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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또 Apr 16. 2024

동그란 너에게

너와 여행을 다녀온다면 좋을 것 같다. 당일치기라도 상관없다. 잠깐 이곳의 아픔과 슬픔을 잊고서 기차에 몸을 싣고 떠나고 싶다. 줄 서서 먹는 맛집에 가서 시간을 할애하기도 하고 마침내 들어섰을 때 ‘여긴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걸까?’에 관해 파헤쳐 보아도 좋겠다.


너는 너만의 방식으로 날 위로하는 사람이다. 예컨대 백 마디의 말보다는 행동으로. 빈 접시 위에 음식을 얹어주거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자그마한 선물을 해주거나.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연락하고 지겨울 법도 한 나의 반복적인 말들에 일일이 대답하며 무심한 듯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사람이다.


넌 타인에게 나를 ‘바보 같은 애. 할 말 못 하고 착하고 순둥순둥해, 애가.’라고 설명한다. 나는 진짜 그런 사람인가 생각한다. 이런 사람이어도 혹 이런 사람이라면 너와 평생을 늙어갈 수 있나 고민한다. 나와는 달리 똑 부러지고 제 할 말도 잘하고 뭐든 능숙하며 제 앞길도 잘 개척해 나가는 널 동경하는 것도 같다.


요컨대 너랑 함께하면 무엇이든지 어렵지 않을듯하다. 내가 힘든 일이 벌어졌을 당시에도 넌 거리낌 없이 손을 내밀었다. 자신이 불편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한들 나를 돕고자 했다. 나는 너에게 받은 마음을 어떻게 갚아야 하나. 나날이 빚을 진다. 그저 내가 앞으로 잘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너다.


너를 따라 떠나고 싶다. 어디든 편안하고 든든할 것 같다. 어떠한 일을 계기로 부쩍 가까워진 사이. 너는 그 후로 가장 잘한 일이 나와 친해진 거란다. 만약 신이 있다면 미리 벌어질 일들을 대비해서 너를 내게 보내준 게 아닐까. 심심치 않은 상상을 해본다. 날이 따뜻해졌다. 너랑 다닐 곳과 다녀본 곳이 늘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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