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존칭 & 경어 사용의 장단점
[사진 출처: tvN 드라마 '미생']
신임 팀장입니다. 제가 팀장 치고는 나이가 적은 편입니다. 저희 팀원 중에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도 있고요. 그래서 가급적 팀원들에게 존댓말을 쓰려고 하는데 괜찮을지 해서요. 아직도 저희 회사에서는 직급이 높으면 반말을 하는 문화거든요.
팀장이 팀원들에게 존댓말을 써도 좋을지에 대해서 질문하셨네요. 신임 팀장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볼 만한 매우 좋은 질문입니다.
팀장이 팀원들에게 반말을 쓰는 게 좋을지 아니면 존댓말을 사용하면 좋을지는 정말 '케바케'입니다. 어떤 분은 반말을 해도 진짜 정감 있게 하는 분이 있죠.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남대문 xx횟집의 욕쟁이 할머니를 들 수 있습니다. 욕을 들어도 기분이 좋은. 반면 어떤 분은 존댓말을 사용하는데, 분명히 "~요"자를 붙였는데 참 싸가지 없게, 재수 없게, 정 떨어지게 하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존댓말을 들어도 기분이 나쁜 경우죠.
하지만 제 '51% 정답'을 말씀드리자면, 대부분의 경우 존칭과 경어를 사용하는 게 반말보다는 더 좋습니다. 왜 그런지 설명드리죠.
Case 1: 권위가 넘치는 팀장
제가 예전에 모셨던 S팀장님은 '권위적이지는 않은데 권위는 있는' 분이셨죠. 사무실 책장에는 전문서적 대신 '신의 물방울' 같은 만화책이 진열돼 있었고, 문에는 철봉이 달려 있어서 턱걸이를 하면서 방에 들어가셨을 만큼 털털한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권위의 아우라를 풍기는 그런 타입이셨죠.
이 분은 반말보다는 존댓말에 가까운 말투로 팀원들을 대했습니다.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쓰셨는데 존댓말에 가까운 말투라고나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의 카리스마와 이 분에 대한 존경심이 상호 반응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S팀장님을 매우 어려워했습니다.
S팀장님과 같은 분은 굳이 반말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팀원들에게 존칭과 경어를 써도 충분히 권위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죠. 이런 분이 반말까지 하면 상대방은 위압감을 심하게 느껴서 주눅들 수 있습니다.
결론, 팀원들이 얼어서 벌벌 떠는 모습을 즐길 목적이 아니라면 권위가 넘치는 팀장님들은 존칭과 경어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Case 2: 권위가 부족한 팀장
권위나 카리스마랑은 거리가 좀 있는 분들 중에서 간혹 가다 권위를 세우기 위해 일부러 반말을 쓰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은 반말을 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왜냐하면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권위가 부족한 분이 이렇게 말하면 '왠지 나한테 반말을 쓰면 안 될 것 같은 사람한테 반말을 듣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빠지거든요.
결론, 권위가 부족한 팀장일수록 존칭과 경어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위의 두 가지 케이스를 종합해보면 권위가 넘치는 팀장은 안 그래도 권위가 넘치니까, 그리고 권위가 부족한 팀장은 오히려 권위가 부족하니까 존칭과 경어를 사용하는 게 좋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물론 논리가 조금 억지스러울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권위가 넘치는 팀장은 안 그래도 권위가 넘치니까,
권위가 부족한 팀장은 오히려 권위가 부족하니까
둘 다 존칭과 경어를 사용하는 게 더 좋다
물론 위의 케이스는 모두 듣는 사람 입장에서만 고려한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팀원들이 쩔쩔매는 모습을 즐기는 분이거나, 상대방이 반말을 듣고 기분 나쁘건 말건 상관하지 않는 분이라면 반말을 하든 존댓말을 하든 별로 개의치 않을 겁니다. 이런 분이라면 남들 기분 생각하지 않고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하겠죠.
하지만 팀원들에 대한 배려심이 있는 분이라면, 특히 본인보다 연배가 높은 팀원을 존중해드리고 싶은 분이라면 존칭과 경어를 사용하시는 것이 어떨까 제안드립니다.
그런데 아직도 직급이 높으면 무조건 반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차장이 부장보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부장이라면 응당 차장한테 반말을 해야 한다는 거죠. 차장이 부장의 학교 선배라도 상관없습니다. 학교보다는 회사가 우선이니까요. 그래서 이런 회사에서는 부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차장한테 가차 없이 반말하고, 오히려 사적인 술자리에서는 차장을 선배님으로 모시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죠.
도대체 우리나라에서는 직급이 높으면 나이나 성별과 관계없이 반말을 하는 기업문화가 왜 생겼을까요? 물론 이에 대해 체계적으로 조사한 자료는 없겠지만, 추정해보자면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 남자들만의 군대 문화
먼저 군대 문화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군대에서는 한 달만 빨라도 반말이니까요. 군대 생활을 해온 남성분들이 제대 후 취직한 뒤에도 그때의 습성을 못 버려 회사에서도 군대처럼 행동하려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2. 상명하복의 필요성
하지만 그것만 갖고는 왠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직급이 높은 사람이 반말을 하는 건 여직원들도 마찬가지이니까요. 회사에서는 가끔 나이가 어린 여직원이 1년 선배랍시고 언니들한테 반말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군대 문화 말고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요?
반말하는 기업문화의 또 다른 이유로 상명하복의 필요성을 들 수 있습니다.
제 첫 직업은 언론사 기자였습니다. 당시 기자들 사이에서는 상명하복이 신조였죠. 가령 어느 지역에 50중 추돌 교통사고가 났어요. 그래서 가장 가까이 있는 기자한테 급히 전화를 때려 취재를 지시했는데 이 기자가 "아, 선배, 저 오늘 여자친구 생일이에요"라면서 못 간다고 하면 황당하겠죠. 그래서 당시 언론사에서는 선후배 간 상명하복이 군대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회사에서는 반말 문화가 필수겠죠. (그런데 사실 이것도 약간은 '물음표'입니다. 상호 존칭을 사용하면서도 지시는 할 수 있으니까요.)
3. 호봉제와 공채 제도의 영향
또 하나는 호봉제와 공채 제도의 영향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직장생활을 시작한 90년대 중반에는 연봉제보다는 호봉제가 더 일반적인 제도였습니다. 입사 1년 차에는 1호봉, 2년 차에는 2호봉, 이런 식이죠. 그런데 1년 차라도 대학원졸이면 3호봉, 군대를 현역으로 갔다 오면 역시 3호봉, 그러나 군대를 18개월 방위로 다녀오면 2호봉이었습니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매년 호봉이 1단계씩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호봉이 같으면 월급도 거의 같았죠.
그리고 아직도 많은 회사에 존재하는 공채 제도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내 회사 중에는 여전히 공채 기수로 선후배를 따지는 회사가 많죠.
중요한 점은 호봉제와 공채 제도가 합쳐진 과거에는 선후배간 직급의 역전이 웬만해서는 잘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올해에는 공채 8기가 부장 승진을 할 차례다" 뭐 이런 식이었죠. (사실 지금도 완전한 연봉제는 아니고 호봉제의 잔재가 어느 정도는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직급의 역전이 거의 없다 보니 한번 선배는 영원한 선배일 가능성이 높았고, 그렇기 때문에 직장 선배는 후배에게 반말을 하는 게 일상적인 현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놀라운 건, 지금은 직장에 여성분들도 많고, 상명하복보다는 창의성과 합리성이 요구되는 업무 비중이 높아졌고, 많은 기업에서 호봉제도 사라졌고, 공채 제도는 아직 존재하지만 경력직 수시채용의 비율이 매우 높아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말 문화'는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만 놀라운가요? 저는 놀라운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처음에는 군대 문화가 매우 강한 직종에 종사했습니다. 그다음에는 모든 직원들이 서로 존칭을 사용하는 회사를 다녔습니다. 물론 이 회사에서도 사석에서는 '형님-동생, 언니-동생, 누님-동생, 오빠-동생'하는 문화가 있었지만 적어도 공식 석상에서는 반드시 '~님' 존칭과 경어를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저는 두 번째 회사를 좀 오래 다닌 관계로 직장 동료에게 존칭과 경어를 쓰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배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모든 직장동료들에게 '~님'자 존칭과 경어를 사용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에 대해서 의아해하죠. 그러면 저는 그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1. "언제 내 상사가 될지 모른다"
요즘 회사에서는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가 언제 뒤바뀔지 모릅니다. 제 경우가 그랬는데요. 미국에 2년 동안 대학원을 다니다가 회사에 복귀해보니 제 1년 후배가 팀장이 되었고 제가 그 팀에 팀원이 된 겁니다. 다행히 그분은 저랑 동갑이었고 서로 존대하며 '뤼스펙트'하는 사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어색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과거에 1년 선배랍시고 군기라도 잡거나 했다면? 아,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제 부하직원이 언제 제 상사가 될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런 상황에 대비해 모든 직원분들께 존칭과 경어를 쓰죠."
2. "오너 일가 분들에게만 존칭을 쓸 수는 없다"
가상의 상황으로 가령, 제가 그동안 팀장으로서 모든 팀원들에게 야자 깠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팀 막둥이가 회장님 조카라네요. 그래서 몇 년 후 임원이 된다네요. 그러면 제 상사가 된다는 의미인데... 그렇다면 지금부터 존댓말로 대해 드려야죠. 오너 일가인데. 그러면 문제는 팀원 중 누구한테는 존대하고 누구한테는 야자 까고. 팀원들이 저를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저 스스로도 너무 비굴하다는 생각이 들 것 같네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오너 일가 분들에게만 존칭을 쓸 수는 없잖아요. 그럼 제 자신이 너무 비굴해 보이니까요. 그래서 모든 직원분들께 존칭과 경어를 쓰죠."
3. "여성분들과 지나치게 친해 보이고 싶지 않다"
이건 좀 마이너한 이유인데 저는 제 와이프 말고 다른 여성분들과는 너무 친해 보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반말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오빠-동생 부르게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너무 친해 보이게 될 것이고. 그렇다고 여성분들에게는 모두 존대하고 남성분들에게는 모두 반말하고 하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와이프 말고 다른 분들과는 말을 잘 못 놓습니다. 그래서 모든 직원분들께 존칭과 경어를 쓰죠."
물론 위 세 가지 이유가 모두 조금씩 억지스럽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존칭과 경어를 쓰면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1. 위압감을 덜어줄 수 있다 (but, 팀장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맨 처음에 말씀드린 내용인데 상사의 계급장을 떼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부하직원들은 반말로 인한 위압감에서 해방될 수 있죠.
물론 이에 따른 단점도 있습니다. 팀장 입장에서는 팀원들이 자기를 어려워하지 않으니까 왠지 가오가 상할 수도 있죠. 리더십과 통제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요. 팀원들이 팀장을 너무 편하게 대하면 좋은 말로는 '자유로운 분위기'이지만 나쁜 말로는 '당나라 군대' 죠.
2. 왠지 프로페셔널해 보인다 (but, 샌님처럼 보인다)
아무래도 프로페셔널 펌에서, 그리고 글로벌 회사에서 상대적으로 존칭을 많이 쓰다 보니 존칭을 쓰는 사람은 왠지 프로페셔널해 보일 수 있습니다. 덜 꼰대처럼 보일 수도 있고요. 그냥 합리적이고 세련돼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양날의 칼이죠. 조금이라도 짝꿍(Nerd)스러운 분이 너무 깍듯이 존칭을 사용하면 샌님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옛날 분들은 이런 사람을 '마지메'라고 불렀죠. 우리 때에는 '범생이'라고 했고요.
3.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둘 수 있다 (but, 친근감이 떨어진다)
그리고 경어를 쓰면 직장 동료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 있어서 사적인 정에 휩쓸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도 물론 양면이 있죠. 반말을 쓰면서 호형호제해야 친근감도 있고, 그러면서 친해지고 정들어야 부탁도 들어주고 하니까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게 개인 입장에서는 안 좋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어느 누구라도 사적인 정에 이끌려 팔이 안으로 굽는 상황은 막아야 되니까 경어 사용을 장려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는 모든 직장인들이 직급과 관계없이 적어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만은 서로 존칭과 경어를 사용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단, 군인이나 경찰과 같이 상명하복이 꼭 필요한 일부 직장은 예외입니다.) 물론 단점도 있겠죠. 하지만 이를 상쇄할만한 장점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려서 그런 날이 언제 올지, 아니 '과연' 올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제 주위의 많은 분들이 직급에 따라 반말을 서슴없이 하시고 그것이 매우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니까요.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도 90% 이상은 제 제안에 반대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 경험을 잠깐 말씀드리면 조금 황당하지만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가 부장이던 시절 저보다 연배가 위인 차장님과 회의를 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요. 당시 저는 그분을 "차장님"으로 호칭하면서 존대를 해드렸죠. 그러자 한 임원분이 저를 부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오부장, 직급이 낮은 사람한테 왜 반말을 못해. 그러면 결국 네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위에서는 생각할 거야. 앞으로 그냥 말 까. 알았어?"
저는 '님'자 호칭을 하건 말건, 존대를 하건 말건, 업무를 지시하는 데에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상호간 예의를 갖추고 존중하는 것과 업무 지시는 하는 것은 별개의 이슈라고 믿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처럼 생각하시지 않는 분들이 아직 직장에서는 대다수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상호 '님'자로 호칭하고 경어를 사용하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요? 저 어렸을 적에 아버님 직장에 가면 '미쓰 김', '미쓰 리' 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그런 분들 없잖아요.
...
차라리' 미쓰 김' 시절이 더 좋았다고요? 지금은 그냥 이름을 부른다고요?
'야! 김XX !' 이렇게요?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1. 반말하는 기업문화가 널리 퍼진 데에는 남자들만의 군대 문화, 상명하복의 필요성, 그리고 호봉제와 공채 제도의 영향이 한몫한 것 같다.
2. 반말 대신 존칭과 경어를 사용하면 위압감을 덜어줄 수 있고, 왠지 프로페셔널해 보이고,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것은 '양날의 칼'처럼 동시에 단점도 된다.
3. 모든 직장인들이 직급과 관계없이 적어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만은 서로 존칭과 경어를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차츰, 아주 조금씩 실천하자.
저는 우리나라 직장에서의 많은 문제들이 권위주의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미팅이 자유로운 의견교환이 아니라 일방적인 지시 하달이나 단체 받아쓰기로 변질되는 상황, 상사에게 간단한 질문조차 자유롭게 할 수 없는 분위기, 시키면 무조건 해야만 하는 속칭 '까라면 까' 문화 등 많은 문제들이 직장 내 권위주의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권위적인 조직문화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사항 한 가지로 '존칭과 경어 사용'을 제안드립니다.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오랫동안 유교적인 관습을 숭배해온 관계로 존댓말이 많이 발달했습니다. 유학을 '유교'라고 칭하듯 심지어 종교의 레벨로까지 끌어올렸으니까요. 이처럼 한국어에 존댓말이 존재하는 이상 직장 내 권위주의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보니까 영어에도 경어 표현이 있더라고요. 사실 저희가 잘 몰라서 그렇지 대부분의 언어에는 경어 표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어에는 확실히 있고, 영어에도 분명 있고요.
하지만 미국의 경우 같은 회사 사람들끼리는 반말을 쓰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한국의 존댓말처럼 "Mr. Smith"하면서 정중한 표현을 쓰지만 상대방이 "Please, call me John"하는 순간부터 편하게 반말을 하더라고요.
결국 언어에 존댓말이 있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상하 계급관계를 수평관계처럼 만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미국에서도 "Please, call me John"이라는 말을 젊은 사람 또는 직급이 낮은 사람이 먼저 하지 않고 연장자 또는 상위 직급에 있는 분이 먼저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나라도 회사에서 직급이 높은 분이 먼저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미국처럼 직장에서 반말을 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존댓말보다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 있겠네요. 하지만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는 약간 갸우뚱해집니다. 직장에서 갑자기 모든 사람에게 반말을 하면... 사장님께서 매우 싫어하시겠죠. 그래서 일단 모든 사람들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을 제안드립니다.
어때요? 처음에는 좀 어색하겠지만 존댓말 사용을 오늘부터 조금씩 늘려볼까요?
최근 지인과 함께 회사를 창업했는데 오늘은 저희 회사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저희 회사에서 매우 특별한 시험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전 직원에 대한 존칭과 경어 사용입니다. 일단 존칭으로는 '~님' 호칭을, 경어로는 '~요' 마침을 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다나까' 체계는 너무 군대문화 냄새가 나서요.
사실 국내에도 존칭과 경어를 사용하는 회사는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말만 그렇게 한다는 것이죠. 업무를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직원을 하대하는 기업문화는 그대로 둔 채 말만 존칭과 경어를 쓰는 경우입니다.
“찰리브라운님, 그냥 까라면 까지 무슨 잔말이 그렇게 많아요?”
“내가 당신 일하는 것 볼 때마다 미치고 팔짝 뛰겠어요, 찰리브라운님.”
이런 식이죠.
‘~님’자 호칭을 쓰는 것을 홍보하는 것으로 유명한 모그룹은 회장님께서 엘리베이터를 타실 때에는 5분 전부터 다른 직원들이 엘리베이터를 못 타도록 통제하기도 합니다. 회장님 눈에 직원의 모습이 띄는 것을 무슨 대단한 불경인 양 간주하기 때문이죠.
앗, ‘회장님’이 아니죠. ‘XXX님’이죠.
언행불일치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희는 말로만 존칭과 경어를 쓰는 회사가 아니라 실제로 직원들이 ‘존’과 ‘경’을 받는 기업문화를 가진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만에 하나, 정말 만에 하나 저희 회사가 크게 성공한다면, 존칭과 경어를 사용하고 실천하는 기업문화를 대한민국에 널리 퍼뜨리고 싶습니다.
에공. 제 꿈이 너무 큰 가요?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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