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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editor Dec 31. 2020

책이 아무리 좋아도...특별했던 한 해


"책을 읽을 때 나의 유일한 관심사는...... 그저 이 몸으로 잘 사는 법이었습니다.

책이 아무리 좋아도 제 곁에 있는 사람의 슬픔이나 우울만큼 관심을 끌지는 않습니다"

- 정혜윤 작가의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중에서-



우연히 다시 집어 든 정혜윤 작가의 '삶을 바꾸는 책 읽기'가 흡족하다. 책도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읽는 내내 실감하며 밑줄을 그었던 책. 책 안에서 내 삶의 아주 특별했던 한 해를 정리하고, 또 다른 시작을 위해 계획을 세우는  그런 밑줄이었다.


둘째와의 첫 만남, 초등 입학, 코로나로 나의 일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주어진 삶을 좀 더 치열하고, 촘촘하게 살며 버텨야 했고, 내 곁에 사람들을 나보다 더 챙겨야 했던.


내 사람들 사이에서 듬성듬성 여유로웠던 시간들이 '살아냄', 때론 '버텨냄'으로 꽉 채워져버린 콱 찬 시간들이

좋다가도 우울했고, 호들갑스럽다가도 차분했다.


사실, 신기한건 그렇게 좋던 읽는 일도 내 곁에서 나를 바라보는 이들만큼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말라므레는 "육체는 슬프고, 아아! 나는 모든 책을 읽어 버렸네.''라고 했다지. 그렇게 치면 올 한해 내가 읽은 책의 양은 상당하다. 책 너머에 있는 삶을 다른 시각과 형태로 읽어내야 했던 '사는 독서'라고 해두자.


내년엔...

삶에 비하면 먼지 같은 독서라 할지라도 내년엔 좀 더 차분히 읽는 시간을 삶 짬짬이 마련해두고자 한다.

또 하나..

읽고 쓰는 일을 내 삶의 어떤 자리 가까이에 둘 계획도 세운다. '아이와 교환 독서 일기'.

이건 누구보다도 큰 충격을 받았을 아라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나만의 처방전이다.

그 상처를 뒤늦게 인지한 건 친구의 말 때문이다.

반항이 짙어진 아이의 이야기를 꺼내자 "코로나로, 입학으로, 동생 생긴 일로 받은 스트레스가 다르게 표출된 것일 수도 있다"라는 친구의 말.

 '혹시'나 하며 희미했던 어떤 마음이 선명하고 뚜렷해졌다.

나의 힘듦을 누구보다도 의젓한 아이에게 의지했던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

그 작은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외면한 채 나의 고단함 만을 주시했던 시간 말이다.

쌓이고 쌓인 시간 사이에 아이의 상처는 깊어진 거다.


친구와 대화를 나눈 지난밤. 쉽게 잠들지 못했다.

이러 저리 뒤척이다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았고, 결국 책을 펼쳤다.

책의 구절들을 한 글자 한 글자 또박 또박 써 내려가던 중 생각한다.

내 진심을, 책의 위로를 함께 쓰며 전해주기로.

한결 마음이 편하다. 사실 나 편해지려고 하는 일이다.


그리고... 연대

얼마 전 '독서모임'을 열자는 제안을 했다. 얼굴 본 적 없는 이들을 상대로 뭔가를 한다는 게 지금 상황에선 버거운 일이지만.

나 같은 이를 위해 낸 용기다. 거창한 책 읽기가 아닌 읽기를 핑계로 누군가와 따뜻한 한 마디를 주고받을 수 있는 그런 연대. 사실 기다려도 기다려도 쉽게 들리지 않던 그 따뜻한 한 마디가 눈물겹게 간절했던 나 그리고 우리를 위한 모임이다.

다행히 코로나로 온라인 모임이 일상적인 요즘, 시간과 장소에 대한 부담이 덜한 온라인이기에 가능한.

가장 절실한 때에 따뜻한 연대의 끈을 이어보기로 했다.


(지금, 편하게 읽고 나누는 온라인 독서모임 모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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