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therealreal.com 기업개요/사업모델
동사는 `11년 론칭한 중고명품 거래 온라인 플랫폼이다. 판매되는 모든 제품이 자체 감정사의 검증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중고명품을 제값 받고 팔 수 있는 곳, 구매자 입장에서는 인증된 중고명품을 살 수 있는 곳이다.
주식으로 치자면 `19년 6월에 상장한 새내기 주식이며, 기업 크기도 작고 상장 당시 신규 발행하는 주식 수가 적어 자본시장에서 크게 관심받은 주식은 아니었다.
A. 대상 고객
판매자 구매자 과반 이상이 앞으로 미국의 소비시장을 주도하게 될 밀레니얼 세대이다. 럭셔리 아이템의 주 소비층 인 여자들이 대부분이지만, 현재 매출에 한 자릿수 정도 기여하는 남자 구매자가 빠르게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한다.
B. 서비스 절차
출처: The RealReal Form S-1 1) 판매자가 제품을 The RealReal에 위탁한다. 위탁방법은 택배로 보내거나 가격대가 높은 물건의 경우 감정사가 직접 찾아오기도 한다.
2) The RealReal 측이 제품을 인증, 가격을 책정한다. 자체 감정사들과 가격 예측에 필요한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다.
3) 제품의 사진을 찍어서 therealreal.com에 포스팅한다. 위탁은 미국에서만 가능하나 구매는 한국에서도 된다. 한 번 들러보시길.
3) 구매자에게 판매되면 수수료를 뺀 잔액을 위탁자에게 송금한다. 여기서 수수료율(Take Rate)은 15%에서 비싸게는 70%까지도 올라간다. 가격대가 높은 물건일수록, 위탁을 자주 맡기는 우수 판매자일수록 수수료가 내려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The RealReal은 중고명품을 사고팔 때 신뢰받는 인증자 및 플랫폼 제공자로서 판매자와 구매자 양쪽의 효용을 극대화시켜 가치를 창출한다.
C. 수익모델
동사의 매출은 떼 가는 수수료만 매출로 인식하는 위탁판매와 제품의 판매가 전체를 매출로 인식하는 직접판매로 나뉜다.
기본적으로 모든 공급은 위탁판매를 가정하고 받는다.
그런데 판매 후 잔액을 공급자에게 넘겼는데 구매자가 15일 환불기간 안에 환불해 제품이 돌아오면 동사가 재고부담을 지는 직접판매 모델로 변경된다.
D. 비용구조
직접비용의 경우, 사업하는데 단순히 온라인 거래장터를 여는 것보다 많이 든다. 제품을 위탁받는데 드는 배송비와 제품을 감정할 감정사들의 인건비가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간접비용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1) 불규칙적으로 수급되는 중고품을 정리할 재고관리비,
2) 새롭게 개척하는 시장을 홍보할 마케팅비,
3) 그리고 therealreal.com 사이트 운영비이다.
E. 경쟁환경
TheRealReal의 경쟁상대로는 동사를 견제할 목적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14년에 출시한 Poshmark, `17년에 출시한 eBay와 경쟁한다. 둘 다 기존 사업으로 일반적인 중고품 거래 사이트의 운영 중이다.
이 업계의 핵심 경쟁력은 결국 규모의 경제다. 규모가 있어야 위탁자는 물건을 빨리 비싸게 팔고, 구매자는 선택권이 넓어지며, 회사는 고정비를 손쉽게 메꾼다.
The RealReal은 시장 개척자로서 중고명품 거래액의 규모는 제일 크다. 단, eBay와 Poshmark는 주력사업인 일반 중고품 거래 사이트에서 나오는 자본력 및 인지도가 있다. 동사는 이들의 경쟁을 떨쳐내기 위해 거래액과 이용자 수, 그리고 매출을 최대한 빨리 키워야 한다.
미국 개인 블로그/유튜브 채널을 뒤져본 결과,
"구매력 낮은 구매자가 많은 Poshmark/eBay에서 팔기 힘든 비싼 아이템을 therealreal.com에 판다", 혹은
"therealreal.com에 위탁하면 제품 사진과 고객관리 등을 The RealReal 측에서 맡아주기 때문에 eBay나 Poshmark처럼 직접 고생하는 수고를 던다"
등의 인식이 존재해, The RealReal이 미국인들 머릿속에 일정 수준의 정체성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유튜브 The Rachel Review, New York Sensation 추가적으로 일명 Retail Apocalypse(오프라인 유통의 종말)를 맞고 있는 Macy's 등 백화점 체인도 일종의 경쟁관계이다. 백화점이 생존을 위해 할인경쟁을 벌이면 중고물품의 의 판매 가격도 하락해, 동사가 거둬들일 수 있는 수수료도 줄어든다.
장기 투자 포인트
A. 미국 밀레니얼 세대로부터 수혜
미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편이니 럭셔리 소비도 많이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80년대 중반과 `00년대 초반 사이, 미국의 빈부격차가 급격히 벌어질 때 태어난 이들의 99%는 럭셔리 소비를 주기적으로 할 정도로 소득이 넉넉하지는 않다.
게다가 이들은 럭셔리 소비는 돈의 낭비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미국 신흥 부자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나 마이크 저커버그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역사에 남을 정도의 부를 챙겼음에도 겉치레는 극도로 수수하게 한다. 이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가난한 99%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기 위함이다.
미국식 서민 코스프레. 출처: CNBC
이러다 보니 밀레니얼 세대는 가격 대비 효용을 위해서라면 인터넷을 사방팔방 뒤지거나 남의 물건, 혹은 남이 사용했던 물건을 쓰는데 거부감을 덜 느낀다. 미국식 효율주의와 빈부격차가 섞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이것이 Amazon, eBay 등의 이커머스 기업과 Uber, Air B&B 등의 공유경제 기업이 미국에서 태어난 이유다. 중고 럭셔리 이커머스 사업모델도 위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밀레니얼 세대는 이 시장을 쉽게 받아들일 것이다. 이로 인해 동사의 매출은 고성장을 지속할 확률이 높다.
새로워 보이지만 그렇게 새로울 것도 없다. 출처: Getty Images
B. 니치 한 시장 내 강자
주가가 계속 오르려면 앞으로 동사가 지속적으로 증명해 나가야 하는 투자 포인트이다.
미국에서 럭셔리 시장은 가뜩이나 니치 한데, 동사가 개척 중인 "중고 럭셔리 이커머스"시장은 사업모델상 기존 이커머스보다 직접비용이 높아서 Elephant in the Room인 Amazon이 진입하기엔 애매하다.
동사는 거래액 기준으로 점유율도 제일 높고, 동종업계 안에서 Take Rate도 제일 높다. 이는 실제로 동사의 서비스 질이 제일 높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한편, 향후 Take Rate 인상의 여지가 높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굉장히 초기 단계의 시장이므로, 동사의 우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확신할 수는 없는 단계이다.
C. 직접판매 비중의 하락 여부
경영진이 장기적인 방향성이 될 것이라 제시했지만 최근 실적까지는 오히려 반대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The RealReal의 사업모델이 지속성이 있다고 증명되려면 직접판매 비중이 하락해야만 한다.
현재 구매자는 The RealReal에서 제품을 구매 후, 15일 이내에 환불을 신청할 수 있다. 나는 직접판매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이 깍쟁이 밀레니얼 세대들이 이 환불 시스템을 악용하면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중고제품은 며칠 사용하고 환불해도 사용한 티가 잘 안나 얼마든지 악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경영진은 최근 실적에서 구매취소/환불 비율이 27.9%로 yoy 1pp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직판비중 상승은 사업이 빠르게 확장되면서 위탁받는 제품이 구매를 앞질러서라고 설명하였다. 충분히 논리적인 설명이다.
하지만 경영진은 장기적으로 직접판매 비중이 하락할 것으로 제시한 만큼, 차후 실적에서 보여줘야 할 것이다.
단기 투자 포인트
A. 유통주식 수가 적어 저평가 상태
주식이 IPO를 하면, 기존에 주식을 들고 있던 주주들은 180일 동안 매매를 못한다. 그러다 보니 The RealReal은 총 발행된 85백만 주 중 고작 17백만 주만 거래되는 상태이다.
락업이 '19년 12월 25일에 풀리기 전까지 시장에 유통되는 기업가치는 $270m(3000억원)인 것이다. 락업만 풀리면 웬만한 기관도 접근할 수 있지만, 현재는 불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현재 주가가 상당히 저평가되어있으며, 이것은 기회다. 현재 주가는 IPO 가격보다도 낮아, 락업만료 이후 기존 주주들의 대량 매도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고, 오히려 유동성이 좋아지며 기관투자자 유입으로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
B. 첫 실적에서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상회
The RealReal은 '19년 8월 14일, 상장 후 첫 실적을 발표하였다. 실적의 핵심인 매출이 시장 애널리스트들의 기대치 중 최고치도 상회하였고, EBITDA 적자는 기대치 중 최저치 보다도 적게 나왔다. 회사의 연간 전망도 기대치를 상회하였다.
뿐만 아니라 남성 및 젊은 고객 확장, 리턴 비율 하락 등 긍정적인 면모에 대하여 코멘트하였고, 규모의 경제, 감정 및 포장 프로세스의 자동화 등으로 앞으로 사업 효율이 개선될 여지가 높다고 코멘트하였다. 그러면서 향후 이익률 개선에 자신감 표현하였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호실적에 환호하면서, 상장 이후 크게 주가조정을 받은 The RealReal의 연간 기대실적과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기업 실적표. 자세한 내용은 회사 IR을 참고하시길. 출처: investor.therealreal.com
C. 그러나 수급 문제 + 외부적 요인으로 주가 폭락
The RealReal은 상장 당시에, 앞서 설명한 장기 투자 포인트들이 과다하게 반영되었다. 유통물량이 적다 보니 작은 거래량에도 주가가 40%나 급등했고, 그 후 주가가 줄줄 흘러내렸다.
그러다가 8월 9일, 온라인 럭셔리 유통업자 Farfetch가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도는 실적 발표로 주가가 -40% 폭락하며 동사 주가도 -20% 폭락하였다.
미국인들의 럭셔리 소비 성향을 감안, 온라인에서 럭셔리를 판다는 면에서 비슷하지만 Farfetch는 신제품을, 동사는 중고품을 유통시키는 만큼 미국 소비자에게 전혀 다른 가치제안을 한다. 나는 이것을 부당한 폭락으로 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앞서 말한 실적 당일, The RealReal의 주가는 장 초반에 10% 급등했지만, 미/중 무역분쟁 우려와 유통섹터의 대장주인 Macy's의 부정적인 실적으로 전체 산업분류에서 대량 매도가 발생했다.
거래되는 물량이 적은 동사의 주가는 장 초반 갭상승한 레벨에서 -24% 하락하며 당일 수익률 -16%로 하락 마감했다.
그 후 이틀간 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며 The RealReal의 주가도 회복해, 전일 종가 기준으로 14일 실적 전일 주가까지 도달했다. 어찌됐든 호실적임을 낸 만큼 동사의 주가는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투자판단: 매수
A. 밸류에이션
앞서 설명한 이유로 저평가 상태이다. 시가총액이 비슷하지만 장기 투자 포인트가 동사 대비 약하고 최근 실적도 크게 실망스러웠던 Farfetch(FTCH)와 Revolve(RVLV) 대비 비싸며,
당연하지만 상장 후 사업모델을 장기간 입증하면서 성장해 온 Shopify(SHOP)나 Etsy(ETSY) 보다 싸다.
단기적인 목표주가를 $20(+16%; IPO 당시 가격)으로 잡는다. 일시적인 수급효과로 인한 하락이 회복될 것을 가정한다.
B. 투자계획
장기적인 목표주가를 $26(+51%; 업계 상위 Peer 대비 10~20% 디스카운트)으로 잡는다. 장기 목표주가를 달성하는 데는 호실적 등을 통해 동사의 업계 지위가 강화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마저도 동사를 커버하는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목표주가 ($29.7) 대비 낮으니 보수적일 수 있다.
펀더멘털 적으로도 상당히 위험(High Risk = High Return)한 투자인데, 12월까지는 유통물량도 적어서 변동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초기 투자비중은 작게만 가져갈 것이며, 장기적으로 포지션을 유지하되 10월 즈음 있을 실적 발표나 12월 락업기간 만료 등, 주요한 이벤트 직전에는 포지션을 작게 줄여놔서 위험을 줄일 계획이다.
검정: 주가; 파랑: 12개월 매출컨센; 보라: 애널리스트 목표주가; 출처: Bloom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