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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Mar 17. 2024

118화 조선대악귀전 - 서막 6



‘야, 이무량, 빨리, 이제 네 힘을 좀 줘봐. 지금, 윤대감이 오잖아..!!’


‘히히히. 왜 무섭냐? 그러게 평소에 나한테 좀 잘하지.’


‘너 지금 농담할 때냐? 내가 죽으면 너도 끝이야. 몰라?’


‘알지. 히히.’


‘그런데 이렇게 천하태평이야? 너 진짜..’


윤대감 역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겸세를 향해 달려왔다. 여전히 박대감의 몸을 하고 있었지만 이제 완전히 윤대감으로 발현한 뒤였다.


‘휙휙. 팍’


‘팍, 팍, 타앗’


‘어라, 뭐야 이 새끼.’


윤대감은 겸세에게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겸세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모두 막아내는 게 아닌가.


“화형(火刑)”


“끄아아아아!”


순간 윤대감의 입에서 뜨거운 불길이 쏟아져 나오더니 곧장 겸세의 온몸을 태워버렸다. 겸세는 온몸이 불에 타오르는 뜨거운 고통에 온몸을 꿈틀거렸다.


“할멈! 이제 도저히 안 되겠어요. 윤대감을 칩시다.”


“누이, 나도 갈게. 겸세도 당했어!”


곧장 선준과 정법이 튀어나와 전장으로 올라갔다.


“크하하하하!”


‘응?’


‘뭐, 뭐야?’


갑자기 겸세가 윤대감의 뒤에서 튀어나오더니 양팔짱을 낀 채 불타고 있는 자신과 윤대감을 뒤에서 바라보는 것이었다.


“저, 저건 뭐지..?”


‘스윽’


이제야 겸세의 술수를 눈치챘는지 윤대감은 기이하게 목을 꺾어 뒤를 돌아보았다.


“아하, 여어기 있었네에. 이히히.”


‘빠악’


겸세는 꽉쥔 주먹에 영력을 가득 실어 윤대감의 얼굴에 날렸다.


‘쿠당탕. 팍.’


아직까지는 박대감의 몸을 한터라 윤대감은 겸세의 주먹을 맞자마자 마치 싸리비처럼 날아가 땅에 박혔다.


‘휘리릭. 퍽퍽퍽’


겸세는 그새 달려가 넘어진 윤대감의 얼굴을 연타했다. 윤대감은 피할 틈도 없이 두들겨 맞기 시작했다.


‘휘익’


윤대감이 겸세의 주먹을 피하려 고개를 틀자마자 겸세 역시 반사적으로 허리를 돌려 꺾어 윤대감의 턱에 묵직한 주먹을 또 한방 날렸다.


‘빠가악. 우두둑’


“으커헉.”


방금 맞은 한방에 윤대감의 목뼈가 부러지면서 윤대감의 목이 완전히 꺾이고 말았다.


“겸세가 마무리 하겠어.”


“누이, 만에 하나 윤대감이 튀어나오기라도 하면..”


“나오기 전에 황천경을 날리면 돼. 그럼 모든 게 끝난다. 비록 선준이나 너나 다들 힘 한 번 안 썼지만, 겸세가 이무량이랑 함께 윤대감을 끝장낸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할멈은 부적을 세 장 꺼내 들었다. 부적은 곧장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할멈의 눈앞에서 바짝 섰다.


“황천 왈, 덕제건곤 무언신이요, 도화천지 무악신이요, 생이 무덕이면 사이유죄하고.. (중략)”


세장의 부적은 할멈의 황천경에 따라 점점 바르르 떨리더니 어느새 희뿌연 광채를 내기 시작했다.


“용화극닥은 유화초원 수독갱생..”


“천절기(天切氣)..!”


겸세는 목이 꺾인 채 희번덕하게 웃고 있는 윤대감을 향해 귀마도를 휘두르며 외쳤다.


‘슈와아아아아악-‘


‘쩌어어어억’


마치 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천지에 진동했다.


하늘을 가를 정도로 무시무시한 힘으로 상대를 두 조각내어 끔살 시키며 끝장내는 천 절기는 이 무량이 주로 사용하던 기술 중 하나로 과거 우와 을 역시 이 기술로 제압했다고 전해진 전설의 기술이었다.


‘아아, 윤대감이.. 결국, 이렇게..’


‘드디어 끝냈군.. 후..’


윤대감에게 달려가려던 선준과 정법은 눈앞에서 몸이 반으로 잘린 채 끔찍하게 죽은 윤대감, 아니 박대감 앞에 섰다.


“누이, 지금이야!”


“··· 차세간이니라..!!!”


‘촤아앙!’


순간 부적 셋이 빛나며 뭉치더니 하나의 커다란 구체가 되어 절단이 난 박대감의 몸을 향해 날아갔다. 할멈과 정법이 계산이 맞다면 윤대감이 죽은 자에 몸에서 나와 다시 적응하는데 최소한 일각은 걸렸다.


‘제발, 이것만 되면 윤대감은 저승으로 직행이야.’


‘구아앙-‘


‘번-쩍’


‘파아앙- 쩌어억-’


‘어엇.. 말도 안 돼..’


윤대감에게 곧장 날아간 강력한 황천경 부적은 두 동강이 난 박대감의 몸에 닿자마자 마치 누가 칼 자른 듯 반으로 갈리더니 순식간에 연기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누이..?!”


“젠장. 모두들 대비해. 윤대감이 각성했어.”


이에 겸세는 물론, 할멈 일행 모두 사방을 살피며 경계했다. 박대감의 몸을 벗어나자마자 각성하여 자신의 본체를 찾은 윤대감이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


갑자기 허공에서 누군가 쩌렁쩌렁하며 크게 웃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곧 골짜기를 타고 전파되며 북악산 전체에 울렸다.


‘이무량, 윤대감 어디에 있어? 육안으로는 안 보여.’


‘영안으로 봐야 해.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내가 몇 번을 말했냐. 으이구.’


‘장난하지 말고..! 이제 윤대감이 나타났다고. 이 자식은 내가 만나본 귀신들 중에 제일..’


‘겨우 이 정도 가지고. 나를 가지고 있으면서 이런 잡귀들한테 쪼냐.’


‘얼른..!’


‘위를 봐.’


‘위? 하늘?’


‘응. 자, 이제 오랜만에 제대로 몸을 한 번 풀어볼까?’


‘슈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콰아아아앙!!’


순간 하늘에서 핏빛처럼 붉은 도포를 입은 노인이 긴장된 공기를 뚫고 번개처럼 내려왔다.


새빨간 도포,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건장한 체격, 소눈깔만 한 두 눈에 들어찬 음탕한 눈빛과 입가에 스민 비열한 미소까지, 그동안 선준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쫓은 윤대감이 드디어 제모습을 드러냈다.


“기어이 나를 불러내는구나. 박대감 몸을 반쪽을 낼 정도로 꽤 강한 놈도 있는 걸로 봐서 제법 영양가 있는 식사감들이 많네 그려. 이히히.”


“윤대감, 내가 오늘 꼭 널 처단하겠다!”


윤대감의 말을 끝나자마자 선준이 복수심에 불타며 반사적으로 달려왔다.


“일령, 기!”


‘화르륵’


선준의 손에 꽉 쥐어진 일령에 샛노란 불날이 타올랐다.


“죽어라!!!”


선준은 그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와 윤대감 앞으로 뛰어올랐다. 눈치가 빠른 윤대감은 곧바로 그가 누군지 알아보았다.


‘휙휙. 픽픽픽’


선준은 가로 베기와 세로 베기를 연속으로 날린 후 곧바로 아래에서 위로 베기를 날리며 윤대감을 압박했다. 하지만 윤대감은 그저 조금의 몸짓으로 선준의 모든 공격을 피했다.


“일령, 폭활!”


‘차자작. 휙휙휙휙휙’


‘파바박. 팍팍. 퍼펑. 펑펑펑’


선준의 주문과 함께 강력한 폭발력을 가진 폭활이 수 발 날아가 윤대감의 몸에 박혔다. 곧 엄청난 폭발음과 동시에 윤대감이 연기에 휩싸였다.


“일령, 화검!”


‘휘이익’


‘푹푹. 푹푹푹.’


선준은 거침이 없었다. 폭활이 먹히자마자 끝장이라도 낼 듯 달려가더니 일령을 불검으로 만들어 연기 속 무방비 상태인 윤대감의 몸을 수차례 찌르고 벴다.


‘됐다..!’


‘터억’


하지만 순간 무언가 일령의 화검날을 붙잡는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으윽. 윽. 뭐야..’


선준은 일령을 빼내려 했지만 일령을 쥔 힘이 너무나도 엄청나 아무리 해도 빠지지 않았다.


‘으으.. 안 되겠다.’


“일령, 광!”


‘츄와아아아앙-‘


선준은 윤대감을 향해 광공격을 날렸다. 순간 엄청나게 밝은 빛이 사방을 관통했다.


광공격은 모든 귀신, 괴물과 영물에게 통하는 강력한 기술이므로 윤대감이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콰지직’


‘파아앙’


‘으아앗..!!!’


하지만 상대는 윤대감이었다. 윤대감은 일령의 날을 마치 나무칼이라도 부수는 냥, 오직 악력만으로 일순간에 으스러트려 깨부수었다. 그리고 곧장 선준에게 다가갔다.


선준을 마주 본 윤대감은 묘한 미소를 띠었다.


“너구나. 내 외증손주가. 그래 할애비를 보니까 좋으냐? 그런데 어찌 인사가 좀 거칠다? 끄하하하하.”


‘턱. 꽈아악’


윤대감은 선준의 멱살을 쥐고 번쩍 들어 올렸다.


“네놈 때문에 내 셋째 손녀가 그리된 거야. 그 때문에 내 딸은 얼마나 고통받았는 줄 아느냐? 이 몹쓸 불효자식. 넌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끄흐흐.”


“닥쳐라! 조상이라고 다 조상인 줄 아느냐. 당신 같은 조상은 저승에서 심판을.. 커허억..”


윤대감은 선준이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오른 주먹으로 복부를 강타했다. 선준은 극심한 고통에 그만 일령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이 요망한 칼자루는 뭐냐?”


윤대감은 고통에 신음하는 선준을 든 채 일령을 주웠다.


“오호라! 뭐지 이 엄청난 기운은? 이거 흡수하면 꽤나 도움이 되겠는데? 끄하하하하.”


“정법, 귀로, 당장 일령을 뺏아야 해! 겸세도 도와주시오!”


할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법과 귀로가 달려갔다.


“관통권!”


귀로가 먼저 주먹을 날렸다.


‘타앗. 팍팍. 퍼어억’


하지만 윤대감은 귀로의 주먹을 일령으로 툭툭하고 막아내더니 오른발로 귀로의 가슴팍을 가격했다.


“크헉..”


귀로는 곧장 뒤로 나가떨어졌다. 귀로의 필살기술 역시 윤대감에게는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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