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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Mar 21. 2024

120화 조선대악귀전 서막 8



‘촤아아아아’


허공에서 일렁이던 무언가가 울컥하고 출렁이더니 별안간 시뻘겋게 달아오른 쇠창 수십 개가 마치 소나기처럼 왕도깨비 위로 쏟아졌다.


“야, 왕도깨비! 위험해!”


‘어엇’


‘파바바바박. 파바박. 파바바바박’


‘후두둑. 후두두두두’


하지만 왕도깨비의 청화체는 실로 엄청났다. 허공에서 맹렬하게 쏟아지는 쇠창들은 청화체의 불꽃에 닿자마자 모두 녹거나 불에 타 사라졌기 때문이다.


“겁쟁이 같은 놈. 윤대감 이거 별것도 아니었구나.”


왕도깨비는 곧바로 쇠창이 떨어진 허공을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청화류!”


그러자 왕도깨비의 몸에서 불타던 푸른 불길들이 오른손에 곧장 모이더니 삽시간에 거대한 불기둥이 되어 하늘로 치솟았다.


‘푸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만약 윤대감이 허공에 숨어 있었다면 분명 그의 영체는 물론 혼백까지 불에 태워버릴 정도의 화력이었다.


‘대단해.. 왕도깨비가 저 정도였던가.’


할멈은 물론 정법 그리고 근중, 천검의 일행들까지, 왕도깨비의 실력에 넋을 놓고 감탄했다.


왕도깨비의 일격이 끝나자 사방은 마치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윤대감.. 이렇게 끝난 걸까?’


‘겸세, 뭔가 이상한데?’


‘뭐가?’


‘이런 썅!’


‘휘이이이익-‘


‘콰아아아아아아앙’


눈 깜짝할 사이였다. 갑자기 마른하늘에서 왕도깨비의 몸보다 서너 곱절 큰 주먹이 튀어나오더니 그대로 왕도깨비를 내리친 것이다.


‘푸과과과과. 콰르르르륵’


“안돼에..!!! 아재, 아재 우리 왕도깨비가..”


청화체로 많은 기운은 쓴 왕도깨비는 양팔로 내리친 주먹을 겨우 막은 채 버티고 섰다. 하지만 초거대 주먹의 내리누르는 힘이 어찌나 강한지 이를 버티고 있는 왕도깨비의 두 발이 점점 땅밑으로 파고들며 가라앉고 있었다.


‘끄으으. 미친 힘이야. 뭐 이런 괴물이 다 있냐.’


왕도깨비의 두 팔은 점점 떨려왔다. 왕도깨비 역시 이렇게 무지막지한 힘은 처음이었다.


“끄하하하하. 왕도깨비 양반, 좀 놀랐나? 도깨비의 왕이다 보니 세상 무서울 게 없었겠지? 으히히. 그런데 어쩌냐 난 지난 수십 년간 온갖 괴물과 악귀들을 다 흡수했거든. 거인귀인 을까지 먹었어. 깔깔깔.”


“끄아아아아..”


‘콰앙’


제아무리 왕도깨비라고 해도 자신의 몸집보다 몇 곱절 큰 괴물의 공격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푸우우우욱’


‘파아아아악’


초거대 주먹은 결국 왕도깨비를 땅밑으로 내리눌러 처박아버렸다.


땅밑에 박혀버린 왕도깨비는 옴짝달싹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당할 왕도깨비는 아니었다.


“홍화체!!!”


결국 왕도깨비는 숨겨둔 비기를 외쳤다.


순간, 왕도깨비의 온몸이 시뻘겋게 불타올랐다. 비록 땅속에 박혀있었지만 이 때문에 왕도깨비가 박힌 주변의 땅들마저 타들어가며 마치 온천처럼 여기저기서 연신 뜨거운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훗, 발악을 하는군. 하지만 난 도깨비의 왕 따위는 이미 넘어선 지 오래야. 낄낄낄.”


“이거나 먹어라..! 홍화류!”


왕도깨비는 땅속에 박힌 채로 윤대감이 조종하는 초거구귀를 향해 붉은 화염을 쏟아냈다.


‘슈와아아아아악’


순식간에 불길 주변의 소나무 수십 그루가 재가되어 사라졌고 화염은 곧장 초거구귀를 향해 날아갔다.


‘촤아아아악’


하지만 왕도깨비의 초필살기마저 초거구귀의 손바닥에 막히고 말았다.


왕도깨비는 여전히 부릅뜬 눈을 부라리며 초거구귀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홍화체의 홍화류 마저 통하지 않자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쑤우우욱, 와지끈, 촤아악, 촤아아아악’


왕도깨비는 사물 조종술로 주변의 소나무들을 뿌리째 뽑아 마치 화살처럼 날려봤지만 당연히 초거구귀에겐 아무런 피해도 끼치지 못했다.


“어디 계속해봐라. 껄껄. 덕분에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게 되었네.”


윤대감은 여전히 소나무 가지들에 몸을 숨긴 채 초거구귀로 왕도깨비를 농락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장 엄청난 영력이 실린 초거구귀의 주먹이 왕도깨비를 향해 날아갔다.


“일령, 갑주! (甲冑, 특정 인물을 방어하는 영력 갑옷을 만들어 보호해 주는 기술)”


선준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선 채 왕도깨비를 향해 처음 써보는 방어 주문을 욌다.


‘우우우우웅’


순식간에 왕도깨비 주변으로 철갑옷이 둘러졌다.


‘콰아아아앙’


‘파아악’


초거구귀의 강력한 주먹이 곧장 왕도깨비 위로 내리 꽂혔지만 일령의 갑주 덕분에 왕도깨비는 멀쩡했다.


‘크하.. 이거 기운이 엄청 달리는구나. 윤대감 놈은 도대체 얼마나 강해진 거야.’


“끄하하하하. 재밌구나. 이제 내 외증손주까지 함께 달려드는 거냐? 그래 한꺼번에 덤벼라. 나도 시간을 끌고 싶지는 않으니.”


‘콰앙, 쾅, 쾅, 콰아앙’


초거구귀가 갑주로 무장한 왕도깨비를 계속해서 사정없이 내리치자 선준은 점점 더 빠르게 기운이 빠졌다.


갑주의 방어력은 막강했지만 그것도 선준이 일령을 들고 계속해서 영력을 유지해야 가능했다.


“아재, 아재도 위험하다요..!”


“정법, 귀로, 우리가 나설 차례야..! 거기 근중네와 천검네도 화살과 칼로 같이 싸워주시오!”


할멈의 요청에 여기저기 숨은 채 공포에 떨던 사람들이 하나둘 튀어나왔다.


“그래.. 이대로 당할 수는 없지. 받아라!”


‘슈와아아아’


‘휙휙. 휘휘휙’


‘파앗. 팍팍’


정법과 귀로가 초거구귀를 향해 원거리에서 축귀파를 날렸고 자령과 천검의 부하들도 연속으로 활을 쐈다.


하지만 초거구귀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윤대감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


‘이무량, 안 되겠다. 그냥 끝내자!’


‘진작 나서 자니깐. 근데 누구 먼저?’


할멈 일행의 공격이 하나도 먹히지 않자 겸세가 초거구귀와 숨어있는 윤대감을 향해 뛰었다.


‘일단, 초거구귀 먼저!’


‘파앗’


겸세는 마치 승천하는 용처럼 튀어 오르더니 초거구귀를 향해 날아갔다.


“천절기(天切氣, 하늘도 가른다는 이무량의 기술)다, 이놈아!”


‘휘이익’


겸세는 초거구귀의 손을 잽싸게 피하고 더 높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녀석을 향해 귀마도를 한번 휘두르자마자 순간 벼락처럼 눈부신 빛이 번쩍이더니 백 자 정도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날칼이 쏜살같이 날아갔다.


‘츄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쑹덩’


“끄어어어아아아아아”


‘프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


‘탁’


초거구귀는 하늘도 가른다는 천절기 한 방에 반조각이 나더니 삽시간에 소멸되었다.


“우와! 아재, 저 거대한 괴물이 쓰러졌다요..!”


선준은 무리한 게 힘을 쓴 탓에 주저앉고 말았다.


“대단해. 역시, 겸세.. 이무량이야.”


정법과 할멈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겸세의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이제 윤대감을 조져야죠.”


겸세는 소나무 가지틈에 숨어있는 윤대감을 노려보았다.


온몸을 투명하게 만든 터라 자신이 보일리 없다고 믿은 윤대감은 이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지만 그 역시 침착하려 애를 썼다.


“그만 끝내자, 윤대감 이 쫄보 영감탱이.”


“어허, 저 버릇없는 말투 하고는. 역시 상놈들하고는 상종..”


겸세는 윤대감의 수가 바닥났다는 것을 눈치챘다. 전투에서 여러 수를 쓰고도 방도가 없어 말이 길어지면 시간을 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홍룡돌파기 (紅龍突破氣)!”


순간, 겸세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번뜩이더니 집채만 한 머리를 가진 붉은 용이 튀어나왔다.


“쿠오오오오”


홍룡은 크게 한 번 포효하고는 곧장 윤대감이 숨어있는 곳으로 날아가 사정없이 꽂혔다.


‘푸와아아아아아아악’


‘콰콰콰콰콰콰콰콰’


“끄아아아아”


‘털썩’


홍룡이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홍룡승천기 한 방에 수백 그루의 소나무가 전소되었고 언덕배기에 박혀있던 바위마저 박살 나며 희뿌연 먼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엄.. 엄청난 힘이다. 이건..”


“어! 윤대감, 윤대감이 바닥에 쓰러졌다.”


“정말.. 끝난 건가?”


윤대감을 쓰러트린 겸세 옆으로 정법과 귀로, 근중과 천검 일행이 달려왔다. 그들은 곧 땅바닥에 떨어져 까맣게 타버린 시신을 발견했다.


“죽었어.. 윤대감이 끝났다.”


“잠깐, 아니야. 알다시피 저건 박대감의 몸이다. 윤대감은 이제야 박대감의 몸을 버린 거야. 윤대감의 본체인 윤대감 영체와의 싸움은 이제부터야..”


할멈의 말이 옳았다. 겸세가 잡은 윤대감은 박대감의 몸을 빌린 윤대감, 즉, 방어력이 약한 인간 육신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윤대감은 어디 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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