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할 일이 많이 남은 지도녀
드디어 지도 누끼를 다 땄다! 일 마치고 집에 들어와서 책상에 앉는다는 것은 뭐랄까 마음에 안 들었던 소개팅남과 다시 만나는 것처럼 어렵고 하기 싫은 일이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집에 와서도 책상에 앉아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니 이 얼마나 신기한 일인지. 덕질에 도낏자루 썩는지 모른다고(물론 방금 지어낸 말이다) 지도 작업을 하다 보면 시간도 훌쩍 지나있고 그랬다.
친구들을 만나러 카페에 가서도 내가 이 짓을 하고 있으니, 친구들이 한심해하며 하는 말이
'힘들여서 하지 말고 기존에 있는 데이터를 쓰지 그래.'
리미티드 에디션을 줄 서서 샀는데 몇 주 뒤에 세일하고 있는 상황 같은 충고를 애써 무시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그런 섬세한 일러스트레이터 파일을 구하기도 어려울 것 같고, 어렵게나마 구하더라도 일단 남의 작업을 그냥 가져다 쓰고 싶지 않았다. 이랬는데 아주 쉽게 오픈 소스 데이터가 구해진다면...... 아 모르겠다. 일단 옷도 사고 나면 세일을 하든 말든 찾아보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나도 검색은 따로 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지루하게 이어진 단순작업들.
제국주의 전체주의 짜증 나! 너무 비인간적이야!라고 그동안 생각했고, 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국경선 작업을 할 때만은 아프리카의 단순한 선이 좀 고마웠다. 영국과 프랑스가 내가 나중에 지도 작업을 하면서 손가락이 아플 줄 알고 걱정해서 아프리카를 뜻대로 노나 먹은 건 아니지만 말이다. 수많은 섬들로 이루어진 필리핀을 작업할 때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모양도 제 각각인 작은 섬들이 어찌나 많은지. 캐나다는 또 어떤가! 난 북극해 쪽에 저렇게 많은 섬들이 있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리하여 완성된 나의 세계!
는 아직 아닙니다. 그림을 그렸으니 이제 겨우 반 정도 한 셈. 여기에다 국가명과 수도를 적는 작업이 아직 남았다. 이러다가 내가 감비아 수도가 반줄인 것도 알게 되겠어. 그럼 혹여 정봉이랑 카페 갈 일 생기면 '오빠 반줄이 감비아 수도인 거 알고 있었어요?' 이러다가 오빠는 설명충이 싫다고 하시고...... 아 너무 헛소리가 길었다.
누끼를 딴 김에 국가별로 색을 다르게 넣어보았다.
색상은 2016년 팬톤에서 추천해주는 팔레트를 이용해서. 하지만 썩 맘에 들지는 않는다. 지도 색상을 결정하는데 시행착오를 좀 겪을 듯.
그럼 다음 시간에는 국가 정보를 넣은 지도를 들고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세계여행 갈 때까지 덕질은 계속되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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