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3 _ 학교 선택 시 추가로 고려할 수 있는 8가지
만약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면,
이런 것들을 추가로 고려할 수 있다
대학원생은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6년까지도 학교와 연을 맺고 캠퍼스 생활을 하게 된다. 그 학교에서 쌓은 추억, 나도 모르게 학습된 문화 등이 향후 개인의 인생에 꽤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필자로 실제로 예일대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후에 세상을 보는 관점에 영향을 받았고, 그 덕에 선물처럼 주어진 경험들이 있었다.
Professional school에 지원할 때 시간제한과, 준비도상 모든 학교에 지원할 수 없었고, 몇 개 학교를 선택하여 집중해야 했다. 당연히 YALE이 가진 역사와 정신, 사회적 기여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시에는 차후에 이렇게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입학 후 직접 경험하면서 더욱 학교를 사랑하게 되었다.
아직 직장인으로서 가고 싶은 MBA (경영 전문 대학원) 혹은 여타 Professional school을 고려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오늘 글을 통해 단순한 랭킹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각 학교마다의 특장점이 있다는 것을 아는 계기가 되시면 좋겠다. 특히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는 예비 지원자분들이, 학교 후보를 리서치할 때 추가로 고려할 수 있는 세부적 특징 8가지를 아래에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많은 사람들은 고등교육, 특히 대학 학부를 선택할 때 전공 외에 별다른 선택 기준이 없을 때가 많다. 지역 인재로서 해당 지역의 국립대학을 가고자 하는 케이스가 아니면, 대부분 성적에 맞춰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을 하기 때문이다.
나의 대학 입시도, 내가 진학할 학부를 선택하는 입장이 아니었다. 목표는 다들 그러하듯,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로 출발해서 '나를 받아주는 곳 중 가장 랭킹이 높은 곳으로 간다'였다.
미국에도 종합 대학 및 아이비리그 대학의 순위를 매기는 랭킹, 각 전공별로 순위를 매기는 랭킹 등이 잘 발달해 있지만, 한국처럼 대부분의 학과가 서울대가 최고인 상황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참고 - US News 올해 MBA 랭킹
*학부/대학원/학과별로 랭킹이 나오고, 매년 바뀌므로 참고만 하는 것을 권장드린다.
물론, 내가 들어본 미국 학부 대학 랭킹 혹은 그루핑 용어 중에도 아래와 같은 것들이 존재하기는 했다.
1. The Big Three (Yale, Havard, Princeton)
2. HYPS (Havard, Yale, Princeton, Stanford)
3. The Ivy League (Harvard, Yale, Princeton, Columbia, Brown, Cornell, Dartmouth and the University of Pennsylvania)
하지만, 이 용어들은 지역, 역사 등 영향이 컸지, 절대 1등, 2등, 3등과 같이 디테일한 순위를 가르는 척도가 아니었다.
가끔 내가 만나 본 한국 분들 중에, 아이비리그 내에서도 학교 간 우열이 있거나, Top 10 내에서도 특정 학교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혹은 SAT, GMAT, TOEFL과 같은 공인 점수에서 만점을 받으면 대부분의 학교에서 Invitation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 대학원은 Official Score 성적이 아닌 것들이 성패를 가르곤 했다. GMAT 점수도 기본적으로 700점 이상을 받고 나면, 개인의 레주메와 에세이가 훨씬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실제로 학교에 와서 보니 개인만의 독창성과, 포부를 강조해서 입학한 친구들이 많았다. 설명회를 가보면 많은 학교들이 diversity(다양성)를 강점으로 어필하고, 실제로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은 그 학교, 조직의 훌륭함을 나타낸다는 것을 느꼈다. 이 Diversity 부분에 대해서는 이후에 다시 별도 꼭지로 작성할 예정이다.
미국 대학들은 넓은 국토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하고,
저마다의 역사가 어우러져,
수 백개의 스토리, 미션, 비전, 문화,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원자는 이들 중 어디와 함께 하고 싶은지 '선택'할 수 있다.
서두에 언급했듯 대학원생이 2년에서 6년간 캠퍼스와 그 주변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얻은 경험과 문화적 노출은 이후 삶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랭킹을 최우선 순위에 둔 학벌에 대한 집착은, 실제 생활하면서의 만족도를 해칠 수 있다.
MBA의 경우만 봐도, 랭킹으로 설명할 수 없는 학교마다의 특징이 있다. 이 중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유학을 준비하는 분들이 고려할 수 있는, 솔직한 몇 가지 요소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 Disclaimer: 이 특징들은 실제 졸업생의 net 숫자보다는, 각 학교 설명회나 홈페이지에서 강조하는 문구(Mission Statement)에 기반한 것이며, 간접적으로 spirit을 엿볼 수 있는, '특정 장학금 존재 여부' 등을 고려하였다.
매년 MBA 신입생 숫자는 하버드 900명 전후, 스탠퍼드/예일/MIT 300명대 등으로 학교마다 전혀 다른 규모를 가지고 있기에, 일대일 비교는 불가한 항목들이다.
아직 나의 석사 졸업 후 진로가 정해지지 않은 분들이라면 넓게 마음을 열고 둘러보는 것이 좋고, 비교적 진로가 명확한 분들이라면 아래와 같은 내용들을, 나만의 학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시작점으로 삼으실 수 있다.
필자는 대학생 때, 리더십, 구조적 사고, 글로벌 역량을 강조하는 학회 활동을 했다. 대학 졸업 후에 스타트업에서 4년 간의 커리어를 쌓았다. 요새는 다를 수 있겠지만, 2014년 당시에는 학회에서 상대적으로 McKinsey, BCG, Bain and Company와 같은 탑티어 전략 컨설팅이나,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와 같은 금융사에 취업하는 것이 대세(?)라는 느낌을 받았다. 반대로,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창업 학회를 했다면 스타트업 scene에서 더 많은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기존 졸업생들이 많이 진출한 분야는 확실히 설명회도 더 자주 열리고, 인터뷰 팁도 얻을 수 있기에 졸업 후 일하고 싶은 분야가 확실한 분들이라면 고려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MBA 설명회에서 한 학교는, 'JP모건 대표도, 맥킨지 대표도 우리 학교 출신입니다'라고 강조한 반면, 한 학교는 '이런 IT 서비스들, 우리 학교 출신이 만들었어요'라고 강조했다.
유수의 창업가를 키워내기로 유명한 한 학교의 설명회에서는 '우리는 한 명의 천재적인 인재를 키워내면, 그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 믿는다'는 mission statement를 보여줬고, 이 지점은 확실히 다른 학교와의 차별점이라고 느껴졌다.
샌프란에 위치한 MBA를 다닌 친구로부터, 학교에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이 종종 찾아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학기 중에 전 UN 총장, 장관 등 수많은 미국 정부 관료들을 매주 만났다. 실제로 예일에는 정부와 함께하는 프로젝트가 많아서, 학생들이 우스갯소리로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수많은 교수님들을 백악관에 빼앗길지도 모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이 부분은 남편, 아내, 혹은 아이들을 데리고 유학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특히 잘 확인하셨으면 하는 항목이다. Spouse program이 탄탄하지 않거나 배우자를 데리고 나갈 수 있는 Social 활동이 적은 학교의 경우, 미국에서 F2 (학생의 배우자) 비자로 일을 하기 어려운 배우자가, 외로움과 같은 심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예전에 켈로그(노스웨스턴 MBA) 설명회를 갔을 때 배우자 프로그램뿐 아니라 자녀들을 위한 보육 환경도 잘 갖춰져 있어 만족했다는 졸업생의 후기를 들었다. '어느 MBA 수업에서 가장 열심히 수강한 학우는, 인도에서 온 학생의 와이프였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배우자가 함께 정규 코스를 들을 수도 있었다는 부분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미혼 한국인 비율이 높은 학교에 나 홀로 기혼자로서 가게 되면, 동기들과 외부 활동의 포인트가 달라 어울리기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홀로 미혼으로서 기혼자가 많은 학교에 입학했는데, 공교롭게 배우자를 구하는 입장이고, 도심에서도 먼 곳에 학교라면, 심심하게 2년을 보내게 될 수 있다.
뉴욕과 같은 대도심에 있는 학교를 다니게 되면, 학기 중에도 수많은 part-time 인턴십을 경험할 수 있다. 실제로 뉴욕에서 학교를 다녔던 친구 A는 학기 중에 뉴욕 베이스의 파트타임 인턴십을 마치고, 방학 동안에는 아예 지역을 한 번 바꿔, 샌프란에서 인턴십을 했다.
반면 단점도 존재했다. 친구 A는 기숙사를 배정받지 못해서, 스튜디오(원룸)에 지냈는데, 월세가 300만 원에 달했다.
비교적 도심과 떨어진 지역에 있는 아이비리그 학교들은 월세를 비롯한 생활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코네티컷 주에 위치한 예일도 뉴욕 도심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월세가 저렴한 편이다.
Non-disclosure policy는 학생의 성적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예전에 누군가 뉴욕에 있는 콜럼비아 MBA를 너무 행복하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다니는 것을 보았다. 마음에 평화가 가득해 보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콜럼비아에도 Non-disclosure policy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본다. 스탠퍼드를 졸업한 지인은 편안한 마음으로 프로그래밍, 화학과 같은 타과 수업을 마음껏 들었다고 했으며, 와튼 MBA 클래스 투어에서 만났던 재학생 친구 또한 평소 마음속으로만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를 탐색할 기회가 생겨 만족스럽다고 했다.
반면, 내가 아는 한 Yale과 Harvard에는 위와 같은 부러운(!) policy가 없다. 때로는 하위 10~20% 학생들을 유급시키기도 한다. 후에 자세히 서술하겠지만 나도 첫 학기에 잘못 넣은 로스쿨 수업 때문에 감당 못할 양의 논문을 읽어야 했으며, 많은 Yale의 석사생들이 학기 초부터 받는 어마어마한 사전 과제와 메일에 압도된다고 토로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스스로 모은 돈으로 석사 생활을 시작한 나는,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기분 및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환경/경영 분야에 대한 지식으로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다. 나는 학창 시절에도 시험 기간이 아니면 공부를 하지 않는, 게으른 학생이었다. 때문에 스스로 마감 기한을 정해놓거나, 주변에 언제까지 무엇을 하겠다고 공표하는 것과 같은 외부적 장치를 활용해야만 하는 사람이다. 나와 비슷하게 게으른 성향을 가졌지만, 학비가 아깝지 않은 대학원을 다니고 싶은 분이라면, 오히려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지인은 아내가 학생이 아닌 상태로 함께 출국해야 하는데, 곧 출산을 앞두고 있고, 장모님도 미국에 와서 지내실 예정이었다. 그 가족은 한인 커뮤니티가 발달한 지역에서 학교를 다녔기에, 출산 및 육아 과정에서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30대 초반에 유학을 계획하고 있는데, 현재 싱글이고, 비혼은 아니며, 결혼은 한국인과 하고 싶은 분이라면 유학을 떠날 때 '좋은 짝을 만날 시기를 놓치진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를 보았다.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그래도 Boston에는 하버드, MiT가 있어 한국인 미혼 남성들이 좀 있었고, 뉴욕에는 예술 대학들이 있어 한국인 미혼 여성들이 있었다는 것을 공유드린다.
위에 서술한 8개보다 더 많은 기준들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선택해야, 인생에 중요한 2년이라는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professional mba, mpa, mem과 같은 코스를 이수해도 만족감이 높다.
실제로 유학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신 분들께는, 이 정도는 직접 리서치하고, 설명회 다니고, 알럼나이 만나고, 학교 투어 해보면 알 수 있는 내용들이라, 이미 다 아는 내용으로 여겨지실 것이다. 만약 아직 유학 준비를 시작하지 않으셨거나, 어렴풋이 마음만 먹고 계신 분들께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설명회를 다녀보면 학교마다 비슷하게 커뮤니티, 다양성, 글로벌 역량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것 같지만, 은근 문화와 생활환경이 다르다.
특히 환경대학원에서 공부했기에 그랬을 수 있다.
예일은 "Commitment to society"를 강조하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 생각하게 만들었고, 화합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 사회에 유의미한 변화를 나 혼자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게 해줬다. 이 덕분에 결론적으로 나를 능력면에서, 내가 만드는 변화 측면에서 더욱 겸손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나는 현재 내가 있는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예일 MBA 수업에서 교수님이 들려주신 썩은 사과 이야기도 그랬다. 교수님은 "하나의 썩은 사과는 상자 속 나머지 모든 사과를 썩게 할 수 있지만, 하나의 깨끗한 사과는 나머지를 깨끗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라고 하셨다. 이 이야기는 1) 인성이 나쁜 직원을 빠르게 조직에서 내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과, 2) 나 혼자 잘해서, 좋은 목표를 가져서는, 조직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교훈으로 이어졌다. 신기하게 Google에 와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한 명이 단시간에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은 팀 플레이가 아니죠'.
어느 학교는 1명의 유능한 창업가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데, 적어도 내가 들었던 MBA 수업의 교수님께서는 1인의 영향력을 강조하지 않았다. 이 두 가지는 너무도 다른 가치관이었다.
만약 당시 나에게 예일의 관점이 정립되어 있지 않았다면, (그랬을 가능성은 적지만) 구글 면접에서 "저는 너무 잘났고 특별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이 조직에 와서 여러분 모두를 멋지게 이끌어보겠습니다(?)"라고 다소 교만한 포부를 밝혔다면 절대 지금의 조직에서 함께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끔 친구들에게 '예일이 아니었다면 구글에 오지 못했을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모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내가 어디서 누구와 어떤 시간을 보냈느냐가 향후 내 인생에 긴 영향을 끼친다. 성장기 청소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 관점이 꽤나 정립된 성인이 되어서 얻는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은 개인의 생활 패턴과 사고를 새로 정립하기도 한다.
*이 글을 읽게 된 당신의 유학 경험도, '이전과는 다른 나'를 만드는 풍부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물론 예일에도 단점들이 있다. (이전 글 참조) 뉴헤이븐은 치안이 안 좋고, (보스턴에 있는 H마트와 같은) 좋은 한인마트가 없고, 친구들을 만나 놀기 위해서는 보스턴/뉴욕으로 가야 했다. 스카이라인이 높은 대도시를 선호하는 분들에게는 오래된 도시 뉴헤이븐이 안 맞을 수 있다.
목차
* Intro - 내 돈 모아서 하는 공부, 그 여정에서 만난 멋진 순간들
» 서른에 대학원을 간 이유
» 시국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 학풍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
» 내가 예일에서 배운 것들
» Side effect를 고려하라
» 석학들이 영광스럽게 찾아오는 곳
» 표절에 관용은 없다
» 오피스아워 - 교수님의 단골 과외 손님
» 일 잘하는 교직원
» 잘 못 넣은 로스쿨 수업
» 모두가 넘쳐나는 논문 과제 속에 고통받고 있다
» 정의는 다양하게 정의된다
» That's a good question
»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수업
» Diversity, diversity, diversity
» 학교는 거대한 박물관
» 예일대 학생들의 공통점
» psychological safety
» 신선한 충격, 특별한 수업들
» 그들이 천재 소리를 듣는 이유
» 환경 대학원에서 배운, 문명에 대한 감사함
» 현재 진행형인 토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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