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도시퇴근하는 삶
늘 익숙한 걸 좋아하고 새로운 변화에 긴장과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는 나에게 최근에 큰 변화가 있었다. 40년 넘게 살아온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전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주중은 도시에서 지내고 매주 목요일 저녁 강화도 집으로 퇴근하는 삶을 살고 있다.
처음부터 계획을 가지고 진행 한 일은 아니었다. 지나고보니 어쩌다 이렇게 살게 되었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이동진 평론가의 말을 좋아하고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냥 닥친 일을 머리를 맞대고 부부가 고민하고 합심하여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이런 삶을 살게되었다는.
서울의 익숙하던 내 삶을 살던 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꿈에서도 지겹게 느껴지는 골목과 집은 오래되고 낡은 나의 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늘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았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땅을 알아보게 되었고 내 집을 짓게 되었다. 그즈음에 나는 집을 수리하고 고치는 꿈을 엄청나게 꿨다. 꿈에서 누군가 떠난 낡고 오래된 너른 집에 쌓인 짐이 엄청났다. 꿈에서 집 주인은 그 곳에 많은 짐을 그대로 남기고 떠났다. 그리고 나는 그 곳의 새 주인이 되어 열심히 버릴것과 지킬 것을 골라내어야 했다. 고치고 또 고치고 나의 터를 만들어가는 반복된 꿈이었다. 떠난 주인도 새로운 주인도 나인데, 낡고 오래된 나를 멀리 떠나보는게 조금 섭섭한 마음도 있었지만 설레고 즐거웠다.
한번도 도시 멀리 살아본 적이 없다. 가까운 친척도 시골에 살고 계신 분은 없다. 결혼을 하고 큰집 시골이 생겼다. 시댁 큰집 가는 시간이 기다려지는 아이러니를 경험했다. 한적한 마을, 오래된 집, 주변의 자연, 큰어머니가 챙겨주는 농산물과 된장고추장이 좋았다. 시골까진 아니더라도 자연과 조금 더 가까운 곳이면 좋겠다 생각했다.
전원 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지만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혼자있는 시간도 소중히 여기는 나에게 전원주택은 적당한 곳이었다. 주말이면 집에 콕 박혀서 집을 가꾸고, 흙을 뒤집는 일을 일년 넘게 했다. 나의 취향이 가득 담긴 공간에서의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있다. 집짓는 과정에 애정을 듬뿍 담아서 그런지 집이 곧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놀러온 지인들도 주인 꼭 닮은 집을 지었네라고 말해준다. 그냥 예쁘게 보기 좋은 것 보단 나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아침 잠 많고 늘어지기를 좋아했던 나는 6시만 되면 눈을 떠 한시간 정도 주변을 걷는다. 더운 여름이 무척이나 싫었는데 식물들의 성장을 목격하며 생동감있는 여름이 기다려진다. 일에 지쳐 소진될 때가 많지만 주말을 집에서 내내 충전하며 금방 회복되는 느낌이다. 도시에서 쉼은 일과 거리두기가 잘 되지 않을 때가 많았는데 자연과 가까이 있으니 더 멀찌감치 떨어질 수 있었다. 매주 도시 퇴근하는 설레임이 충만했던 한 해였다.
2023년 나는 또 이 공간과 어떻게 지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