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oney Kim Mar 26. 2024

122화 조선대악귀전 - 혼돈 2



천검은 병팔과 진둘, 말봉이와 함께 짙은 안갯속을 헤쳐나가는 중이었다.


“형님, 이거 이상합니다. 일행들도 사라졌고 윤대감 놈도 안 보이고.”


“이거 결계인 것 같다. 모두 조심해. 진둘이는 아직 몸상태도 안 좋으니까 말봉이가 옆에서 딱 붙어..”


그런데 진둘의 행동이 조금 이상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땅바닥만 응시하는 모양새가 뭔가 미심쩍었다.


“말봉아, 피해!”


‘휘익’


천검이 외치자마자 진둘이 단칼을 꺼내 들더니 곧바로 말봉에게 휘둘렀다. 하지만 말봉이 재빠르게 피한 덕분에 다치지는 않았다.


“결계 때문에 진둘이 이상해진 것 같다. 다들 조심해!”


진둘은 급기야 장검까지 꺼내 들더니 말봉과 병팔에게 칼을 휘둘렀다.


‘휙. 휙휙.’


“야, 이 씨, 정신 차려, 이 자식아!”


진둘이 장검을 휘두른 틈을 타 말봉이 진둘에게 달려들어 진둘을 들어매쳤다.


‘쿠당탕’


진둘은 눈이 돌아간 채 허연 흰자만 드러내며 바닥에서 버둥거렸다. 하지만 그의 손에는 여전히 단검이 들려있었다.


“말봉아, 위험해!”


진둘이 단검으로 말봉의 옆구리를 찌르려는 순간 병팔이 달려들어 진둘의 팔을 막았다.


‘피잉, 핑핑’


‘탁, 타닥’


순간 안갯속에서 화살 서너 발이 날아왔다. 천검이 동물적인 감각으로 이를 쳐냈다.


‘안갯속에도 무언가가 있다니.. 젠장.’


‘파악’


“아악”


진둘이 말봉의 가슴팍을 밀친 후 발로 차 날려버렸다. 곧 말봉이 굴러가더니 안갯속으로 사라졌다.


‘푸우욱’


“크아악”


진둘은 곧장 날랜 칼 솜씨로 병팔의 옆구리를 찔렀다. 단검을 막고 있던 병팔은 진둘의 장검에 찔린 후 옆으로 굴러 쓰러지고 말았다.


“병팔아!!”


‘두다다. 두다다다다’


“형님, 오지 마십쇼. 제 뒤로 웬놈들이 떼로 몰려옵니다..!”


‘핑. 핑핑’


‘파박. 팍팍.’


쓰러진 병팔의 몸에 화살 서너 발이 날아와 꽂혔다.


“끄아아..”


“병팔아..! 에잇!”


천검은 병팔에게 다가가 몸으로 막아서며 그를 보호했다. 이제는 당장 어디서 화살이 날아올지 모르는 일이었다.


‘저벅 저벅 저벅’


‘뭐.. 뭐야, 이것들은.. 나.. 잖아?’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안갯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들은 다름 아닌 천검과 진둘 그리고 말봉이었다.


“이.. 이게 어떻게..?”


“그동안 니들이 잡은 호랑이들에 대한 복수다. 죽여주마!”


녀석들은 섬뜩하게 낮은 목소리로 위협한 후 곧바로 달려들었다.


‘휘이익’


천검은 빠르게 뒤로 구르며 가짜 천검이 휘두른 장검을 간신히 피했다.


“저놈을 당장 죽여라!”


가짜 천검의 명령에 진둘과 말봉도 어느새 천검에게 달려왔다.


‘끄윽. 빨리 이 결계를 탈출해야.. 그런데 병팔이도 위험하고.’


진둘은 바로 자리를 잡고 단촉 화살을 쏘았다. 천검은 소나무 뒤로 숨으로 가까스로 피했다.


‘휘휙’


‘파팍’


“으아아아아!”


곧 진둘이 단검을 들고 천검을 덮쳤다. 천검은 녀석의 팔목을 붙잡으며 방어했다.


“정신 차려, 이놈아. 나다, 천검!”


하지만 결계 속에서는 어떤 일이라도 발생할 수 있다. 아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해서 그 사람이 아는 사람일리 없다는 말이다.


곧바로 말봉도 천검에게 달려들었다.


‘퍼억. 퍽퍽’


‘파팍’


말봉은 오른손이 막히자 왼 주먹으로 천검의 복부와 안면을 강타했다.


“끄으윽”


천검은 결국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자신을 공격하는 것들이 귀신에 홀린 부하들인지 혹은 귀신들인지 알 길이 없었다. 말봉은 쓰러진 천검을 찌르기 위해 중검을 거꾸로 집어 들고 내리 찔렀다.


‘파앗’


하지만 천검은 몸을 굴려 이를 피했고 주먹만 한 돌멩이를 던져 단번에 말봉의 얼굴을 맞췄다.


“끄악”


말봉은 코피가 터지면 피칠갑이 된 채 버둥거렸다. 이에 천검은 날래게 달려가 뒤 후려차기로 녀석의 얼굴을 한 번 더 강타했다.


“아아악”


‘털썩’


말봉이 쓰러지자 가짜 천검과 진둘이 긴장했다.


‘이것들.. 필시 윤대감이 부리는 귀신들이다’


“에잇”


‘푸우욱’


“안돼!!!”


가짜 천검은 천검의 눈치를 살핀 후 곧바로 쓰러져 있는 병팔의 가슴팍에 장검을 꽂아 넣었다. 곧장 시뻘건 선혈이 터져 나왔고 병팔은 온몸이 축 처진 채 곧 죽을 듯이 사지를 떨었다.


“니들 목숨을 위해 호랑이는 죽여도 되고,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니들을 죽이면 안 되냐? 낄낄낄.”


“병팔.. 병팔아!!”


천검이 병팔에게 달려가자 가짜 천검과 진둘이 달려들었다.


“이놈들, 헛소리는 집어치워라. 내가 네놈들을 모조리 죽여주겠다.”


천검은 둘이 휘두른 칼을 가볍게 피하더니 순식간에 단검으로 녀석들의 배를 찌르고 목을 베었다.


“끄아아아악”


천검의 가짜 일행들은 순식간에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천검은 피로 물든 병팔의 몸을 부여잡고 울부짖었다.


“병팔아.. 병팔아! 안된다. 이렇게 너를 보낼 순 없다.”


하지만 병팔의 가슴에서 피가 터지듯 쏟아졌다.


천검은 병팔의 가슴팍을 손으로 막으며 지혈하려 했지만 이미 너무나 많은 피를 흘린 뒤였다. 천검은 병팔을 끌어안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병팔은 곧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형님, 형님!”


안갯속을 헤매던 근중의 앞으로 장태와 물포가 나타났다.


“너네들 어디 있었냐? 한참을 찾았다. 그나저나 우리 모두 결계에 걸린 것 같다.”


근중의 말에 둘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 바짝 차리자. 이 결계란 것에 걸리며..”


‘휙. 휙.’


근중은 갑자기 휘두른 장태와 물포의 칼을 겨우 피했다.


“무슨 짓이냐. 너네들 미쳤어?”


“히히. 형님, 그동안 많이 해 먹었잖수. 이제 우리도 산적 대장 좀 해 봅시다.”


장태가 뛰어오르며 장검을 휘둘렀다. 근중은 간신히 피했지만 그만 오른팔이 살짝 베이고 말았다.


“끄윽”


“갑니다. 형님. 이히히”


물포가 한 손에 단검을 들고 부상당한 근중에게 달려들었다. 근중은 오른편으로 피하며 물포의 공격을 흘렸지만, 곧바로 장태의 주먹이 날아왔다.


‘퍼억’


“끄으으”


‘팍. 팍. 퍼퍼퍽’


곧바로 장태의 주먹이 연달아 날아왔다. 근중은 대부분 피했지만 마지막에 또 한방을 얻어맞고 말았다.


“형님, 이제 그만 가십쇼!”



물포가 비틀거리면 근중의 뒤에서 허리를 잡고 근중을 번쩍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뒤로 누우며 근중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빠가악’


“끄아아아악”


근중은 목과 허리에 큰 부상을 입으며 고통의 신음을 뱉었다.


“너희들.. 니들 뭐냐. 귀신이냐.. 이 잡것들..!”


“깔깔깔깔깔. 귀신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떻냐. 이제 넌 죽은 목숨인데.”


근중은 녀석들의 기습에 된통 당한 뒤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제길.. 애들은 어디 가고 저런 귀신들이.. 설마 애들도 나처럼 당한 건 아니겠지.’


장태와 물포가 장검을 들고 근중에게 달려왔다. 필시 쓰러져있는 근중을 찔러 죽일 참이었다.


‘휘이익’


‘팍. 팍’


하지만 싸움에 통달한 근중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근중은 둘이 칼로 내리꽂을 때 옆으로 구르며 일어났다. 그리고 곧바로 녀석들의 발목을 장검으로 베어버렸다.


‘파바박’


“끄아아아악, 끄아아”


가짜 장태와 물포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근중은 겨우 바위까지 걸어가 앉았다. 짙은 안갯속에서 또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장검은 손에 쥔 상태였다.


‘저벅, 저벅’


그리고 곧 덩치가 큰 사내가 그 앞에 나타났다.


“니놈이냐, 우리 장태와 물포를 쓰러트린 자가?”


‘뭐야.. 이, 이건..?’


근중은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유인즉, 그의 눈앞에 나타난 사내는 바로, 근중 자신이었던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121화 조선대악귀전 - 혼돈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