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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외주식장이 Aug 20. 2019

190816 홍콩 시위와 글로벌 주식시장

국제정세

6월부터 본격적으로 헤드라인을 장악한 송환법 반대 시위.  

이대로면 80일간 지속된 우산혁명보다도 오래가게 된다.

2014 홍콩 우산혁명.  출처: theguardian.com

작가의 홍콩 친구들 중 몇은 일찍이 해외로 도피했다.  

이번과 같은 시위가 일어나면 홍콩은 빈부격차가 극심한 나라이기 때문에 홍콩민들이 금융권에서 일하는 부자 외국인들을 공격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

도피한 친구들은 시위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며 최소한의 짐만 꾸려서 갔는데, 현재 2달 가까이 집에 못 돌아가는 웃지못할 상황에 처해있다.


한편 나의 주변에서는 홍콩 시위가 주식시장의 급락과 맞아떨어지면서 홍콩 시위가 시장의 급락의 원인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나의 기본적인 생각은 이렇다:

1. 홍콩 시위는 표면적으로 과격해 보이나 결국 흐지부지 끝날 수밖에 없으며..

2. 홍콩 시위는 글로벌 주식시장에 의미 있는 영향력을 행사할 확률이 매우 낮다.


홍콩 시위가 흐지부지 끝날 수밖에 없는 이유

1. 홍콩 경제는 중국에 완벽히 종속되어있다

홍콩과 대만은 둘 다 자치권이 있지만 중국령으로 분류된 지역이란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두 지역은 경제적 관점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확연히 다르다.


경제적으로 중국에 어느 정도 종속되어있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대만글로벌 IT 산업체인 안에서 중요하면서도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대만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해 "대만의 삼성"이라 부를 수 있는 TSMC; 

세계 최대의 로직 반도체 파운드리로서 업계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중국은 TSMC를 따라잡기를 꿈꾸며 내수기업인 SMIC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TSMC의 노하우와 기업 생태계는 중국의 막대한 자본력으로도 따라잡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실정이다.

TSMC(검), SMIC(빨)의 수익률 차트.  중국 정부의 처절한 노력이 얼마나 무의미했는지 보여준다.  출처: Bloomberg


반면에 홍콩은 어떤가?


홍콩은 대한민국보다 약 4배 큰, 아시아에서 일본과 중국 다음으로 큰 주식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 금액의 79%는 사실 홍콩에 상장된 중국기업들이다.

홍콩 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 중 홍콩 기업은 4개뿐이며, 그마저도 중국계 자본이 기반에 있는 은행부동산 기업들 뿐이다.


GDP 기준으로도, 홍콩 경제는 서비스업 비중이 92%로, 기타 산업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서 서비스업이란 면세쇼핑을 위해 찾아오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업과...

특별행정지구(SAR: Special Administrative Region)로서 글로벌 자본시장과 철저한 자본통제를 받는 중국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금융업이 대부분이다.


출처: Bloomberg(2018.08.15), CIA.gov(2017)


글로벌 투자자들은 홍콩을 "선진국"으로 분류하지만,

중국의 영향력을 제거하고 나면 홍콩에 남는 것은 열대기후로 후덥지근한 허허벌판뿐이다.


2. 중국의 무대응을 당해낼 방법이 없다

다 보니 수년에 한 번씩 일어나는 홍콩의 반중국 시위는 언제나 그 한계가 명확하다.


반중국 시위를 하다 보면 중국에 종속된 경기가 마비되기 시작한다. 경제가 피해를 입으면서 시위를 반대하는 여론이 내부에서 발생한다.  중국은 시위단을 무정부주의자로 규명한다. 절박해지는 시위단은 시진핑과의 협상을 요구한다.


이 단계까지 오면 중국의 대응책은 비슷하다.  그것은 바로 "무정부 주의자와는 교섭하지 않는다"며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이다.


중국은 홍콩 시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다.  홍콩은 어차피 명백한 중국령이다.  1997년 영국으로부터 땅을 환수받았고, 경제/정치적 자율권을 약속했지만 그 약속마저도 2047년에 만료된다.


먼발치에서 보면, 이번 송환법의 제정은 47년, 홍콩이 중국에 완전히 흡수될 때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충격요법에 불과하다.  송환법은 올해 제정이 안되면 내년, 10년, 혹은 그 후에 제정돼도 상관없다.


설령 홍콩민들이 끝까지 중국에 반발한다 해도, 중국은 그에 대한 대책마저도 있다.


홍콩의 유일한 존재 의의는 세계와 중국과의 징검다리 역할뿐이다.  그러나 중국은 내수시장을 천천히 개방 중이고, 금융시장마저도 선강퉁/후강퉁으로 빠르게 개방 중이다.  홍콩에 붙어있는 마카오도 중국의 하와이라 불리는 하이난 성에 카지노 허가가 나오면 존재가치가 희미해질 것이다.  


사실 홍콩은 중국에 부드럽게 흡수되어 중국의 금융허브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하이난성.  느낌은 하와이인데 중국인들로 가득 차 있다.  출처: thetravelintern.com


중국은 그 어떤 것도 양보하지 않아도 된다.  홍콩 경제가 파탄 나는 것을 구경하며 시위대가 자진 해산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홍콩 인근에 군대를 집결시키며 위협도 하지만, 진짜로 무력 제압할 필요는 없다.  오하려 무력으로 시위를 제압하면 미국 등 서방국가가 인권 운운하며 개입할 명분을 준다.


자기만의 생산성을 갖추지 못한 홍콩은 중국의 그 어떤 압제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


홍콩 시위가 글로벌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이유

1. 글로벌 경제 관점에서 홍콩 경제 호불황은 의미가 없다

홍콩 자체의 위기는 글로벌 경제에 파장을 일으키기에 너무 작다.  이번 홍콩 시위를 "위기"로 인식할 만한 기업은 몇 안 되는 홍콩 기업과 홍콩에서 럭셔리 시계를 팔아 상당한 매출을 일으키는 리시몽그룹 정도다.

까르띠에와 반클리프&아펠 브랜드로 유명한 리스몽 그룹.  출처: Bloomberg


2. 이것이 신용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낮다

물론 그리스같이 세계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훨씬 작은 국가의 위기도 글로벌 위기로 번진 전례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렉시트로 인해 그리스가 채권자들의 돈을 안 갚거나 일부만 갚을 가능성, 즉 신용리스크로 번졌기 때문이다.


홍콩의 금융시스템은 그리스보다 훨씬 크지만 홍콩의 시위가 신용위기로 번질 확률은 낮다. 

우선, 홍콩 정부는 신용도가 대한민국보다도 높은 AA+등급이고, 애당초 국가부채비율이 높지도 않다.

환율방어에 필요한 외환보유고는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로 잠깐 하락하다가 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홍콩 외환보유고.  단위: 십억 USD

그리고 홍콩 시위로 인해 홍콩의 대규모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상황도 상상하기 어렵다.  그 자산이 주식이든 채권이든, 외국인들이 홍콩에 투자하는 이유는 홍콩을 통해 중국에 투자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중국에 종속된 홍콩은 자체적인 위기조차도 만들어 낼 수 없다.



시사점

1. 홍콩 시위의 영향력을 과대 해석하면 투자판단도 잘못 내릴 위험이 있다

홍콩 시위가 격화/완화에 따라 시장의 하락/상승을 예상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현재 진행형인 신흥국 리스크로는 아르헨티나의 좌파정권 집권이 훨씬 파장이 큰 이슈이다.


2. 도덕적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생산성뿐.

최소 47년까지 홍콩의 경제/정치적 자치권을 보장하기로 약조한 중국 정부는 뻔뻔하게 홍콩을 압박 중이다.

자유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다.  많은 이들이 이번 시위를 "옳고 정의롭다"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도덕적인 잣대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시장경제에서 적을 이기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바로 적보다 더욱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다.

중국 경제에 완전히 종속된 홍콩은 자체적인 생산성이 없다.  따라서 아무리 정의로운 싸움을 해봤자 원하는 것은 이룰 수 없을 것이다.

2019 시위. 이루어지지 않을 꿈이라 더 아름답지만,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  출처: Fox Business

이러한 극단적인 예는 최근 일본과의 분쟁에 대하여 우리나라의 위정자들도 참고할만한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p.s. 비슷한 이야기인데 인생의 진리 하나를 말하자면, 살면서 죽도록 미운 사람이 있다면 그를 증오하는데 시간을 쏟아봤자 자기만 손해다.  오히려 이를 악물고 그보다 더 생산적이고 더욱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복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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