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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Mar 14. 2024

117화 조선대악귀전 - 서막 5



‘휙휙.’


겸세는 번개처럼 달려가서 윤대감을 향해 귀마도를 휘둘렀다. 하지만 윤대감은 이를 가볍게 피했다.


‘쑤욱’


겸세는 윤대감의 움직임을 읽고 공격 방법을 바꿔 윤대감의 복부를 향해 귀마도를 깊게 찔렀다.


‘파앗’


하지만 순간 윤대감의 몸이 사라져 버렸다.


‘뭐야?’


당황하며 윤대감을 찾는 겸세의 뒤로 윤대감이 모습을 드러냈다.


‘죽어라, 이놈!’


‘푸우욱’


윤대감이 한자도 넘는 긴 손톱을 바짝 세운채 겸세의 등을 찌르려는 순간이었다.


“크아악..”


어느새 날아온 길달이 윤대감의 등에 올라 타 가슴 한쪽을 뚫어버렸다.


‘푸우우우욱’


‘아니 이 미친놈이..’


윤대감은 비틀거렸다. 너무 오랫동안 박대감의 몸에 있었던지라 인간의 몸뚱아리가 이토록 약할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쿨럭. 쿨럭.”


하지만 윤대감은 인간의 몸을 하고서도 악질이었다. 당장 자신의 등에 올라탄 길달의 옷고름을 잡더니 땅바닥으로 세게 내동댕이 쳐버렸다.


‘쾅. 쿠당탕’


“으으윽.”


길달은 앞으로 몇 번 구르다 다시 일어나 자리를 잡았다. 겸세 역시 그 사이에 윤대감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리고 귀마도의 칼자루를 거꾸로 잡고 윤대감을 향해 다시 뛰어올랐다.


“혼절기!”


‘푸우욱’


드디어 겸세의 귀마도가 윤대감의 어깨에 박혔다. 윤대감은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또 한 번 비틀거렸지만 이대로 당할 윤대감이 아니었다.


‘이 자식들 다 잘라 죽여주마.’


“가위!”


윤대감의 외침과 동시에 눈부신 빛을 발산하는 날카로운 쇳날 두 개가 허공에서 튀어나오더니 겸세와 길달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으엇!’


‘휙. 휘휙. 파악.’


겸세와 길달은 양옆으로 재빠르게 피하며 간신히 가위를 스쳐 보냈다.


‘푸아아아아아아악.’


‘챡 챡. 쑹컹. 쑹컹. 챡챡챡.’


윤대감의 가위는 허리통보다도 훨씬 굵은 소나무를 수십 개나 베며 뒤로 날아갔다.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공격치고는 그 파괴력이 엄청났다.


북악산 곳곳에 숨어 이를 지켜보던 할멈 일행은 처음 본 윤대감의 파괴적인 영력에 모두 깜짝 놀랐다.


“누이, 우리도 얼른 투입해서 쳐야 하는 거 아냐? 겸세 저 친구가 한 번에 제압을 못할 정도면 윤대감은 도대체 얼마나 센 거야?”


“그래, 정법아, 애들에게 일러라. 윤대감이 아직 인간의 몸속에 있을 때 치는 게 좋을 것 같으니. 싸울 준비를 하라고.”


선준 역시 일령을 꺼내 들고 당장이라도 달려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할멈, 저도 곧 나가겠습니다.”


“지금은 겸세와 길달이 윤대감과 붙어 있으니 틈이 벌어지면 알아서 들어가게.”


할멈의 대답에 선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토록 기다려왔던 순간이라 그랬을까 선준은 일령을 꽉 쥔 손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떨려왔다.


겸세는 우선 나무 뒤로 숨은 채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야, 너답지 않게 뭐 하냐? 낄낄. 혹시 윤대감 저놈 앞에서 긴장한 거냐?’


‘시끄러워. 생각보다 강해서 좀 놀라긴 했다만.. 야, 이무량, 넌 지금 하나도 안 도와주면서. 혼절기 때도 그렇고 왜 가만히 있냐. 같이 영력을 좀 실어줘.’


‘으흠, 윤대감 쟤 지금 박대감이라는 인간 몸 안에 있잖아? 마치 나처럼. 히히.’


‘그게 왜? 좀 도와달라니까.’


‘그럼 지금 진짜 윤대감의 본체와 싸우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호들갑이냐 이거지. 내 가볼 땐 너 정도면 박대감 몸뚱아리는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윤대감은 혼절기로 어깨에 깊은 자상을 입은 상태였다. 제아무리 강력한 악귀라지만 인간의 몸은 한계가 극명했다.


겸세는 이무량의 도움 없이 우선 박대감의 몸을 한 윤대감을 제압해 볼 요량으로 조금은 얕은수를 써보기로 했다.


“가체 분신술!”


순식간에 겸세의 분신 열한 명이 허공에서 튀어나오더니 진짜 겸세와 섞이며 사방팔방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크흑. 약해빠진 박대감의 몸뚱아리도 곧 버려야겠군. 그나저나 이 잡기는 뭐야. 장난하나.’


“혼절기!!”


겸세의 분신들은 사방에서 귀마도를 들고 윤대감에게 달려들었다.


‘이런 가소로운 짓거리를. 덕분에 영력 보충이나 해야지. 낄낄.’


“흡령.”


‘슈와아아아아아아아아악-‘


윤대감의 한마디에 귀마도를 들고 윤대감의 목, 가슴, 등을 노리던 겸세의 가체들은 순식간에 연기처럼 박대감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런..!!’


‘히히히. 으이구 바보. 윤대감은 영력 흡수 전문인데, 네 힘을 또 나눠주냐?’


당황한 겸세 앞으로 윤대감이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박차고 달려왔다.


“이제 기술이 바닥났냐? 크흐흐. 그럼 내 차례다!”


‘휙’


‘파아악’


윤대감이 겸세를 향해 뛰어오른 순간 그 뒤로 길달이 뛰어올랐다.


‘꽈아악’


윤대감의 목과 팔을 조른 채 뒤에서 껴안은 길달이 소리쳤다.


“지금이야! 어서 날려버려!!”


‘아니.. 하지만 지금 공격하면..’


윤대감은 뒤를 흘깃 쳐다보더니 팔을 뒤로 꺾어 길달을 들어 올렸다.


“끄으으.”


‘타악’


길달은 버텼지만 윤대감의 힘이 워낙 강해 그만 온몸이 허공으로 들렸다.


“길달, 배신자에겐 죽음 밖에 없다고 했지. 이제 널 그냥 흡수해.. 어억.”


‘퍽퍽. 파바박’


순간 풀숲에서 누군가 튀어나오더니 윤대감에게 달려들었다.


“디져라. 이 미친 인간.”


‘푸우욱’


순식간에 긴 창이 윤대감의 옆구리를 관통했다. 윤대감은 곧장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됐다! 잡았어. 윤대감, 우하하!”


‘쑤우욱’


산비초가 창을 빼내더니 호탕하게 웃어제꼈다. 그러더니 창을 들어 다시 윤대감의 복부를 찔렀다.


‘푸아악’


“끄어억.. 쿨럭.”


결국 윤대감은 무릎을 꿇은 채로 주저앉고 말았다. 박대감의 몸으로는 더 이상 싸울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


산비초는 이제 어슬렁거리며 윤대감 앞으로 걸어가 짝다리를 짚고 섰다.


“낄낄낄. 어이, 윤대감. 그동안 네 말대로 하느라 내가 맘고생이 얼마나 심했는 줄 아냐. 후아, 이렇게 널 찌르고 나니 내 속이 다 후련하다.”


윤대감은 입에서 피를 토하며 조용히 산비초를 올려다보았다.


“끄으.. 허허. 그래, 너랑 길달이 둘 다 결국 이렇게 보답하는구만.. 그런데 어쩌냐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너 같은 천둥벌거숭이는 딱 내 밥인데. 허허허.”


“뭐라는 거야. 곧 죽을 양반이. 아? 이제 박대감의 몸을 버리고 나오시려고. 지금 내 뒤로 널 잡으러 온 사람들.. 으허억.”


그때, 어슬렁거리며 윤대감에게 나불대던 산비초의 몸이 갑자기 허공으로 분하고 떠올랐다.


“끄윽.. 뭐야, 이 윤대감 새끼. 또 무슨 술수를..”


“이야압!”


이에 길달이 윤대감을 제지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퍼어억-‘


‘쿠당탕’


하지만 길달은 산비초가 윤대감을 찌른 창에 맞아 옆으로 몇 자도 넘게 날아가 고꾸라졌다. 이를 본 겸세가 다시 달려들었다.


‘팟. 으헉..’


하지만 겸세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염력에 붙잡힌 채 공중에 매달리고 말았다.


‘식체조종술이야. 끄윽. 온몸이 마비가 된 것 같아. 이, 이무량, 아까와는 차원이 달라. 윤대감이 깨어난 것 같다고. 어찌 좀 해봐.’


겸세는 허공에 붕 뜬 채로 몸을 꿈틀댔지만 윤대감의 영력이 어찌나 강한지 손 쓸 방법이 없었다.


“일단 산비초 먼저 처리하고 너도 죽여주마. 낄낄낄.”


윤대감은 배가 뚫린 채로 벌떡 일어나더니 산비초의 창을 들고 허공에 떠있는 녀석에게 다가갔다.


“이이.. 이 미친 새끼. 그래 죽여라, 죽여! 내가 그동안 니가 무서워서 그런 줄 아.. 끄어억..”


‘푹푹. 푸우욱. 파팍.’


“끄어업, 끄아악, 끄어어..”


윤대감은 창으로 산비초의 가슴과 배를 사정없이 찔러댔다. 산비초는 극심한 고통에 온몸을 떨었다. 극심한 고통을 느꼈지만, 터져 나오는 피 때문에 소리도 제대로 지르지 못했다.


‘추욱’


윤대감은 곧장 늘어진 산비초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미친놈. 내가 니 놈의 말로는 이럴 줄 알았다. 끄흐흐.”


윤대감의 손짓에 산비초는 만신창이가 된 채로 길달이 날아간 풀숲으로 날아가 쳐 박혔다. 산비초는 정신을 잃은 채 미동 없이 그만 축 늘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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