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 아이와 수영 학원에 갑니다.
학원에서 운영하는 셔틀도 있지만 수영장 내에 수업받는 모습을 보며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지금은 바쁜 일도 없어서 직접 데려다주고 있습니다. 읽을 책 한 권과 근처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하나 준비하면 꽤나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수영장 셔틀을 이용하면 그동안 집에서 혼자 쉴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러기 힘듭니다. 집에 있으면 여러 가지 할 일들이 신경 쓰여서 제대로 쉴 수가 없죠.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해야 할 집안일이 더 이상 없는 상황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수업받을 때 저도 잠시 집을 떠나 수영장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쉬기엔 더 좋습니다. 적당한 수심에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항상 가까이 있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다가 고개만 들면 아이가 보이고, 눈이 마주치면 같이 손을 흔듭니다. 이 정도면 정말 휴식이라고 할만하지요.
매주 수업받는 아이를 보다 보면 아직 영법이 익숙하지 않은데 그 와중에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발차기를 지난주 보다 더 잘 한다거나 숨 쉴 때 머리 움직임이 더 좋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손동작을 좀 더 디테일하게 배우면 그거 신경 쓰느라고 잘 하던 다른 동작을 다시 엉성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보면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좋아져 있습니다.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그 과정은 위로 향하는 직선이 아니고 나선형으로 돌면서 오르락내리락 하며 올라가는 곡선이라고 하는 걸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이걸 직접 보는 것 같습니다.
동시에 여러 명의 아이들이 수영하는 모습을 보면 새삼 아이들마다 개성이 다 다르다는 걸 실감합니다. 어떤 아이는 자세는 불안한 편인데 힘이 좋아서 킥보드를 사용하면 속도가 빠르지만 맨몸으로 하면 속도가 확 줄어듭니다. 또 어떤 아이는 아직 힘이 없어서 물에 살살 떠다니는 느낌인데 자세는 안정적이라 오리발을 착용하면 다른 아이들보다 갑자기 빨라집니다. 전체적인 수준은 비슷한데 어떤 아이는 자유형을 잘하고 누구는 또 평영을 잘하고 이런 식으로 다 다릅니다.
수영뿐 아니라 아이들의 다른 활동들에서도 이런 과정이 다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른도 마찬가지겠지요. 나중에 언젠가 아이가 어떤 과정에서 헤매고 힘들어하면 수영 배울 때 이야기를 해주려 합니다. 제가 뭔가를 하다가 잘 안될 때도 이 생각을 하면 도움이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