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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틸 Nov 12. 2023

아브야사(abhyasa) 시작

by 요기니 마틸

어른들이 그랬다. 대학 들어가면 살은 저절로 빠진다고. 거짓말이었다. 대학 생활 아웃사이더였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술자리에 은근슬쩍 앉아 있었고, 평소 먹던 대로 먹어서는 살이 저절로 빠질 리가 없었다. 전에는 몰랐는데, 날씬하고 예쁜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이상하게 주눅이 들었다. 처음으로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앞 작은 헬스장에서 하는 요가 수업을 처음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요가라기보다는 파워 스트레칭 정도였다. 어려서 그랬는지, 먹는 거 줄이고 열심히 움직이니 살이 저절로 빠졌다. 그게 요가라 철석같이 믿었으므로, 나 요가 잘 맞나 보다 했다.     


그렇게 한 1년 정도 다니다 먹고사니즘 생활이 시작되고 요가와는 멀어졌다. 태생이 운동과는 멀게 살아왔으므로. 살이 빠졌으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직장 생활 6개월 만에 10kg이 쪘다. 회식과 야근·야식이 반복되면서 야금야금 살이 쪘다. 어떤 선배가 동기에게 결혼도 안 한 내가 임신했냐고 물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충격받았다. 그날로 당장 다이어트 한약을 지으러 갔다. 살은 빠졌지만, 어디 아픈 사람처럼 얼굴은 핼쑥하고, 몸은 E.T 체형이 됐다. 아~정답은 요가였나?     


그렇게 요가는 한참 동안 나에게 다이어트 운동이었다. 열심히 하면 살이 빠지고, 살이 빠지면 그만뒀다. 다시 찌면 시작하는 운동. 호흡이고 뭐고 땀이 많이 나면 장땡이었다. 땀이 나야 운동이지. 아이들이 크고 여유가 생기면서 정통 요가 수업하는 요가원을 찾았다. 아쉬탕가, 하타, 인 요가라는 단어를 그곳에서 처음 들었다. 처음에는 땀이 엄청 많이 나서 좋아서 열심히 했다. 선생님은 산스크리트 어로 요가 자세를 말하곤 했는데, 뭔가 전문적으로 느껴져서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사람바 사르반가아사나, 아르다 마첸드라아사나,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     


코로나가 시작되어 요가 수업 듣기가 어려워졌고, 때마침 직장도 집에서 먼 거리에 있는 곳으로 발령이 나면서 요가 수련을 멈췄다.(어려운 용어를 듣기 시작하면서 나는 운동에서 수련 쪽으로 마음을 두기 시작했던 것 같다.) 꾸준히 할 때는 몰랐는데, 요가를 3년 넘게 하지 않게 되자, 몸과 마음이 굳어갔다. 자주 피곤하고, 살도 찌고, 무기력했다. 처음에는 코로나 블루라고 생각했는데, 몸이 굳고 닫히면서 자주 다리에 쥐가 나고 깊게 잠을 자지 못했다. 피로감이 많아지자 자주 짜증이 났다. 마음도 함께 무너졌다.     

 

코로나 방역체제가 풀리면서, 요즘 유행하는 기구 필라테스를 다녔다. 몸을 스스로 쓰지 않고 기구에 몸을 맡기다 보니, 몸이 아프기만 했다. 나에게는 맞지 않았다. 요가를 다시 하자. 이번에는 다이어트 목적이라기보다는, 일단 굳어버린 몸을 푸는 일에 힘쓰자.     


3년이나 꾸준히 해 왔던 요가라서 조금은 자신만만하게 요가 수업을 들었다. 왠 걸? 허리가 반도 내려가지 않았다. 다운독 할 때 발이 땅이 닿지 않았다. 헐. 무엇보다 호흡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깊은 호흡은커녕 동작할 때마다 숨이 차서 자꾸 입으로 숨을 쉬게 됐다. 자주 어지럽고, 몸은 더 아픈 것 같고, 수업의 반도 제대로 따라갈 수가 없었다.     


나에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면 끈기?라고 할 수 있을까. 오기가 생겨서 아파도 계속 수업에 나갔다. 아침 6시에 줌으로 하는 요가 수업도 찾아들었다. 아침 요가는 힐링 요가라서 정통 수련의 형태는 아니지만, 몸을 푸는 게 중요했다. 그렇게 6개월 동안 거의 매일 아침 요가를 하고 틈나는 대로 요가 수련을 했다. 어느 날, 아쉬탕가 요가 1시간을 온전히 해 내는 날이 왔다. 물론 모든 동작을 정확하게 해내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자세를 만들고, 동작마다 이어지는 빈야사를 빼놓지 않고 다 따라 했다. 와~이렇게 힘든데, 왜 계속하고 싶을까?     


요가가 생활의 완전히 루틴이 되는데 거의 1년이 걸렸다. 살은 거의 빠지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얼굴이 좋다고 했다.(그냥 하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나 스스로가 몸이 회복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몸의 회복은 마음을 돌보는 일로 이어졌다. 동작을 하나씩 할 때마다 내 호흡을 살피면, 저절로 내 마음의 상태와 연결되었다. 마음이 어지러우면, 호흡이 짧고 숨이 차는데, 그러면 바로 몸이 중심을 잃고 흔들렸다. 욕심을 부리고 내 몸 상태보다 더 나아가면 마음의 조급함이 호흡으로 연결되어 원래 할 수 있는 것보다 가지 못하고 자세가 흐트러졌다. 이제 요가는 나에게 다이어트 목적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연결을 호흡을 통해 알 수 있게 하는 수련이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살찐 것이나, 몸무게에 연연하지 않고 싶지만, 아직 수련이 될 되어 그런지, 조금은 수련하는 김에 살도 빠졌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것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런 욕망이 나에게 있음을 알아차린다.

나는 요기니가 되어, 쉼 없는 수련을 시작한다.      


오늘의 배움      

<“너는 요기가 되어라. 요기 가운데에서 가장 위대한 요기는 신심으로 나Me를 숭배하고, 내Me 안에 그 마음이 머무는 자이다.”『바가바드 기타 6장 38절~47절』-요가 디피카, B.K.S 아행가>  
 


아브야사(abhyasa): 쉼 없는 정진 혹은 수련

아쉬탕가 요가: 여덟 가지 길의 요가. 정해진 시퀀스에 따라 매일 같은 동작을 반복 수련한다.

빈야사 요가: 호흡과 동작을 끊지 않고 물 흐르듯이 부드럽게 연결하면서 진행하는 요가. 아쉬탕가 요가 시 태양경배자세 a, b를 반복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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