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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r 24. 2023

안도감은 이정표가 된다

<배움의 발견>, 타라 웨스트오버 

아버지가 자기 눈으로 보는 세상을 네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을 더 이상 듣지 않기 시작하면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일 거야.

ㄴ 주말에 오래된 인연을 만났다. 알고 지낸 지 10여 년이 넘었는데 예기치 않은 기회로 우리는 좀 더 가까워졌다. 선후배 관계로 맺어진 사이 다 보니 나에게 그 친구는 만년 막내였다. 그러다 우리가 같은 ‘결’을 지닌 사람이라는 걸 알아본 건 바로 그녀였다. 내 피드를 눈여겨보던 그녀가 따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연락을 한 것이다. 그렇게 만난 우리는 가치관, 직업, 정치 등 다양한 분야를 주제로 넘나들며 찰나 같은 몇 시간을 보냈다.


주말이 지나고 일기를 쓰며 그날의 대화를 복기하다 보니 인상 깊은 말이 있었다. 

”저는 언니를 알고 지낸 지 오래됐지만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편해요. “ 

편해졌다는 말에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주변 친구들이 결혼과 육아를 하며 인생의 굴곡점을 지나가고 있을 때 나만 한 곳에 정차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불안했고 고독했다. 이 외로움은 내 옆에 있어야 할 동반자의 부재로 생기는 감정이 아닌, 인간 고유의 고독함이라는 걸 깨닫고 나서 내가 바란 건 단 하나였다. ‘온전히 나로서 단단하고 유연하게 살기’ 그러기 위해 내가 택한 길은 관습과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의 속삭임을 듣지 않고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었다.


지난 주말 후배와의 대화, 이번 달 리추얼을 통해 나를 드러내는 글쓰기를 하며 메이트 님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느낀 ‘안도감’이라는 감정은 과거의 내가 했던 다짐과 선택으로 인해 바라던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이정표가 되어 주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세상이 요구하는 달콤한 속삭임을 따르는 게 맞지 않을까 여전히 갈팡질팡 한다. 그러나 오늘처럼 다시 또 글을 쓰며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발을 내디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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