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가로서 일을 더 잘하자
서비스에 도움되는 분석을 위한 Self-Checklist
스타트업에서 만 3년 동안 일해오는 동안, 주도적으로 학습하고 업무를 리딩 하는 것은 좋았지만, 누군가 가이드 혹은 코칭을 해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때로 '잘하고 있는 것일까', '개선의 여지는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연초 전체회의에서 서비스 론칭 4년 차를 맞아 "스스로 업무를 평가하면서 일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주도력/끈기/논리력을 갖춘 인재는 결코 '타인이 정한 기준'에 의해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 아니므로, 새로이 시도해보는 <업무 평가기준 수립>은 타의적이어서는 안 되고 직원들이 스스로를 성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도면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의 업무를 돌아볼 때 어떤 Criteria(기준)를 가지면 좋을까를 돌아보았습니다. 해당 기준은 분석자이자 전략 기획자인 제가 주기적으로 결과물 및 과정을 돌아보고, 개선점을 찾게 하는 동시에 '비즈니스에 진짜 도움이 되기 위한' 동기부여도 주어야 합니다. 고민의 결과 그 세 가지는 잠정적으로 정시성, 정확성, 목적 부합성으로 정하였습니다.
Task Self-Evaluation Criteria
1. 정시성
2. 정확성
3. 목적 부합성
2015년 '성공한 스타트업의 Key는 결국 타이밍이었다'는 빌 그로스 (Bill Gross)의 Ted 영상을 보고 인상 깊었습니다. 폭발적인 성장으로 시장을 재편한 서비스/기업들은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도적으로 잡은 곳들이었습니다.
퍼포먼스 모니터링과 분석은 시기적절하게 공유되고 실행될 때 효용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분석자 혼자서는 데이터 인사이트를 비즈니스에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획-디자인-개발-마케팅 등 공수가 주요 프로젝트에 집중되어 있을 때를 놓치지 않고 Action Point를 전달해야 합니다.
직무별로 전문 분야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데이터 및 분석 직군의 업무는 특히 타인이 쉽게 평가하기 어려운 분야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전에 누군가 "상관계수가 X로 나왔으니 A는 B의 원인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데이터/통계 분야에 있다면 너무도 기본적인 상식이지만, 상관계수는 '상관성'을 말해줄 뿐 '인과'를 말해주지 않지요. 더 놀랐던 것은 듣는 이가 아무런 반박을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매우 쉬운 통계 mis-leading 의 예를 들었지만, 통계 이론에 깊이가 더해질수록 분석과정을 모두가 이해하기는 어려우므로 분석자 본인이 부정확한 데이터를 '휘두르지' 않고 정확한 분석을 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뭔가 어려워 보이는 툴로, 통계적인 수사 어구를 섞어서 숫자를 나열하는 방식의 분석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방법을 쓰기만 했다면, 엑셀로 간단한 함수를 썼다 하더라도 파워풀한 분석이 됩니다. 나아가 카운터 파트에서 이해하기 가장 쉬운 언어로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협업의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분석과정에서는 스스로 꼼꼼하게 검토하고 정확성을 높이되 공유 시에는 핵심을 짚어줘야 합니다.
흥미로워 보이는 인사이트도 그것이 결국 비즈니스의 성과에 직결되지 않는다면 효용이 떨어집니다. 유저 행동과 퍼널을 특정 카테고리에서 깊이 있게 분석하였는데, 알고 보니 핵심 서비스/프로덕트와는 동 떨어진 것이었다면, 현재 경영자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의 해결에는 부합하지 않습니다.
목적 부합성은 어느 정도 타이밍(=정시성)과 연계된 항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업무를 하다 보면 데이터 분석가는 선제적으로 이슈를 제기하고 리딩 하는 역할을 할 때도 있지만, 다수의 상황에서 '어떤 부분에 힘을 쏟아야 할지 알려주는'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할 때도 있습니다. 잘 된 분석은 비즈니스의 성장을 도모하고 각 부문에 속도를 더하여 주지만, 전사적 방향과 Align 되지 않은 분석은 사업을 미끄러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다수의 업계 분석자들이 "분석가는 사업가여야 한다"라고 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분석가는 비즈니스의 핵심 이슈를 이해하고 풀어야 될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한 후, 목적에 맞는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사업가여야 합니다.
Self-Checklist를 만들다 보니 '어떻게 하면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를 전반적으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 기록해두고 자주 꺼내보고픈 다짐을 추가로 적어두려 합니다.
1) Routine 한 작업은 자동화/효율화시키자
이미 최적화된 것 같은 process도 개발자 분께 보여주고 개선 여지를 고민하면 daily work 이 편해집니다. KPI 시트를 관리하면서 주기적으로 Bossmode에서 데이터를 추출하는데, 초기 Bossmode 설계부터 담당 개발자 분과 둘이 함께하였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최적화는 없을 거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일별/주별/월별로 날짜만 입력하면 해당 기간의 snap shot 이 찍혀 나오는 편리한 UI를 만들어놓고 Export 버튼을 눌러왔습니다.
그런데 지난번 "daily 31번, weekly 6번, monthly 1번, 총 38번의 반복 추출 작업을 조금 더 간단하게 할 수는 없을까?"에 갑자기 의문이 들어 Senior Engineer 분께 질문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그 데이터는 현재 그 방법이 최선이지 않을까요" 하셨던 개발자분이 "아, 혹시 버튼을 누르지 마시고 쿼리를 쭉 작성해두었다가 복사+붙여넣기만 하면 어떠세요?" 하고 아이디어를 주셨고, 저는 반복 작업을 한결 줄일 수 있었습니다.
*전제: 공동의 목표를 위해 솔선을 마다하지 않는 Supportive 하고 Efficient 한 팀원들이 있어야 합니다 :)
2) 만약 여러 사람이 / 여러 분석을 요구한다면, 우선순위를 스스로 잘 설정할 수도 있어야겠습니다.
저는 특히나 회사의 초기부터 서비스의 각종 변곡점을 함께 넘어왔기 때문에 크고 작은 업무들이 마구 주어지는 편이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다솔이 하면 조금 더 빠르게 할 것 같은 것들'이 쏟아진 시기가 있었고, 그 모든 것들을 많이 해내는 것이 능력과 로열티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반드시 옳지는 않았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으며 회사에 Impact가 큰 것'에 집중하여 역량을 발휘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번아웃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어떤 거대한 Task도 내가 한 번에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작은 조각이라고 할 때, 어떤 것을 먼저 처리하여 비즈니스에 도움을 줄지 지속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더불어 유관부서 및 담당자들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여 우선순위를 조정하거나 불가피한 부분에 대해서는 카운터파트를 설득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에 관련하여 - 정확한 분석을 - 적시에 제공하도록 하자" 정도의 다짐이 되겠네요. 두괄식을 선호하는데, 어쩌다 보니 3번으로 갈수록 무게가 실렸습니다. 위의 세 가지는 스스로 업무를 하는 데 체크리스트 삼아 작성해본 것으로, Data-driven Entrepreneurship을 강화하고자 하는 평소 저의 가치관이 많이 반영되었습니다. 개발/통계를 베이스로 하는 Data-scientist 영역을 고려하지는 않았습니다. 더불어 아직 초안이므로 능력자 분들의 조언을 기다립니다 :) 평소 지침처럼 되뇌고 계신 좋은 기준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미리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The single biggest reason why startups succeed | Bill G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