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의 꿈을 잠시 접고 스타트업 마케터로 일하게 됐다.
2020년 8월. 5년 3개월이라는 경력을 가지고 퇴사를 했다. 그리고 6개월 반이 지나 소셜벤처 스타트업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자발적 입사는 아니었다. 내 나름의 콘텐츠로 각 브랜드 뉴스레터를 리뷰하는 포스팅을 꾸준히 업로드하곤 했었는데, 내가 리뷰했던 기업에서 스카웃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솔직히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나는 프리랜서 위치가 좋았기 때문이다. 물론 통장이 텅장이 되어가는 것을 볼 때면 가슴 깊숙이 찌릿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다시 '회사'를 다니자니 ①아침에 출근해서 다음 날 해가 뜨는 것을 보고 ②택시로 귀가 후 ③집에서 옷만 갈아입고 ④다시 출근을 하는 이 말도 안 되는 생활을 정말로 다시는 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도 참 사람은 사람인가 보다. 그동안의 노력을 알아준 곳에서 좋은 제안을 해주다니 뭔가 감격스럽기도 했다. 나를 인정해주는 곳에서 일할 수 있다는 기회는 또 언제 올 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놓치고 싶지 않았다. 스타트업 회사라고도 하니 고민이 안되려야 안될 수가 없었다.
결국 나의 답은 'OK'였다.
출근 첫날, 오후 2시에 출근해서 대표님과 인사팀장님과 근로계약서를 쓰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같이 일할 팀원들에게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무실은 엄청 조용했다. 물론 조용한 것을 싫어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왠지 숨 쉬는 것도 눈치 봐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좋은 아이디어는 주고받는 대화나 오고 가는 제스처에서 나오기 마련인데,,, 미래가 캄캄했다. 팀원과 인사를 나누고 대표님과 다시 미팅을 갖게 되었다. 대표님은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일들, 마케팅 현상황, 그리고 바라시는 점 등 심각한 일이 생각보다 많았다고 한다.
이 모든 결과가 다 나한테 화살이 되어 꽂히는 듯했다. 일이 이지경까지 이르게 된 이 회사를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고, 마음 깊숙이 저 어딘가에서 책임감이 끓어오르다 못해 불타올랐다. 사실 계속해서 프리랜서 일이 하고 싶었지만 내가 결정적으로 입사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대표님을 비롯해 좋아 보이는 인상을 가진 팀원들의 얼굴이 아른거려 입사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대표님은 분명 첫 출근 전날에 가벼운 마음으로 오라고 하셨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그렇게 출근 1,2,3일 차 무사히 출퇴근을 하면서 나름 팀원과 빠르게 친해지게 되었다. 아무래도 마케팅 인력으로 내가 자리하게 된 만큼 팀원들의 관심과 질문, 푸념도 많을 수밖에 없었고 내가 주체가 되어 진행해야 하는 업무도 많았기 때문에 기왕이면 빠르게 적응하고 싶었다.
적응도 적응이지만, 지금 내 상황을 돌이켜봤을 때 일단 '정리'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나의 2021년은 프리랜서로서 새로이 도약하는 것이었지만 상황이 바뀌게 된 만큼 다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내가 스타트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부터 앞으로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까지 다시 정리하고 싶다.
이전 회사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팀장님이 해주셨던 말씀이 있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라. 항상 우산을 씌우면서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내가 가장 부족했던 부분이기에 가장 많이 들었던 피드백이었다. 지금은 내가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 중이다. 그리고 그릇을 넓혀가려고 노력 중이다.
이제는 브랜드 마케터로서 큰 그림을 준비해야지. 그리고 퍼스널 브랜딩도 게을리하지 말아야지.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면서 초심 잃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