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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브라운 May 28. 2018

통일을 이루려면 먼저 '통일'을 내려놓아야 한다(?)

찰리브라운의 음악에 대한 51% 부족한 생각

[사진 출처: 신용남의 '끈' 앨범 커버]




'우리의 소원'이라는 노래 잘 아시죠? 아마 어렸을 적 한두 번쯤은 다들 불러보셨을 텐데요.


'우리의 소원은 통일 / 꿈에도 소원은 통일 / 이 정성 다해서 통일 / 통일을 이루자'라는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동요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전인 1947년에 발표되었습니다. 당시 여러 문예 분야에서 활동하던 안석주씨가 가사를 썼고 서울대학교 음대생이었던 그의 아들 안병원씨가 작곡한 곡이죠.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북한에서도 많이 불려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이 노래의 주제인 통일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합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데 통일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통일은 대박"이라고 주장하면 그냥 통일이 되는 것인지... 아니, 이보다 먼저 과연 통일을 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인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제 '51% 부족한 생각'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Disclaimer: 저는 음악 평론가도 아니고 정치 평론가는 더더욱 아닙니다. 평범한 20년 차 직장인에 불과합니다. 직장생활에 대해서는 '51% 정답'을 말씀드렸지만 음악에 대해서는 '51% 부족한 생각'을 말씀드리는 것이니, 저와 생각이 다르시더라도 크게 개의치 마시고 "이런 이상한 주장도 있구나" 정도로만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통일에 대한 염원에는 좌우가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정치적 색채가 180도 다른 남북한 모두가 '우리의 소원'을 함께 부르는 상황에서 남북한보다는 상대적으로 정치적 스펙트럼이 좁은 대한민국 내 좌우파 간에 통일에 대한 염원이 크게 다르지는 않겠죠.


2018년 4월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예술인 연합무대에서 출연진과 함께 '우리의 소원'을 부르는 북한 관객들 [사진 출처: 연합뉴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가끔씩은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겉으로는 다 같이 '통일'을 외치지만 그 속내는 제각각일 수 있지 않을까?


과거에는 통일을 한답시며 무리하게 북진을 주장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반대로 통일을 핑계로 체제 전복을 꿈꾸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통치 수단의 하나로 통일론을 펼치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이처럼 많은 분들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말씀하시지만 통일을 주장하는 꿍꿍이 속내는 달랐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정말 순수한 뜻에서 통일을 설파하시는 분들도 계셨지만요.


제가 궁극적으로 던지고 싶은 질문은 "통일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아 하는가?"이지만 이에 앞서 먼저 생각해보고 싶은 점은 "통일을 하면 무엇이 좋은가?", 아니 "통일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가?"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많은 분들이 통일을 주장하시는 이유는 달랐을지 몰라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생각에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우리의 소원'과 같은 노래를 부르면서 통일은 마치 절대 지상과제인 것처럼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해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통일을 반대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조금 이상한 사람'으로 간주해 왔고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통일에 대한 염원에는 좌우가 없기 때문에 통일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반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좌우 모두로부터 공격을 받았고요.


하지만 한 번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 입장에서 통일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악마의 변호인 (Devil's Advocate) -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면서 선의의 비판자 역할을 하는 사람. 천주교 성인 추대 심사에서 추천 후보의 불가 이유를 집요하게 주장하는 역할을 맡는 사람을 ‘악마’라고 부른 데서 유래. 모두가 찬성할 때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서 토론을 활성화시키거나 또 다른 대안이 있는지를 모색하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제 지인 중에는 통일을 반대까지는 하지 않지만 "무리한 통일 추진은 리스크가 있다"며 우려를 표하시는 분들이 몇 분 계십니다. 그렇다고 이분들이 지금처럼 남북한 간 대치상태가 영원히 지속되기는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요. 북한 주민들의 어려운 실상을 접할 때마다 누구보다 마음 아파하며 안타까워하시는 선한 분들입니다. 다만 무리하게 통일을 추진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할 뿐이죠.


그럼 지금부터 통일에 대한 악마의 변호인 입장을 한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느 한 분의 주장이 아니라 여러분들의 주장을 제가 정리한 내용입니다. 그분들의 말투로 한번 들어볼까요?




일부에서 '무리한 통일 추진'을 우려하는 이유



1. 통일은 체제 전복을 수반하기 때문에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초래한다.


우리 한 번 역사를 살펴볼까? 역사상 수많은 국가들이 분단과 통일을 반복해 왔지. 이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좀처럼 반박하기 어려운 사실을 한 가지 확인할 수 있어.


서로 다른 두 정치 체제 간 통일을 하는 과정에서
두 체제 중 어느 하나는 반드시 붕괴한다


중국 대륙의 통일 과정에서도 그랬고, 베트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지. 평화통일을 한 독일의 경우를 볼까? 독일이 비록 평화통일은 했지만 그 과정에서 동독의 사회주의 체제와 정부는 붕괴되었지.


이처럼 분단 기간이 비교적 짧았고 민족적 동질성에서도 크게 차이가 없었던 나라들에서조차 서로 다른 두 정치 체제는 양립하기 어려웠어. 하물며 분단 상태가 70년 넘게 지속되어왔고, 정치 체제는 물론 언어와 사고방식마저 판이하게 다른 남북한 간에는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


남한에서는 30년 가까이 민주정치제도를 유지해왔지. 반면 북한은 현존하는 국가 중 가장 오래된 독재세습정치제도를 갖고 있고. 두 체제 간 간극이 얼마나 크냐 하면, 너무나 커서 그 중간점을 찾을 수조차 없을 정도야.


결국 통일을 하려면 두 국가 중 어느 한쪽은 스스로의 체제를 포기하고 다른 한쪽의 체제에 흡수될 수밖에 없게 되겠지. 그런데 과연 그것을 용납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국민의 거의 대부분은 현 민주정치제도를 포기하지 않으려 할 거야. 당연하지. 우리가 어떻게 해서 이룬 민주제도인데... 아무리 통일이 우리의 소원이라지만 북한 독재체제 하에서 살 수는 없잖아? 북한 정부도 마찬가지 아닐까? 장성택씨의 처형에서 보았듯 현 권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리스크는 조금이라도 용납하지 않잖아?


이처럼 남북한 어느 한쪽도 통일을 위해서 현 정치 체제를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통일을 추진할 경우 어떻게 될까? 남북한 간의 상이한 두 정치 제도는 체제 경쟁을 벌이게 되겠지.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서로를 심하게 공격할 것이고. 또 공격을 당한 쪽은 더욱 심하게 저항할 것이고. 어느 한쪽이 완전 붕괴될 때까지 그러한 상황이 지속되겠지.


북한 정권이 동독정권의 경우처럼 평화적으로 권력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 오히려 무리한 권력 유지를 위해 대규모 살상과 전쟁에 의존할 수도 있어.


민족애로 극복할 수 있다고? 고작 얼마 되지도 않는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서 형제간에도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게 현실인데, 일면 부지의 말도 잘 안 통하는 사람들끼리 민족애로 극복한다고? 자신의 재산과 자유와 목숨이 걸린 일인데?


과연 통일이 그러한 혼란을 감당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일까?



2. 통일은 주변국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너의 주장에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통일은 우리 주변국들이 용납하지 않을 거야.


남북한은 과거 냉전시대에는 미소 간 완충지대 역할을 했고 지금은 소위 'G2'인 미중간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지. 그게 받아들이기 싫지만 냉엄한 현실이야.


만약 통일이 되어 한반도에 친미 정권이 들어선다면 중국의 입장은 어떨까? 중국은 친미국가와 국경을 마주하게 될 것이고 이를 절대 반길리 없겠지. 사드 배치에도 그렇게 심하게 반발했는데 한반도 전체에 친미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그것보다 훨씬 더한 일도 벌이겠지. 심지어 군사적 위협을 가할 수도 있어.


그것은 만약 입장이 바뀐다면 미국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일본은 경제적 이유로 반기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우리가 중립국을 천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뭐 할 수야 있겠지만 일본과 같은 경제 대국도 친미를 견지하고 있는 입장에서 우리가 중립국의 역할을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국내 그룹이 운영하는 할인점을 보이콧하는 중국. [사진 출처: MBN]



3. 통일은 21세기에 맞지 않는 19세기적 발상이다.


야! 야! 우리도 통일되면 일본 못지않은 경제 대국이 될 수 있어. 그리고 중립국을 왜 못 해? 과거 스위스도 해왔는데 우리라고 못할 이유는 없지. 우리도 엄연한 자주국인데. 물론 그래서 스위스 물가가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이유로 통일에 대해서 의문을 갖고 있어. 너희들이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얘기했다면 나는 철학적, 역사적 관점에서 얘기하고 싶어.


통일은 '하나의 민족은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하나의 국가를 이뤄야 한다'는 민족주의적 사상에 기반하고 있어. 이러한 사상에 기반하여 19세기에 이탈리아와 독일이 통일 국가를 이룩했지. 그런데 나는 다음과 같은 의문이 있어.


그러한 민족주의적 사상이 오늘날 현실에 과연 맞는 사상인가?


하나의 민족이 서로 다른 정치 체제를 유지하며 평화롭게 사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인가? 독일과 오스트리아도 민족적 뿌리와 언어가 유사하지만 서로 다른 정치 체제를 유지하면서 친한 이웃으로 잘 살고 있잖아. 우리도 그렇게 살면 안 되나?


아니, 오늘날에는 미국처럼 서로 다른 민족적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의 정치 체제 하에 더불어 사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 아닌가? 그리고 비록 같은 민족이라도 추구하는 정치적 이상이 다르다면 서로 다른 정치 체제 하에서 사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은가? 그것이 21세기 현실에 더 맞지 않나?



4. 통일 효과 중 상당 부분은 통일을 하지 않아도 이룰 수 있다.


너는 지금 남한과 북한이 독일과 오스트리아처럼 사이좋은 이웃으로 살 수만 있다면 그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나도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아.


물론 지금처럼 서로 반목하고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상황은 나도 반대하지. 하지만 서로 좋은 이웃으로 지낼 수만 있다면 무리해서 통일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많은 사람들이 통일의 좋은 점에 대해서 주장하지만 나는 그러한 효과 중에서 상당 부분은 굳이 통일을 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


남북한 간 긴장 완화? 전쟁의 위험 제거? 통일하지 않아도 돼! 남북한 정부 간 서로를 인정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되잖아.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양 정부 간 신뢰가 쌓이면 전쟁의 위험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겠지. 한국과 일본 간 전쟁의 위험이 거의 없잖아.


이산가족 상봉? 고향 방문? 통일하지 않아도 돼! 양국이 수교하고 자유로운 왕래를 허용하면 되잖아. 실향민들이 고향을 방문할 수 없는 이유는 통일이 되지 않아서가 아니야.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통일 유럽국을 이루지는 않았지만 자유롭게 왕래하잖아.


북한 근로자 채용? 양질의 노동력 활용? 통일하지 않아도 돼! 외국인 근로자 채용하는 것처럼 북한 분들을 채용하면 되잖아.


북한 주민의 경제적 환경 개선? 통일하지 않아도 돼! 남북한 간 긴장 완화만 된다면 이웃 국민들 간 얼마든지 경제적으로 도울 수 있어.


아마 거의 유일하게 할 수 없는 것은 북한에 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그것은 북한 정부가 붕괴되지 않는 한 할 수 없겠지. 하지만 민주 정부가 없는 나라는 이 세상에 북한 말고도 많아. 북한에 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하기 위해서 통일을 한다는 것은 조금 무리한 생각이 아닐까?




이상으로 '무리한 통일 추진'을 우려하는 지인분들의 의견을 들어 보았습니다. 얼핏 보면 일리가 있는 주장인 것 같기도 하고. 다시 생각해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이분들의 주장에서 공통된 점 한 가지는 '남북한 간 평화 정착'입니다. 이분들은 통일 그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통일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평화적 상황'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을 뿐이죠.


정확히 말씀드리면 이분들은 "언감생심 '통일 국가'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남북한 간 '평화 정착'만 되어도 정말 좋겠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입니다. 남한과 북한이 미국과 캐나다 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처럼 자유롭게 왕래하고 교류하는 사이좋은 이웃으로 지내기를 바라는 분들이죠.


남북한 간 평화 정착은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 모두가 바라는 바입니다. 우리의 소원이 통일인 이유는 한반도에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가져오기 위함이죠. 단순히 국가 면적을 넓히고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 통일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물론 개중에는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지하자원을 활용하기 위해서 통일을 해야 한다"는 분들도 있기는 하지만 통일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반도 평화가 아닐까 합니다.


결국 평화 정착은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들이나 무리한 통일에 따른 리스크를 염려하는 분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바라고 있는 바입니다.


사실 그동안 남북 관계를 살펴보면 어느 한 측에서 '통일'을 강하게 주장하면 할수록 다른 한 측은 긴장을 하곤 했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통일은 '무력 통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통일을 외칠수록 우리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죠. 반면 대한민국이 추진하는 통일은 '흡수 통일'이라는 것을 북한 역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통일, 또는 개혁과 개방을 요구할수록 남북 관계는 얼어붙었습니다. 과거 소련의 공산주의 정부 붕괴를 앞당긴 것이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라는 것을 북한 정부가 모를 리 없겠죠.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를 추진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


이처럼 그동안은 '통일을 추진하면 할수록 통일은 오히려 멀어지는' 아이러니가 있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남북한 정부 간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한반도 내에서 평화가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통일을 추진할수록 통일은 오히려 멀어져 왔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 모두 잠시 통일에 대한 논의를 접고 평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면 어떨까요? 통일 후 자본주의 정부를 세울지, 공산주의 정부를 세울지, 민주정치를 할지, 독재정치를 할지 잠시 잊어버리고 한반도 내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에만 노력하면 어떨까요?


평화 정착은 무리한 통일 추진을 우려하시는 분들이 가장 바라는 바입니다. 또한 남북한 간 통일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반도 내에 평화를 실현해야 합니다.


결국 '평화 정착'이야말로 통일은 염원하는 우리들이나, 통일에 대해 우려하는 일부 분들이나, 대한민국 정부나, 북한 정부나 모두가 함께 염원하는 바가 아닐까요?




통일을 이루려면...


그럼 이제부터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 '51% 부족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앞서 말씀드린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1. 남북한 간 서로를 인정해야 한다.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사항은 남북한 간 서로를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달리 말해 흡수 통일이나 무력 통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는 것이죠. 그것이 양국 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첫걸음이 아닐까 합니다.


"아직도 군사적으로는 엄연히 우리의 주적인 북한과 어떻게 화해를 할 수 있는가?"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HBO 미드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에 나오는 다음 대사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We only make peace with our enemies. That's why it's called making peace." 약간 의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화해는 같은 편끼리 하는 게 아니라 적과 하는 것이다


물론 북한이 일으킨 전쟁으로 가족을 잃으신 분들의 아픔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제 친가와 외가 모두 그러한 아픔이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화해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에는 이미 두 세대 이상의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북한도 과거의 잘못을 정식으로 사과하고, 동시에 양국 모두 대승적인 차원에서 화해를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요?


'왕좌의 게임'에서 가장 교활한 인물인 Peter Baelish. Lord Varys 못지 않게 많은 명언을 남겼다. [사진 출처: HBO 미드 'Game of Thrones']



2. '통일'보다는 먼저 '평화 정착'에 힘써야 한다.


물론 단순한 평화 정착보다는 완전한 통일을 선호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평화를 먼저 이뤄야만 통일을 논할 수 있습니다. 평화는 통일을 가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그리고 평화는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바입니다.



3. 통일을 이루려면 결국 '통일'을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평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양국 모두 잠시 통일을 잊어버려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남북한 모두 통일을 포기해야 한다'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통일을 포기해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의 소원'을 부르지 말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통일을 논의하기에 앞서 먼저 평화를 정착시키자는 말씀이죠. 그리고 그러한 평화가 구현될 때까지는 잠시 통일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을 주장하지 말자는 얘기입니다.


어쩌면 그것만이 우리의 소원인 통일을 실현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글을 마치며 분단의 아픔과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은 노래 한 곡을 소개할까 합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헤어진 부부에 대한 노래로 가사가 정말 애잔하네요.


저 멀리 나는 새야 / 이 말 좀 전해 주겠니 / 내가 아직 여기 / 여기 있다고 / 먼저 가지 말라고
꼭 다시 만나자고 / 늘 함께한 그곳에서 / 서로 마주 앉아 그저 웃으며 / 손 한번 잡아 보자고
곧 다시 만나자고 / 그곳에서 함께 / 꼭 다시 만나자고 / 언젠가는 함께
다시 만나자고 / 한 번만 안아 보자고


'끈' by 신용남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우리 모두 기도하고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남북으로 갈라져 생이별한 남편을 끝내 잊지 못하는 부인의 애환을 애처롭게 그린 영화 [사진 출처: 영화 '민우씨 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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