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네임 대참사
한 때 카카오에서 클럽하우스 같은 음성 기반 소셜 앱을 출시했었다. 클럽하우스와는 반대로 초대장 없이 사용할 수 있어서 바로 다운로드했고, 별생각 없이 닉네임을 입력했다.
수정이 안되더라... 난 숭인동불주먹이 되었다.
(현재 해당 서비스는 종료됐다. 다행일까)
스무 살, 대학 교필 과목으로 원어민 교수의 영어 수업을 들었었다. OT 시간에 교수가 본인 신상 정보를 적는 종이를 돌렸는데, 그곳에 닉네임을 적는 칸이 있었다. 난 당연히 별명을 적는 건 줄 알았고, 평생 별명인 '피카츄'를 썼다. 영어 수업이었으니까 영어로 'pikachu'라고.
다음 수업 때 교수가 내게 오더니 내 닉네임 피카츄의 뜻이 뭐냐고 물어봤다. 알고 보니 그 닉네임은 한 학기 동안 클래스에서 불릴 영어 이름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톰, 에릭, 크리스티나 같은 평범한 영어 이름을 써서 냈는데, 나만 들어보지 못한 닉네임을 내서 물어본 거였다.
대체 왜 아무도 내게 설명해 주지 않았는지? 다들 어떻게 알고 평범한 영어 이름을 써냈는지? 아직도 미스터리다. 얼굴이 시뻘게진 나는 교수의 질문에 안 되는 영어로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캐릭터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모두가 웃었다. 스무 살 인생의 최고로 아찔하고 창피했던 순간이었다. 결국 한 학기 동안 나는 피카츄라고 불리며 강제 과몰입 오타쿠가 되었다.
순수한 시절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