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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공일하우스 Jan 21. 2023

'3空1'에 사는 사람들

부부이야기 & 집의 이름


우리는 연애 6년, 결혼 8년 차 부부다.
산과 '나는 자연인이다'를 즐기는 남자와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고 '인간극장'을 좋아하는 여자가
만나 14년의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우리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지만, 둘 혹은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조용한 생활을 좋아한다. 그래서 연애 때부터 남편을 쫓아다니면서 등산을 다녔다.  반나절 산을 걷고 도시락과 간편한 안주를 챙겨간다. 산에서 땀을 흘리고 마시는 시원한 맥주나 막걸리 정말 꿀맛이었다. 12년 전은 지금처럼 등산이 젊은 사람들에게 붐은 아니었다. '나 등산 데이트하고 왔어!' 친구들에게  말하면 모두 엄마나 아빠가 하는 취미생활이라며 신기하게 봤다. 지금은 나보다 친구들이 더 열심히 등산을 즐기고 있지만.




보통 주말의 데이트는 산이나 공원이었다. 등산이나 가벼운 걷기를 하고  맥주 한잔하고 집에 들어가는 일정 우리에겐 소박하지만 완벽한 데이트였다. 여행도 등산이나 산책코스가 있는 자연과 가까운 곳으로 많이 다녔다.  한적한 시골동네 집을 발견하거나 예쁜 전원주택지를 지날 때도 '우리 언젠가 이런 곳에 살자!' 얘기했다.


자연과 가까운 곳에 살고 싶은 생각이 같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끄럽고 복잡한 곳을 떠나 우리 페이스에 맞는 여유 있는 삶을 막연하게 동경며 연애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우리는 결혼을 했다. 늘 전원생활을 마음에 품고 있었지만 서울 직장 때문에  당장 시작할 수 없었다. 10년 후쯤 가능할까? 생각했다.  시골주택과 전원생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뒤로 밀어 두고,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았다.


어느 우리의 작은 소망을 알고 있는 인이 남양주 땅을 소개해주었다. 산을 마주하고 있는 작은 땅에서 느낀 시원한 공기와 안락함이 좋았다. 잠깐이었지만 진하게 마음속에 남았다. 그 후로 마음이 꽂혀 미리 땅이라도 준비해 보자 생각에 양평, 용인, 김포로  많이 다녔다.


남편이 주말에 자주 산행을 갔던 강화도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은 여러 번 가고 마음에 확 들어오지 않았는데 강화도는 갈수록 자꾸 끌렸다. 주말이면 나들길이나 산을 걷고, 미리 연락해 둔 부동산에 들러 구옥과 땅을 보러 다녔다. 우리는 여행하듯 일단 다녀보자는 생각에 1년 정도 강화대교를 건넜다.

시간이 쌓이다 보니 보는 눈이 조금 더 깊어졌다. 처음에는 빈 땅만 보면 '여기 너무 좋다. 나 살고 싶어!'를 외치는 땅 금사빠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구별하는 눈이 생기고 장단점이 보였다. 우리가 이곳을 후보지로 두거나 포기해야 하는 이유들이 선명해졌다. 선별하고 선택하는 안목이 생다. 그렇게 경험으로 키운 눈으로 운명처럼 만난 땅을 한눈에 알아보고 이틀 만에 계약했다.


우리의 야기를 듣고 부모님도 시골에 사는 것에 관심을 보이셨다. 그래서 함께 집을 지어보는 게 어떨까 했고, 첫 계획과는 달리 강화도에 듀플렉스 집 짓게 되었다.

당장 서울 일을 정리할 수 없었고 도시 생활에 익숙하신 부모님도 바로 귀촌하기에 무리였다.

우리는 고민 끝에, 도심과 시골을 오가는 듀얼라이프를 선택다.

서울 생활도 유지하면서 시골생활도 즐길 방법을 찾게 되어 계획했던 전원 라이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


'전원생활'에서 찍어 준 우리집 사진




집의 이름은 '3空1'

세 개의 공간이 하나의 집이라는 의미로 쉽고 단순하게 지었다. '부모님 집'과 '부부의 집' 그리고 두 집 사이의 '파벽돌 다이닝룸'이 모여 하나의 집이 되었다.

부모님과 집을 지을 때 가장 많이 고민했던 건 적당한 거리조절이다. 가까운 가족일수록 필요한 일이다. 다이닝룸은 두 집을 연결해 주기도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두 집 사이에 있어 사생활 거리도 둘 수 있고 함께 모이는 자리이기도 한 곳. 4박 5일 우리가 셀프로 파벽돌을 붙여 엄청난 추억이 쌓인 공간이다. 우리 집의 마스코트 같은 공간. 천천히 이 공간의 이야기도 풀어봐야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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