대로일 때면 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른 이의 글을 읽을 때처럼, 유튜브 영상을 볼 때처럼, 인터넷 기사를 읽을 때처럼 타인의 반응으로 내 글을 판단하게 됐다.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나는 내 글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행을 하다 만나는 많은 이들은 가장 좋았던 나라가 어디냐고 종종 묻곤 했다. 나는 좀처럼 그 대답이 나오지 않지만 함께 여행하는 친구의 대답은 일관됐다. 포르투갈. 그중에서도 항구 도시 ‘포르투’가 그의 대답이었다. 풍경도 풍경이지만 그가 포르투를 사랑하는 이유의 8할은 독하면서도 달달한 맛을 품은 포르투 와인 덕이었다. 굳이 와인 상점에 가지 않아도 집 근처 마트에서 6,000원에 구입할 수 있던 포르투 와인은 언제나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결국 그에게 있어 가장 좋았던 나라가 포르투갈이 될 수 있었다. 


 그가 마셨던 포르투 와인은 유서 깊은 와인도 아니었을뿐더러 20년 산, 30년 산, 빈티지 와인처럼 오랜 시간의 맛이 베인 걸작도 아니었다. 신분증만 있으면 누구나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6,000원짜리 와인이었다. 와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지닌 이들 혹은 고급 와인만 상대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행복은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한치의 고민 없이 포르투를 사랑하고 포르투의 와인을 사랑했다. 



여전히 잘 쓰는 글이 어떤 글인지 나는 모른다. 내 글이 잘 쓰였는지 역시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오늘도 글을 적는 이유는 내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훔친 6천 원짜리 와인이 되길 바라서다. 잘 쓰는 글보다는 좋은 글을 적는 사람이 되길, 누군가의 마음을 툭 건드릴 수 있는 글을 쓰길.

 

 어디선가 그런 글을 읽었다. 자신의 글은 부끄럽지만 계속해서 써내려 간다고. 안 할 바에 차라리 못하는 게 낫다고. 안 하는 것은 그저 같은 자리에 계속 머무는 거지만 못하는 걸 계속하다 보면 이전의 나보다 오늘의 나는 더욱 성장된 모습일 거라고.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나는 일단 적는다. 여전히 내 글은 부끄럽고 못나 보이지만 언젠가 누군가의 6천 원짜리 와인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한 자 한 자 적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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