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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Oct 30. 2022

극한직업 배달기사

3. 친해지길 바래

극한직업 배달기사

사무실로 출근도장을 찍고 대기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서로 인사는 하지만, 아직도 서먹하고 낯선 배달 사무실. 라이더들끼리 인사는 하지만, 친밀하지 않다. 꽤 오랫동안 일한 라이더끼리 가까워 보이지만, 이 직종이 개인사업자라서 봐도 안 봐도 그런 사이. 윗 상사도 없고 부하직원도 없는 1인 종사자다. 


대부분의 시간을 바깥 도로에서 보내기 때문에 친해질 틈이 없었다. 몇 달이 지나도 쉽게 터놓고 말할 라이더가 한 명도 없었다. 개인 성격 탓도 있지만, 일반적인 회사 동료란 개념이 타 직군보다 낮다. 


일반적으로 배달이 끝나고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센터에 가서 먹기에는 기름값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다. 그래서 사무실은 거의 가지 않는 날이 많았다. 그날은 대기실을 찾았다. 몇 명의 배달원은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20대부터 중년층까지 연령이 다양하다. 커피를 마시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나는 넌지시 배달 장비에 관해 물었다. 스마트폰 배터리 충전 때문에 상당히 애를 먹을 때였다. 나는 그들과 자연스럽게 대화에 동참했다. 이런저런 장비빨을 자랑 하면서 애로사항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 더 가까워졌다. 퇴근 시간에 우리는 배달사고로 남은 음식을 서로 나눠 먹으며 회식을 하게 되었다.


이야기꽃을 피우다 서로 배달 노하우를 공유하며 사연들을 하나둘 꺼내놓았다. 한 중년의 남자는 자영업을 하다 망해서 먹고살기 위해 왔다고 한다. 한 청년은 부모님이 이혼하고 집에서 쫓겨나서 하게 되었다. 


내 또래 청년은 돈 많이 벌어 고급 외제차를 타기 위해,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를 사기 위해, 그냥 오토바이 타는 게 좋아서, 나처럼 집안이 망해서 온 사람. 참 각양각색의 사연이 있었다.


우리는 즐거운 담소를 나누며 아픈 사연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 가슴 아픈 사연들을 덤덤하게 나누었나 싶다. 그때 우리는 '상처를 주는 자보다 상처를 받는 자가 더 좋다'라고 결론 내렸다. 낯설었던 사무실이 조금은 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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