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지 Jul 08. 2020

육아가 힘든 이유

육아는 팀 프로젝트.

 육아는 왜 힘들까요? 사실 육아 말고 다른 일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입니다. 대가를 받고 하는 대부분의 일들이 육체적, 정신적 노동이고 육아도 그렇습니다. 이 일들은 보통 그 대가만큼 힘들고 육아는 그런 것과 상관없이 힘들죠. 어쨌든 노동이니까요. 육아는 노동이라서 힘든 거죠. 그렇다면 일을 하며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때처럼 하면 육아를 하며 생기는 문제들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좀 이상할 수도 있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용을 받고 하는 일들처럼 육아를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잠시 제가 일할 때의 과정을 생각해보겠습니다. 프리랜서로 일할 땐 의뢰받은 일의 작업량과 일정, 예산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고 가능 여부를 따져본 후 수락 혹은 거절을 합니다. 여기서 예산은 저의 선택에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만 실제로 이 일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작업량과 일정입니다. 모든 일에는 그것을 처리하기 위한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한 법이고 부족하면 그 일은 할 수 없습니다. 예산을 떠나서 제가 그 일을 하고 싶다 하더라도 작업량을 줄이던가 일정을 늘리던가 하지 않으면 할 수 없습니다. 예산을 더 써서 사람을 더 쓰거나 작업 시간을 단축시킬 장비를 사는 방법도 있겠지요. 직장이나 다른 어떤 곳에서 하는 일들도 모두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저절로 그냥 되는 일은 없습니다. 있다면 담당자를 갈아 넣은 것이겠죠.


일과 관련해서 특별할 게 없는 이야기를 구구절절했는데 저는 육아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육아는 다른 수많은 일들과 마찬가지로 육체적, 정신적 노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엄마, 아빠들은 육아라는 프로젝트를 같이 해야 하는 팀원이고 원활한 진행을 위해 세밀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아빠들이 자기가 이 프로젝트의 팀원이라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건 단 두 명이  같이 진행하더라도 수많은 의견을 조율하고 작업을 분담하여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할 텐데, 한 명이 본인은 담당자가 아니고 지나가다 한 번씩 들러서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다른 한 명이 고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남은 담당자인 엄마들이 갈려나가는 거고요. 


육아를 도와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겠다는 아빠. 자상한 남편이지만 아이 볼 줄 모른다는 아빠. 둘 다 육아 관련 매체나 주변 지인들 혹은 지인의 지인으로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들인데 모두 이에 해당합니다. 본인은 담당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니 적극적으로 대하지 않는 겁니다. 이에 대해 할 말이 많지만 너무 길어지니 여기선 넘어가야겠네요.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양육자들 모두 본인들이 담당자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임하더라도 육아는 애초에 한국에서 2인 가족이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겁니다. 인원에 비해 처리할 업무가 너무 많아요. 그러니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두 명으론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듭니다. 여기서 좋은 결과란 양육자들이 안정된 경제적 활동 및 주부 생활을 하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아이를 안전하게 키우는 것 정도를 말합니다. 구구절절 썼지만 짧게 하면 양육자들이 아이를 낳기 전과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것 정도입니다. 부귀영화를 누리자는 것도 아니고 이게 그렇게 큰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과장이 아니라 둘이 선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때문에 많은 양육자들이 조부모님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지요. 


이런 점들을 볼 때 육아의 어려움을 줄이려면 어떻게든 노동량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원을 늘리든 업무를 줄이든 간에 나의 노동량을 줄여야 합니다. 남자는 뇌가 달라서 아이를 못보니 여자가 고생하는게 당연하다거나, 육아의 고통이 나를 성장 시킨다는 말이나 다른 여러가지 뜬구름 잡는 조언들 보며 정신 승리 같은거 하지말고 일을 줄여야 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