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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지 Feb 21. 2022

24시간 간헐적 단식 (2)

몸 관찰일지 #5

든든하게 밥을 먹고 와서인지 내가 먹는 음식을 조절하게 되었다는 자신감 때문인지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 것 같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온라인 강의를 몰아서 들었다.


선생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되는 1강이 재미있었다. 20분짜리로 한 편이 구성된 영상이었는데 앉은자리에서 10개도 넘게 들었다. 필기도 하고 의욕적으로 듣다 보니 슬슬 배가 고팠다.


이 정도 배가 고픈 날에는 보통 디저트류를 하나 시켜먹곤 했다. 아메리카노와 레몬 파운드케이크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새콤한 레몬 케이크를 먹다 보면 당분이 온몸을 돌며 텐션을 높여준다. 마감이 있는 날에는 혼자 일을 하다가도 잔뜩 예민해지는데 케이크를 먹고 나면 기분이 풀리면서 시간 안에 일을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단식 중에는 당분을 채울 수가 없으니 따뜻한 물을 계속 마셨다. 강의를 마저 듣고 다음 주 일정을 정리했다. 다음 주말부터 의미치료 심리상담사 2급 과정이 시작된다.


3급은 3개월 과정이었는데 2급은 5개월 과정이고 두 가지 자격증이 나오기 때문에 공부량도 훨씬 많다. 3급은 이론과 케이스 위주로 공부를 했는데 2급은 실습이 있다. 교재를 주문하고 이론 수업 일정을 다이어리에 써두었다.


집에 도착하니 3급 자격증이 도착해있었다. 그러고 보니 자격증은 처음 받아본다. 선생님께서 자격증을 잡곡과 함께 보내주셨다. 몸과 마음의 양식을 잘 쌓아서 좋은 상담사가 되어보라는 말씀이실까. 가족들에게 자랑을 하고 방에 자격증 내용이 잘 보이도록 펼쳐두었다.


카페가 꽤 춥기도 했고 오랜만에 강의를 몰아 듣고 나니 너무 피곤했다. 단식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가족들이 저녁을 먹는 동안 전기장판을 켜고 조금 잤다.


30분 정도 자고 일어나서 저녁에 해야 할 일이 남아 잠도 깰 겸 산책을 다녀왔다. 자야 할 시간이 아닐 때 잠을 자고 나면 기분 나쁜 꿈을 꾸거나 몸이 더 피곤해지곤 하는데 30분만 자고나도 몸이 개운했다. 기분도 괜찮았다. 단식의 영향인가?


20분쯤 걷다 보니 다시 배가 고팠다. 그래도 한 끼를 잘 넘겼으니 내일 아침만 잘 보내면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4시간 중 8시간 정도를 공복 상태로 잘 보냈다. 내일 점심때 밥공기를 받아 들면 얼마나 기쁠까 생각하며 산책을 마무리했다. 남은 일을 마무리하고 각종 한식 만들기에 도전하는 무한도전 ‘식객’ 편을 보다가 잠들었다.




7시간 정도를 자고 알람 없이 깼다. 그러고 보니 잠들기 전과 깨어난 직후에는 불안감을 동반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나도 모르는 새 올라오는데 어젯밤에도 오늘 아침에도 별생각 없이 잠들고 깼다.


배가 고프니 걱정과 불안에 쓸 에너지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기력한 느낌은 아니었고 속을 비우면서 생각도 비워진 느낌이었다. 장기가 열일을 해야 할 시간에 쉬게 해 주니 몸과 마음이 편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머릿속을 떠다니던 생각들이 고요해지면서 잘 자고 잘 일어났다.


평소처럼 따뜻한 물을   마시고 필라테스를 하러 갔다. 오늘의 운동은 격한 편이 아니었는데 운동을 하다가 눈앞이 약간  도는 순간들이 있었다. 운동을 하면서 가끔 이럴 때가 있어서 단식의 영향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운동을 마치고 15분 정도 집까지 걸어왔다. 이제 2시간 정도만 지나면 다시 밥을 먹을 수 있다! 밥 먹기 전에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를 글을 쓰고 있느니 밖에서는 뚝딱뚝딱 밥하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메뉴는 미역쌈과 톳 무침이다. 평소 자주 먹는 식재료는 아닌데 단식을 시작하게 한 메뉴로 단식을 끝내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열두 시가 지나고 24시간의 단식이 끝났다! 쉬는 날이라 집에 있던 친오빠가 무언가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고모가 직접 키운 봄동을 잔뜩 보내줬는데 겉절이를 먹고 싶었나 보다. 젓갈 맛이 진하고 카레향이 나는 특이한 겉절이였다. 허브 솔트의 향이 카레맛처럼 나는 거라고 한다.


오빠가 혼자 처리하겠지 싶었는데 먹다 보니 손이 가는 맛이었다. 부드러운 봄동이 신선하고 맛있어서 괴상한 양념도 감칠맛이 나는 건가. 마침 엄마도 오후 출근이라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점심을 먹었다. 특별한 반찬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정말 맛있게 반공기를 비웠다. 가끔 이렇게 24시간 만에 음식을 만나는 것도 괜찮겠다.


나는 단식을 하기 전 점심을 먹고 오후에 핫초코와 링티라는 비타민 음료를 마셨다. 그런데 단식을 하는 중에 당분을 섭취하면 단식의 효과가 떨어진다. 그리고 단식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운동을 하며 눈앞이 노래지기도 했다. 지병이 있을 때는 의사와 꼭 상의를 한 뒤 자신에게 맞는 단식법을 찾아야 한다!


내 멋대로 해 본 단식이지만 24시간 동안 속도 마음도 정말 편안했다. 내가 먹을 음식을 내가 조절해냈다는 작은 성취감도 있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기분이 좋았다. 걱정과 불안이 함께 비워진 느낌.


열일하는 내 장기에게 이렇게 쉬는 시간을 가끔 줘야겠다. 그리고 매끼마다 먹는 식사의 소중함도 가끔 생각해야겠다.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이 좋다.

휴일이나 여행지에서 보는
새파란 하늘이면 더 좋겠지만
평일에 보는 새파란 하늘도 나쁘지 않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새파란 하늘을 가득 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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