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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editor Nov 22. 2023

동그라미 그리는 순간

그림에서나를찾다 - 힐마아프클린트

Hilma af Klint

#그림에세이#미술에세이

#그림에서나를찾다

#오늘은동그라미그림들

나지막한 집들이 오밀조밀 가득한 골목길안 카페. 애써 찾아와 저마다의 작업으로 분주한 월요일 일하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내가 있는 곳은 2층 공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자리. 시선 밖에서의 자유로움, 가장자리 위치에서 누리는 안락함 속에서 글을 썼다. 쓰다 말고 두 팔을 기지개 켜듯 펼쳤다. 동그란 품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 덩달아 두 팔이 그린 동그라미처럼 동그란 마음이 된다. 오늘 하루 힘겨운 싸움에 지친 그들을 다독이듯이.


주말에도, 연휴에도 난 매일 출근하는 사람이었다. 늘 조바심에 작은 쉼도 허락하지 않던 사람. 쉬지 못하는 사람이 멍하니 카페에 앉아 다이어리에 수없이 동그라미를 그려놓곤 했다. 뒤처질까봐, 형편없다는 평가를 받을까봐 안절부절하던 마음은 겹겹이 쌓인 동그라미 안으로 숨어들었다. 어떤 날은 쓰다만 원고 옆에 동그랗게 입을 모아 혼자말을 내뱉는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혁신의 속도는 나날이 빨라지고 있다.

"난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요."


신속하고 빠르게 대응해야만 혁신 물결에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뒤쳐진 새를 돌아보는 마음같은 건 어디 없나요?"


그러다 훌쩍 시간이 흐르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던 시간들. 카페 안. 오늘 내 앞에 펼쳐진 정신없이 고개숙여 일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때의 시간이 풍경처럼 내 앞에 펼쳐졌다.


오늘의 불안이 내일의 평온으로.

오늘의 무료가 내일의 반짝임으로.

오늘의 아픔이 내일의 회복으로 다시 돌아오듯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동그라미를 그려나가는 중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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