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가 붉고 노란 낙엽으로 물들어 발에 채일 때면 나는 항상 과거로 돌아간다.
수업에 늦을까 낙엽이 소복이 쌓인 캠퍼스를 질주하던 그때.
막걸리에 취해 시뻘건 얼굴을 하고 네 말이 맞니 내 말이 맞니 논하던 그때.
도서관에 앉아 긴 창문에 비친 단풍나무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그때.
시험공부를 핑계로 밤새 동방에서 술을 들이켰던 그때.
좋아하는 노래라도 나오면 벌떡 일어나 노래 부르던 그때.
2000년대 로맨스 영화를 미친 듯이 몰아 보던 그때.
짝사랑에 실패하고 매점에서 엉엉 울던 그때.
군대 간 남자 친구의 전화를 기다리며 발만 동동거렸던 그때.
지금처럼 찬 바람이 얼굴에 스며들 때면 나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