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oney Kim Apr 16. 2024

131화 조선대악귀전 - 삼방악신 7



정법은 온몸에 남아있는 힘을 쥐어짜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온 북악산에 해치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파앗. 파앗’


“헥헥헥.”


“으아앗!”


정법이 해치를 부른 지 채 얼마 되지도 않아 빈 공간에서 불쑥 해치와 불가살이가 튀어나왔다.


“어라! 너희들..”


“어, 어떻게 이렇게 다니는 거지??”


“시간이 없다. 빨리, 어서!!!”


겸세는 해치에게 다가가더니 정법이 건네준 열쇠를 해치에게 내밀었다.


“해치야.. 그.. 뭐냐, 이거 먹고 저기에 불타고 있는 이무량에게 가볼래?”


하지만 해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겸세를 바라볼 뿐 달리 미동이 없었다.


“아이구, 욘석아. 제발 좀 알아들어줘라..!”


겸세는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해치에게 말했다.


“해치야, 이거 먹고..”


“아구랴, 아구랴, 귤바, 귤바”


그러자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던 해치가 뭐라 뭐라 소리를 냈지만 겸세는 이에 대해 알리가 없었다.


“저, 정법님,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죠..?”


“아.. 녀석, 배고프다는 건데.. 하필 이럴 때. 이제 할멈도 없는데..”


‘할멈..?!’


겸세는 뭔가 묘안이 떠올랐는지 다시 해치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해치야, 아니, 희, 흰둥아, 할멈이.. 할멈이 악신에게 당해서 저승으로 갔다..”


겸세가 채 말을 끝나자마자 해치의 눈빛이 아련하게 반짝였다. 마치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알아듣는다는 듯 이제 해치는 겸세의 두 눈을 똑바로 마주 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흰둥아, 할멈의 복수를 하고 명복을 빌기 위해서는 지금 저기서 고통받고 있는 이무량 안에 깃든 악신을 제거해야 해..!”


해치는 이제 겸세의 말에 완전히 집중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 열쇠를 먹고 이무량에게 가서 네가 오래전에 흡수한 이무량의 불의 기운을 다시 돌려줄 수 있겠니..?”


해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열쇠를 덥석 물더니 꿀꺽하고 삼켰다. 하지만 해치는 어쩐 일인지 당장 이무량에게 달려가지 않았다.


“흰둥이가 수십 년 전에 자신과 싸웠던 이무량을 알아본 거야. 할멈은 도와야겠는데 분명 이무량의 기운과 얼굴은 기억할 테고. 녀석도 나름 고민하는 거지.. 흰둥이를 이해시켜야 해.”


겸세는 해치의 두툼한 발을 붙잡았다. 그러자 해치가 겸세를 돌아보았다.


“할멈에 대한 복수야. 할멈도 이를 바랄 거야. 흰둥아, 이무량에게 불의 기운을 다시 돌려주렴..”


겸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해치의 눈이 다시 반짝였다. 해치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곧장 이무량에게 달려갔다.


이무량의 몸은 여전히 활활 타오르는 중이었다. 이무량 역시 기운이 모두 빠졌는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아구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해치가 이무량을 향해 포효하듯 소리를 내자 녀석의 입에서 주황빛의 영류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이무량의 몸 위로 떨어져 흐르더니 하나도 남김없이 흡수되었다. 이는 마치 마른 한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삽시간에 모두 그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무량의 몸에서 활활 타오르던 백화의 불길이 잦아들더니 금세 모두 꺼졌고, 이무량은 곧 얼굴의 생기를 되찾으며 움찔거렸다.


‘됐다..! 다시 회복했어!!’


겸세와 선준은 이무량의 안색을 보고 그가 완전히 회복했음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하려는 걸까요? 지금 백화가 이무량 안에서 끊임없이 이무량을 괴롭힐 텐데. 이무량이 흑룡을 통해 백화를 삼킨 게 오히려 독이 된 것 같아요.”


“글쎄요. 이무량 저놈.. 백화를 완전히 끝장낼지도 모르겠는데요.”


겸세는 전과는 완전히 다른 이무량의 기운을 느꼈다.


불의 기운 없이 자신의 안에 있던 이무량과는 판이하게 다른 영력, 이무량의 넘치는 기운은 주변의 모든 것을 압도하다 못해 주변의 산과 들은 물론 조선 천지를 집어삼킬 수 있을 정도의 기력이었다.


“어쩌면.. 이제 제가 이무량을 감당하지 못할지도요..?”


“끄아아아아!”


‘파앗’


이무량은 넘치는 영력을 발산하듯 고함을 크게 한 번 지르더니 갑자기 하늘로 솟아올랐다.


이무량은 드디어 이 기술을 쓸 때가 왔음을 느꼈다.


오십 년 전 해치에게 불의 기운을 빼앗기고, 십수 년 전 겸세의 몸에 갇히면서  쓸 엄두가 없었던 이무량의 삼대 초필살기술 중 하나, 바로 무량극태였다.


“무량극태! (無量極太, 이무량의 삼대 필살기. 가장 엄청난 규모의 강한 영력 공격으로 형태가 다양하다)” 

이무량의 주문이 끝나기 무섭게 하늘에 잔뜩 먹구름이 끼더니 우레와 같은 천둥소리가 천지에 울려댔다.


‘꽈르릉 쾅쾅’


‘쿠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번쩍’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쩌저저저저저저적’


그야말로 하늘이 두 동강으로 찢어지는 소리가 천지를 강타했다.


고막이 떨어져 나갈 정도의 큰 천둥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수십 개의 벼락이 한데 모여 이무량을 정확하게 맞췄다.


‘파아아아아아아악’


‘짜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순간 태양보다 강렬한 빛이 번쩍이며 이무량을 강타했다. 그의 몸에서는 뜨거운 화기가 솟구쳤지만 이무량은 어쩐 일인지 웃고 있었다.


‘쩌어어어어억’


벼락 공격이 끝나자마자 북악산의 높은 등선 하나가 반으로 쪼개졌다. 그 규모는 수십 장 아니, 수백 장의 길이에 이르렀고 쪼개진 틈 사이는 작은 마을이 몇 개는 들어갈 정도로 엄청났다.


“저.. 저건 또 뭐야.. 겸세, 이무량이 대체 왜 저러는 거죠? 왜 자신을 공격하는지..”


감세도 알길이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무량은 여전히 웃고 있다는 것이었다.


‘혹시.. 저 녀석’


이무량은 벼락같은 속도로 하강하더니 반으로 쪼개진 산 틈의 지하 깊숙이 들어갔다.


‘콰아아아아아앙’


곧 묵직하게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위 파편들이 튀어나오더니 엄청난 길이로 갈라진 틈이 마치 누가 양 손바닥으로 누른 듯 순식간에 도로 붙어버렸다.


‘꽈르르르르르르르르’


‘짜아악’


반으로 갈려졌던 북악산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거대한 구덩이는 금새 메워졌다.


“도, 도대체 이게 무슨..”


“저거였구나. 이무량이 한 번씩 투덜거리던 게..”


“저거라뇨..?”


“이무량이 자기 필살기를 못쓰게 되었다고 한 번씩 그랬거든요. 그런데 오늘 썼군요.”


“그럼.. 벼락을 수십 방이나 맞고 갈라진 구덩이 사이로 깊숙이 처박힌 뒤 저기 지하에 스스로 갇혔단 말인가요?”


“네.”


사방은 삽시간에 고요해졌다. 저 정도의 공격에 단기간에 받았다면 그 어떤 악귀라도 온전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무량은 백화를 치고 땅속에 가두기 위해 자신에게 무량극태를 날리며 스스로 희생한 것이다.


“그, 그 말은 이무량도 끝났다는.. 말인가요?”


“아뇨.”


선준은 의아했다. 천지를 깨부수고 갈라놓을 정도의 엄청난 힘을 자신에게 쏟아부었으니 이무량도 멀쩡할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자 정법이 입을 열었다.


“이무량은 백화를 북악산에 가둔 거야. 남방악신을 북쪽에서 가장 기운이 지독한 산의 지하에 가뒀으니 엄청 괴로울 테지. 북악산은 한 때 진국백 (鎭國伯, 국사당의 높임말)으로 불렸다. 즉, 가두고 지키는 기운이 엄청나지 게다가 원체 화기가 넘치는 산이라 자신의 화기로는 감당이 안될지도 몰라.”


“이무량이.. 그걸 알고 다 계산해서 백화를 가뒀다니..”


“아! 선준님, 이무량이 그걸 알고 계산한 건 아닐 겁니다. 그냥 무식하게 힘으로.. 흐흐”


‘파아아아앙’


순간 북악산 중턱에서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곧 흙더미와 돌덩이가 튀어나오더니 그 안에서 이무량이 빠져나왔다.


‘휘이이이익’


‘타앗’


“헉헉헉. 헉헉”


“이무량!!!”


겸세는 곧장 이무량에게 달려갔다. 이무량의 영체는 마치 살아있는 사람의 몸처럼 여기저기 흙이 묻었고 옷가지는 찢어져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너 괜찮아?”


“응, 당연하지. 그런데 수십 년 만에 센 놈이랑 제대로 붙으니 쉽지 않네. 그런데 원래 조선 최강자가 나잖아? 히히”


불의 기운을 되찾아도 이무량은 이무량이었다.


“야아, 넌 그래봤자 대악귀였잖냐. 악신이랑 같아?”


“후후후. 나도 몰랐지. 내가 악신 셋을 모두 제압할지는. 으하하하하!”


이무량은 신이 났다. 과거 대악귀 시절에는 최악의 악귀로 악명을 떨쳤지만 이젠 달랐다. 굳이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아도 세상에는 즐길거리가 많다는 걸 점점 깨달아가는 중이었다.


“아무튼, 그럼 남방악신은.. 저기 북악산 안에 갇힌 거야? 부적으로 봉인한 건가?”


“봉인은 아니지. 난 부적은 안 쓰니까.”


“그럼.. 그럼 다시 튀어나올 수 도 있겠네?”


“음..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라니..! 이무량, 그럼..!!”





매거진의 이전글 130화 조선대악귀전 - 삼방악신 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