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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editor Dec 11. 2023

떠올리는 사람


윌리엄메릿체이스

#떠올리는 사람

#세상의모든다정함

#질문하는미술관


다시 작업실에 앉았다. 말이 작업실이지 카페 한모퉁이. 널찍한 창이 있는 이곳의 자리가 좋아 늘 앉던 자리에 마음을 둔 채 안심하며 일을 한다. 오늘의 창밖은 발그레한 색들이 가득하다. 단풍도 발그레한데 건물 벽면 광고들이 약속이나 한 듯 빨갛다.

창 왼쪽 건물 벽면 그래피티 광고에는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파란 벽돌, 노란 벽돌집 지붕 위 하얀 눈을 제외하고 그림 전체가 빨갛게 채워져 있다. 이토록 빨갛게 채워도 될까?  조목조목 따지고 보면 빨간 배경은 참 이상한 조합인데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얼핏 자연스러워진다.

‘그래,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떠올리니 비로소 깨닫는다.


떠올리는 사람. 그래. 그러고 보니 잘 떠올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싶다. 언제부터인가 조목조목 따져보면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 상황, 현실을 마주할 땐 어떤 단어들을 자주 떠올린다.

‘시’ ‘창문’ 나무‘ ’은유‘ ’바다‘ ’기억‘ ’빛‘

아무렇게, 어렴풋이 떠오르는 단어들을 나열하며 글로 잇고 나면 대체로 편안해지던 기억. 한결 자연스러워지는 시간의 흐름.


무언가를 떠올려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는 일처럼

내게 불안한 삶 가운데 저 멀리 창문 너머의 단어를 떠올리는 일이란? 이상한 것들이 남기고 간 단어. 글. 풍경. 그러니까 사실은 시간의 선물들.


이상하게 걸을 지라도 그 누구든 그 무엇이든

어렴풋이 무언가를 떠올리는 것으로 쓰다듬어야지.

이상한 영혼들조차 응원하는 세상의 모든 가만가만한 눈빛들을 자주 오래 떠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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