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연하지 못한 태도

유독 날이 좋은 날은 책과 하늘 둘 중에 무엇을 볼건지 고민할 때가 있다. 이렇게 맑은데 책은 나중에 읽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든다. 얼굴이 조금 그을려도 괜찮은 날, 감싸 안아줄 시간. 

작년부터 나에게는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던 일들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나날들이었다. 특히 나를 괴롭히는 감정은 무력감이다. 해결할 수 없는 일의 연속, 견딜 수밖에 없는 상황. 그냥 일은 벌어졌고 우리의 잘못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오롯이 고통받고 있음을 알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막연한 위로가 필요한가. 여전히 서툴기만 한 삶 속 어느 날에 의연하지 못한 것인가. 

앞으로 혼자서 견뎌야 하는 많은 시간들이 아직은 두렵다. 함께 한다고 이 고통이 나아질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서로의 고통을 보며 서로를 괴롭게 하는 것은 아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이 생겼다. 조금은 나도 기대고 싶고 곁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기분이 들 때 잠시 위로가 된다. 

힘든 만큼 더 좋은 일이 올 거라고, 가장 힘든 이 순간이 성장중일 거라고 하는 수많은 말들

믿고 믿어보며 힘겨운 하루를 보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