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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editor Nov 24. 2023

작은 기쁨의 순간

그림에서나를찾다-호아킨 소로야

Joaquin

#Joaquin Sorolla

#그림에서나를찾다

#가족을사랑한인상주의화가

#엄마의그림들oll




빛바랜 원고 뭉치를 들췄다. 파일마다 날짜가 적혀 있다. 10년 전, 7년 전에 쓴 원고다. 이 원고들은 클라이언트 고객들에게 매달 허겁지겁 배달되었다. 그런 원고들이 빼곡이 파일 안에 잠들어 있다. 그리고 잊어버린 채 묻어 두었다.


아이들이 태어났다. 아이들은 나의 대부분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쓴 날보다 쓰지 못한 날이 더 많았다. 거슬러 오를수록 원고량은 점점 줄어간다. 파일 안의 날짜들이 듬성듬성 이어진다.

그렇게 시간이 쌓였다. 삶은 순식간에 흘렀고 하루하루는 그렇게 가뭇없이 사라져버렸다.


사라져 갈수록 글의 단어들은 짧고 명징하다. 하고 싶은 말들이 단어 하나로 또렷이 정리되기도 한다. 흐릿하던 세계가 문장으로 선명해진다.

무엇 때문에 내일을 불안해했던가. 오늘이야말로 늘 해답이 되었다며. 지난 문장들 사이 이렇게 답을 숨겨놓고선.


산뜻하고 가볍고 단순함으로 차고 넘칠수록 조바심은 줄어든다. 더는 어수선해지지도 않고. 존재하는 것들과 뒤엉켜 더는 무얼 욕심내지도 않는다.

이런 가뿐함이라니. 행복이라기 보다는 기쁨에 가깝다. 이 작은 기쁨들이 삶을 깃털처럼 가볍게 존재케 하는 방식일지도.


오늘도 기쁨 하나 더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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