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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Apr 11. 2023

실 같은 희망

클래식 콘서트 2장을 예매했습니다. 어찌할 수 없는 마음에 그에게 묻지도 않은 채 덜컥 티켓부터 사버렸죠. 책상에 앉아 그의 언어를 되새겼습니다. 눈물이 나는 건 왜일까요. 담담히 말하는 이야기 속 여린 그가 보였습니다. 그때의 그는 어떤 시간을 보냈길래 이리도 단단한 겉껍질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그가 보낸 시간이 애처롭고 쓸쓸해 보였습니다. 점점 멀어지고 고립되고 있는 그는 지금이 좋다고 말합니다. 정말 그에게 괜찮을까요. 그의 말대로 그에게 가장 좋은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그냥.. 그가 완전히 혼자로 남겨지진 않았으면 합니다.


희망이란 단어를 오랜만에 썼습니다. 이건 작은 희망이라고 하자. 담담하고 관계에 무심한 그지만 그가 어루만지는 손길은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섬세합니다. 내 눈썹을 스쳐가는 손가락, 내 가슴에 파고들던 얼굴, 내 목과 어깨 사이에서 속삭이던 목소리, 깊게 포개지는 손, 맞대던 이마까지. 그 손길은 결국 혼자 남겨지지 않고 싶은, 분리되고 싶지 않은 무의식이 아닐지. 그렇다면 그건 희망이 아닐까 주저리주저리 마음을 달래보곤 합니다. 아님을 인정하면서도 그의 손길 한 번이면 쉽게 뒤돌아봅니다. 이건 그냥 손길은 아닌 것 같은데. 이 느낌이 이 생각이 맞길 바랍니다. 이미 전 그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금세 닫곤 합니다. 진짜 마음은 그만이 알겠죠. 나는 그저 그가 오래 혼자이지 않게, 그의 시간에 잠깐씩 들리는 인연이어도 괜찮습니다. 그의 품이 식지 않도록 이 작은 몸으로 데워주고 싶습니다. 그의 이야기에 같이 웃고 울며 위로가 되고 싶습니다. 그 이상은 바라지 않으려고요. 사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어서요. 이것들이 제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애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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