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중, 고등학교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글에서는 SNS를 통해 아픔을 겪는 사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여러 SNS에 대한 정보, 기사, 칼럼을 보다 보면 이를 악용하는 사례에 대해 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계정 해킹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연예인들의 과거 학교 폭력에 대해 다루는 기사를 많이 보게 된다. 과거라면 최소 1990년대부터 2010년 전후 정도의 시기다. 이때만 해도 요즘만큼 소셜미디어를 활발히 하는 시대는 아니었다. 그리고 요즘처럼 코로나 때문에 학교를 못 가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매일 친구들과 얼굴을 보면서 웃고 지내는 일이 일상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옛날보다 소셜미디어가 많이 성장했고 그만큼 이용자 수도 매우 증가했다. 학생들은 코로나 때문에 등교를 하는 일도 줄었다. 하지만 친구나 직장 동료의 존재는 변하지 않는 부분이다. 하물며 SNS를 통해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들과 인연을 맺기도 한다. 이렇듯 요즘 사람들은 SNS를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며 웃고, 울기도 한다.
오늘 아침, 한 기사를 봤다. 어떤 초등학교 여학생(이하 A양)이 겪은 사이버 학폭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루는 A양이 부모님에게 '친구가 카톡 방에서 울어요'라고 말한다. A양은 갑자기 왜? 카톡방에서의 친구 이야기를 전하게 된 걸까?
사실 A양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이야기할 용기를 내지 못해 간접적인 SOS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최근 같은 반 친구들과 다툰 뒤, 학급 친구들이 모두 참여해있는 단톡 방에서 A양을 비방하는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돼지 몸에 A양 얼굴을 합성한 사진, A양 페이스북에 올린 공연 영상에 대한 조롱 글 등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말들이었다. 결국 A양은 2주 동안 심리 상담을 받게 되면서 학교에 알렸고 법적 분쟁 끝에 비방글을 조장한 친구 B양은 소년법상 보호 처분(2호 수강명령)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코로나 확산으로 학교 폭력을 겪는 학생이 크게 늘고 있다. 원격수업이 계속되고 컴퓨터나 모바일 등 학생들 또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학교 폭력의 공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것이다.
사이버 학폭의 종류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피해 학생을 특정해서 SNS에 비방글을 올리는 저격 글, 카톡 단체방에서 한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욕설을 하는 '떼카', 피해 학생이 대화방을 나가면 반복해서 다시 초대해 괴롭히는 '카톡 감옥', 스마트폰 테더링 기능을 이용해 특정인의 데이터를 공용으로 사용하는 '와이파이 셔틀' 등이 있다. 또 폭력 현장을 촬영해서 온라인에 올리는 등 오프라인 학폭과 결합된 형태로도 나타나고 있다.
사이버 학폭은 시공간 경계가 없고 24시간 어디서든 노출될 수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퍼지면 2차 가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온라인에서만 벌어지다 보니 가해자가 피해자의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 직접 목격하거나 짐작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자녀의 사이버 학폭 피해 사실을 어떻게 미리 알아챌 수 있을까?
기사를 통해 알아본 전문가들의 조언은 '자녀의 행동이나 말투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라고 한다. 대표적인 징후는 자녀가 불안한 기색으로 모바일이나 컴퓨터를 자주 확인하면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카카오톡 프로필 등 SNS 상태 메시지나 프로필 사진 분위기도 자녀의 변화를 알아챌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갑자기 우울해하거나 부정적으로 바뀐다면 한 번쯤 사이버 학교 폭력을 의심해봐야 한다.
반대로, 이를 통해 가해 사실을 알아챌 수도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 상태 메시지에 상대를 비방하고 험담하는 짧은 저격 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가해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렇듯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남의 이야기를 하듯 자신의 피해 사실을 털어놓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우리 반 친구 ○○가 카톡 감옥 때문에 울었다', '몇몇 친구들이 친구한테 야한 영상이랑 사진을 보낸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이럴 때일수록 부모님(혹은 친한 친구)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이야기할 용기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보내는 간접적인 SOS 신호임을 의심하거나 알아채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자녀가 사이버 학폭을 당했을 때 속상해서 야단을 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이후의 '첫 반응'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속상하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불쑥 던진 부모의 말이 자녀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못살아. 그동안 왜 말을 안 했어!
대체 평소에 학교생활을 어떻게 한 거야?
내일부터 당장 학교 가지 말고 일단 집에 있어
~등 안타까움에 무의식 중으로 내뱉거나 과장하는 등의 말은 절대 조심해야 한다. 상황이 심각해지면 피해 사실을 고백한 아이가 더 주눅 들어 아예 입을 닫게 되고, 결국 부모가 피해 상황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게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동안 혼자 힘들었을 자녀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지금이라도 얘기를 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이다. 일부 부모는 화를 참지 못하고 가해 학생이나 보호자를 직접 찾아가 욕설과 폭행 등의 보복을 해 오히려 자신이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아이와 충분히 대화를 나눈 뒤 3단계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라고 조언한다.
1단계 : 증거 확보하기
2단계 : 주위에 도움 청하기
3단계 : 사이트 관리자에게 삭제 요구하기
가해자를 무작정 차단하거나 있던 공간에서 탈퇴하기 전에 무조건 단톡 방에 남아있는 관련 내용을 캡처하는 등 관련 증거를 충분히 수집해놓아야 한다. 이후에는 학교나 경찰 등 관련 기간에 도움을 요청하고 웹사이트 업체나 관리자에게 피해 사실을 알려야 한다. 단, 사이버 학폭의 수위가 높거나 복잡하다면 수사 기관 혹은 변호사 등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야 한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의 기사를 접하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삶을 풍족하고 유익하게 즐길 수 있는 수단이 누군가에겐 스트레스로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실한 건, 계속해서 끊이지 않는 학폭 이슈는 언제 사라질 수 있을지, 이를 위해 내가 노력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지? 디지털 마케터로서도 풀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