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찰리브라운 Nov 29. 2017

문제점을 지적해도 혼내지 말자

자꾸 혼내면 다들 쉬쉬 한다

[사진 출처: tvN 드라마 '미생']





Question


얼마 전 대표이사님께서 팀장들을 불러 모아 놓고 엄청 혼내셨습니다. 생산 과정에 결정적인 오류가 발생했는데 아무도 사전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런데 저희 회사에서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괜히 긁어 부스럼 낸다"는 얘기를 들을지 몰라 다들 쉬쉬 하는 분위기죠. 이럴 때에 어떻게 해야 하나요?





Answer


제가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20년 전에도 이런 문제로 고민을 했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같은 문제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 미뤄볼 때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특정 회사에서만 발생하는 문제도 아닌 것 같고요. 대부분의 회사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왜 이처럼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어려울까요? 그리고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변화가 필요할까요? 이에 대한 제 '51% 정답'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문제점을 지적하기 어려운 이유


(1)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기업문화

제가 아는 모 회사의 경우는 누군가가 문제점을 지적하면 마치 그 사람이 문제를 일으킨 것처럼 여기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문제점을 지적한 사람은 불만이 매우 많고 회사에 대해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불평불만분자로 간주되었습니다. 심지어 동료들도 그런 문제점을 발견해준 것에 대해서 고마워하기는커녕 "괜한 얘기 해서 할 일만 늘었다"는 식으로 비난하곤 했죠.


물론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 문제의 존재를 몰랐으니까 그냥 넘어갔겠죠. 그리고 누군가가 그 문제를 이슈화시킴에 따라 일거리가 늘어났을 수는 있고요. 하지만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문제를 일으킨 것은 아니잖아요. 질병을 진단한 의사가 질병을 퍼뜨린 것이 아닌 것처럼요.


하지만 이런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 회사는 의외로 많습니다. 이런 회사 직원들이 많이 하는 얘기가 있죠.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마라." 

"조용히 덮고 넘어 가자." 

"좋은 게 좋은 거다." 


직원들이 이렇게 얘기하는 사이에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2) 문제점을 지적하면 다짜고짜 깨기만 하는 상사

문제점을 지적한 직원에 대해서 고마워하기는커녕 다짜고짜 깨기부터 하는 상사도 있습니다. 이런 식이죠. 


"그런 문제점을 알고 있었으면서 여태까지 뭐 하고 있었어?" 

"그걸 왜 이제 와서 보고하나? 진작하지 않고." 


이렇게 반응하는 상사는 문제점이 발생하니까 짜증이 나서 아무한테나 막 화풀이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무턱대고 깨기부터 하니 문제점을 보고하는 직원들은 스트레스죠. 다들 괜히 보고해서 '살신성인' 당하지 않으려고 하겠죠. 결국 문제를 제기하는 직원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아니, 그걸 왜 이제 와서 보고하나?"라고 다그치면 '이제 와서도' 보고 안 하죠. [사진 출처: tvN 드라마 '미생'] 



(3) 문제점을 지적하는 직원에게 대안까지 요구하는 상사


"대안 없는 비판은 하지도 마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지나치게 신봉한 나머지 대안 없는 비판을 죄악시하는 상사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직원을 마치 무슨 고자질쟁이 다루듯이 하죠.


"그래서 대안이 뭔데? 대안을 갖고 와야 할 것 아냐!"

"대안도 없이 지적질만 하는 게 더 나쁜 거야!"


그게 왜 더 나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안이 없다고 깨면 쉽사리 문제 제기를 못하겠죠.



(4)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에게 '결자해지'를 강요하는 상사

'결자해지'는 '매듭을 묶은 자가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비유한 사자성어입니다. 만약 상사가 문제점을 지적한 직원에게 "결자해지"를 외치며 "네가 해결해"라는 반응을 보이면 누가 문제점을 지적하겠어요? 그런데 실제로 이렇게 무식하게 행동하는 상사가 많습니다.


왜 무식하다는 표현을 썼냐 하면 결자해지의 의미를 잘못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에게 해결하라고 해야지 '문제점을 지적한 사람'에게 하라고 하면 안 되죠. 그럼 누가 하겠어요. 내 일만 늘어나는데.



(5)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하는 사람이 보상받지 못하는 평가 체계

문제점을 지적하고 '살신성인'해서 '결자해지'(?)까지 했다손치더라도 그 성과를 인정해주지 않는 회사에서는 결국 일한 사람만 손해를 봅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면 뭘 해요. 상사랑 술 한번 더 먹어주는 사람이 더 좋은 고과를 받는데요. 이런 회사에서는 모두 상사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지 힘들게 문제 해결하려고 하겠어요?


지금까지 문제점을 제기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 살펴봤는데 이를 크게 둘로 분류하면 '잘못된 기업문화'와 '상사의 태도'인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사전에 문제가 예상되고 누군가가 노력하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고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생각으로 방관자적 태도를 견지하게 되는 거죠.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한 제안


아무런 죄의식 없이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팀원과 팀장 입장으로 나눠서 살펴보겠습니다.



1. 팀원


(1) 그냥 마음을 비워라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팀원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그냥 마음 비우고 '그러려니'하고 회사 다니는 게 차라리 속 편합니다.


문제의 근원은 잘못된 기업문화와 상사의 태도이기 때문에 이들이 바뀌기 전에는 팀원들이 아무리 발버둥 치고 노력해도 소용없습니다. 기업문화를 바꾼답시고 상사에게 분위기 쇄신을 요구한다거나 본인이 총대를 메고 더 적극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할 경우 잘못하면 상사와 동료들로부터 '총 맞을' 수 있습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이 통하는 게 아직도 많은 기업에서의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부서나 회사를 함부로 옮길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 경험상 그렇지 않은 회사, 그렇지 않은 상사는 별로 없었거든요. 한 마디로 단기간 내에 해결되기 어려운 국내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냥 마음 비우시고 편하게 회사 다니십시오.



(2) 단, 초심만은 잃지 말자


그 대신 지금의 초심만은 잃지 마십시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20년 전에도 당시 신입사원들이 같은 문제로 불만을 토로했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그때의 신입사원들이 지금은 대부분 차부장이 됐는데 자기들도 20년 전 차부장들과 똑같이 행동한다는 거죠. 상사한테 잘못 배우고, 이상한 기업문화를 체득하다 보니 예전에 자기들이 비판하던 사람들과 똑같이 된 겁니다.


지금의 팀원들은 부디 초심을 잃지 마시고 나중에 높은 위치에 올라가면 기업문화를 변화시켜 주세요.



2. 팀장


문제 해결의 열쇠는 팀장들이 쥐고 있습니다. 앞서 문제의 근원은 잘못된 기업문화와 상사의 태도라고 말씀드렸는데요. 팀장들이 먼저 변화하고, 이렇게 변화한 팀장들이 언젠가 임원이 되고, 임원이 회사를 변화시키면 결국 기업문화도 바뀌지 않을까요? 물론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하지만 '스텝 바이 스텝'으로 개선하는 게 결코 아니함만 못하지 않을 겁니다.


(1)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이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니다. 그 사람은 도움이 되는 존재다. 고마워해라.


먼저 사고방식을 바꾸십시오. 문제점을 지적했기 때문에 없던 문제가 갑자기 발생한 게 아닙니다. 그 문제점은 원래부터 있었고 그것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는데, 아니면 알고도 모른 채 하고 있었는데, 책임의식이 강한 누군가가 그것을 지적했을 뿐입니다. 그 사람에 대해서는 고마워해야죠. 혼내시면 안 됩니다.


문제점을 지적했기 때문에 없던 문제가 갑자기 발생한 게 아니다.
문제점은 원래부터 있었고 누군가가 그것을 지적했을 뿐이다.



(2) 대안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대안은 금상첨화이지 필수사항은 아니다.


물론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안까지 함께 제시하면 금상첨화이겠습니다만, 혼자 힘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대안이 없다고 비판까지 못하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일단 누군가가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다음에 모두가 함께 모여 대안을 고민해보는 게 훨씬 더 현실적인 방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제점이 발견되면 팀장님은 팀원들을 소집하십시오. 그래서 (1) 문제의 근원은 무엇이고 (2)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십시오. 대안은 금상첨화이지 필수사항은 아닙니다.


문제점이 발견되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고민하십시오. 괜한 사람 혼내지 말고. [사진 출처: tvN 드라마 '미생']


(3) 해결은 담당자의 몫이다. 문제를 지적한 사람은 지적한 것만으로도 땡큐다.


그리고 '결자해지'의 의미도 잘 모르면서 문제점을 지적한 직원에게 "결자해지 해야 한다"며 해결까지 부담 지우지 마십시오. 해결은 당초 그 업무를 담당한 직원의 책임입니다. 



(4) 문제를 지적한 직원에게 평가 시 가산점을 부여해라.

마지막으로 문제를 지적한 직원은 훌륭한 직원입니다. 평가할 때 가산점을 주십시오. 그래야지만 동기부여가 됩니다.



이상으로 문제점을 자유롭게 지적할 수 있는 건강한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 '51% 정답'을 말씀드렸습니다.


아, 갑자기 제 중학교 때 선생님이 생각나네요. 질문하면 혼내시던 존경스러운 우리 담임 선생님. "선생님, 이거 시험에 나오나요?"라고 여쭤보면 "너는 시험에 나오는 것만 공부하니"라면서 때리시고. 시험에 안 나오는 조금 어려운 내용 여쭤보면 "시험에 나오는 거나 똑바로 해"라면서 또 때리시고. 이런 식으로 하면 애들 맨날 때릴 수 있겠네요.


어쩌면 잘못된 기업문화는 우리의 경직된 학교생활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습니다. 


학교를 먼저 개혁해야 하나요?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Key Takeaways


1. 문제점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적하기 어려운 이유는 잘못된 기업문화와 상사의 태도 때문이다.

2. 이러한 문화를 바꾸기 위해 팀원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냥 마음 비우고 회사 다니자.

3. 문제 해결의 열쇠는 팀장들이 쥐고 있다. 팀장들이 변화한 뒤 언젠가 임원이 돼서 회사를 변화시키면 결국 기업문화도 바뀔 수 있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감하시면 다른 분들도 공감하실 수 있도록 공유 부탁드립니다.




이전 18화 존칭과 경어 사용을 늘리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