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의 추억
다행히 태풍은 큰 난리 피움 없이 지나간다.
어렸을 때 대부분의 집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가 살던 집은
서울 변두리의 자그마한 단독 주택이었다.
그때는 여름에 비가 오면
창밖 나뭇가지에 비가 맞는 후드득 소리에
비가 오는 것을 알았다.
요즘처럼 마당에 잔디를 심거나 조경용 조약돌 포장 없이
그런 거 없이 그냥 내추럴 친 환경적인 맨땅이었다.
조각돌에, 깨진 유리조각에, 거친 모래밭에 , 돌 사이에
잡초까지 나오는 그런 맨땅이었다.
땅 먼지가 빗방울에 맞아서 유리창까지
올라와서 땅 먼지 냄새로 비가 오는 걸 알았다.
그 당시의 창호들은 왜 그리 허술했는지
빗소리와 땅 먼지 냄새를 집 안으로 불러들였다.
비가 오는걸 시각과 촉각보다는
청각과 후각으로 먼저 알던 때다.
세월이 흘러 아파트 생활을 하다 보니
외부 소리와 냄새가 차단되는
[시스템 3중 창호]는 집안에서는 밖에 비가 오는 걸 알지 못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
방에는 잠잘 자라고 두꺼운 암막커튼이, 거실 3중 창호의 안쪽에는 햇빛 가리는 커튼이
쳐 저 있어 밖에 비가 오는지? 바람이 부는지? 무슨 냄새가 들어오는지?
전혀 알길 없이 고립된 생활이 가능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튼을 제쳐야 비 내림을 알게 된다.
단지 윗집 어린아이 뛰노는 층간소음만이 있다.
그나마 그 정도는 사람 사는 것 같아서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모두 다 [3중 창호] 덕이다.
밤 11시 넘어 아파트 단지 내로 네네치킨 배달하는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가 짜증 나게 들리면 [3중 창호] 가지고는 부족하다.
[7중 창호] 정도는 개발되어야 조용한 생활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