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 editor Jul 27. 2021

새벽 산책

내게 일이라 함은 걷고, 사물들을 보고, 귀 기울여 듣고, 작은 공책에 말들을 적는 것이다'라고

했던 메리 올리버처럼  오늘도 걷고, 보고, 듣고 적는 일상.



오늘의 여정.

이른 아침, 주섬주섬 챙겨 입고 운동화 끈을 조여 맨다.

현관문을 열자, 느닷없이 새벽의 공기가 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오랜만에 마주한 알싸한 새벽 공기가  나를 감싼다. 나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려는 듯.

포근했고 고요했다.


잠시, 들숨날숨이 오고 간다.

아등바등 소유하고 도달하려던 마음은 이내 느슨해진다.

새벽 산책길은 오롯이 나로서 존재하는 시간이다.

산들 불어오는 바람, 흘러가는 구름, 길가에 핀 야생초들을 감각할 수 있는.


터벅터벅 걸어가는 길이 마냥 좋다.

흐르듯 걷는다.

그러다 마주한 것들을 느끼고, 만끽하며.


이렇게 살자고 생각했다.

새벽에 마주한 불어오는 바람, 맑은 하늘에 흐르는 구름처럼 흐르는 대로.


이들이 내게 준 것들을 떠올렸다.

소유보다는 풍요롭게 존재하는 삶.

이것이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삶임을 비로소 깨닫는다.

흐르는 대로, 느끼는 대로


이것이 진짜 자유로움.


매거진의 이전글 버려진 냉장고에 대한 짧은 단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