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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지재 Oct 24. 2024

직장과 결혼에 대한 간증

(2024.8.1 작성)


아래 글은 24년 5월 4일에 ‘빌라델비아 신부들’ 카페에서 함께 모여 예수님을 기다리는 성도님들과 나눴던 간증 글입니다. 



하나님은 분명히 살아계십니다.





"너희는 여호와를 만날 만한 때에 찾으라 가까이 계실 때에 그를 부르라"
(이사야 55:6)



"너는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곧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들이 가깝기 전에 /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둡기 전에, 비 뒤에 구름이 다시 일어나기 전에 그리하라"
(전도서 12:1-2)














안녕하세요



제가 언제 마지막으로 카페에 글을 썼나 했더니 22년 말이네요. 


당시 jesus2027 웹사이트가 한창 제작 완료됐던 때였는데 이후로 저의 근황에 관해 들려드리지를 못했습니다. 



사실 그간 제게 일어났던 일들이 뭐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었어요. 


정신 차려보니 어어어~ 하면서 오늘 이 시점까지 흘러와 있다는 말이 제일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쏜살같이 흘러갔던 지난 1년 반의 이야기를 최대한 축약해서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써놓고 나니 너무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ㅠ.ㅠ)



저는 22년도 초에 부르심을 받고 거듭나서 빌델 카페로 인도되었고 


이곳에서 영의 양식을 먹으며 쭉 신앙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 공동체에서 갓 태어난 저라는 어린 영혼에 어떤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고 그 속에서 어떻게 양육되고 자라왔는지를 오늘 이야기를 통해 함께 지켜봐 주시면 다른 지체님들께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직장과 결혼 두 가지 이야기를 중심으로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직장은 jesus2027 사이트를 만든 아임웹이라는 회사로 시작했고, 


결혼은 빌델의 어느 자매님과 결혼한 이야기입니다. 









1. 직장




1) 편의점


22년에 거듭나면서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성경을 모르면 마귀한테 바보처럼 속아서 살게 된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집에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었던 수백 권의 인본주의 책들이야말로 구역질 나는 배설물임을 깨닫고 하루아침에 박스에 싸서 중고 서점에 팔고 폐휴지로 내다 버렸습니다. 


그리고 성경 하나만 들고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었어요. 


최소한의 밥벌이를 하면서 성경 볼 시간을 낼 수 있으려면 방법은 그것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야간 편의점 일을 22년도 내내 1년 가까이 하게 됩니다.



그 당시 아무도 없는 편의점 카운터에서 밤새 말씀 보며, ‘워크-인’이라고 불리는 음료 냉장고 뒤편에 들어가서 음료수 채우는 척하면서 눈물 쏟던 감동의 시간이 아직도 잊히지 않네요. 


그러고 승아님 블로그로 인도돼서 이곳 카페까지 들어오게 되고 승아님 포스팅도 닳도록 읽을 시간이 허락됐지요. 


또 이전에 출판했던 경험이 있어서 이북도 만들고 홈페이지도 만들고 여럿이 협업하며 말세 특집 번역도 하면서 영적으로도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23년도 들어오면서 갑자기 편의점이 장사가 안돼서 폐업하게 됐어요. 


손님이 워낙 없는 곳이라 야간에 하는 일도 거의 없고 오히려 생활비 벌면서 개인 사무실로 사용하는 기분이었는데 아쉽게도 다른 일자리를 구해야 했습니다. 


주님 오실 날이 코앞이어도 그날까지 밥벌이는 해야 해서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알바천국 앱에서 그냥 아무 데나 넣어보기로 했습니다.


옷 가게라든지 다른 편의점이라든지 아무튼 일이 쉬우면서 사람들과 부대끼지 않고 말씀 볼 시간이 충분히 보장되는 일이었으면 싶었어요. 


또한 출퇴근에 교통비와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지 않아서 반드시 집 근처여야만 했습니다. 







2) 아임웹 고객센터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아임웹’이라는 회사의 고객센터 채팅 상담 업무였습니다. 


이 아임웹이 어딜까요? jesus2027 웹사이트를 이 아임웹을 통해 만들었지요. 


게다가 집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사무실이 있었습니다. 


제가 전화는 공포증 비슷하게 있어서 부담스러웠는데 채팅은 자신이 있었어요. 


제가 쓸데없이 타자가 정말 빠르거든요. 


한컴타자연습 할 때나 쓰였던 타자 실력이 빛을 발할 때가 왔나 싶었습니다. 



일단 면접부터 봤는데 한 명 뽑는 자리에 덜컥 붙었어요. 


그래서 23년도 1월 초순부터 당장 출근해야 했어요. 


그런데 편의점 사장님께서 폐업하는 2월 말까지는 일해달라 하셨는데 그 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편의점 사장님이 암 환자이신데 인건비 줄 돈이 없어서 아픈 몸 이끌고서 어떨 때는 하루에 15시간씩 편의점 근무를 하고 계셨어요. 


제가 만약 약속을 어기고 일찍 그만두면 당장에 일할 사람이 없어서 그분이 혼자 야간까지 근무하셔야 했기에 고민이 됐어요. 



어느 지체님과 통화하며 이것이 하나님 인도하심인지, 어떤 뜻이 있으신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그래도 편의점 할아버지와 약속한 게 있으니 2월까지는 기한을 채워야겠다, 그래야 하나님이 기뻐하실 것이다, 그렇게 마음이 흘러가는데 그 지체님과 전화하는 바로 그 도중에 갑자기 편의점 사장님 전화가 왔어요. 


잠시 양해를 구하고 받았는데…



“자네 혹시 그냥 딱 오늘까지만 나와줄 순 없겠나..? 


내가 2월 말까지 자네 인건비를 챙겨주기가 어려울 것 같네.“



타이밍이 소름이 끼쳤습니다. 


하필 그 지저스2027 홈페이지 구축 작업이 갓 마무리되고 편의점 폐업할 때 집 근처에 아임웹 고객센터 모집 공고가 있는 것부터 해서 일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하나님께서 주시는 사인이 분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설마 지저스 2027 사이트를 아임웹의 인프라를 이용해서 전 세계로…?‘


뭐가 됐든 하나님의 뜻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바로 입사했지요.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도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도통 몰랐습니다. 


주님 오실 날이 오늘내일하는 이 급박한 와중에 이렇게 특정 회사에 충성하라고 부르심을 받은 것일까 하는 생각에 괴로운 마음이 오래도록 들었어요. 편의점에 다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여기서 하는 일은 채팅 상담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홈페이지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만들다가 문제 생기면 그걸 해결해 주고 하는 업무였는데 하루에 약 100명 정도를 처리해 줍니다. 그렇게 퇴근하고 나면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습니다. 


고객센터라는 게 그 업무 특성상 손님이 끝도 없이 밀려 들어오고 또 한 번에 많을 때는 9명까지 동시 상담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짬도 잘 나지 않고 체력 소모가 무척 컸어요. 


게다가 고객센터 상담사는 일종의 ‘욕받이’ 역할을 하는 것이라 감정적으로 불쾌한 일도 많을 수밖에 없었죠. 



그런 채로 퇴근하면 전도지를 배낭에, 카트에 챙겨서 동네에 여기저기 꽂고 다니고, 주말이면 다른 지방으로 이동해서 꽂고 다니던 회사 생활이 5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갑자기 이 팀이 해체된다는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는 아임웹으로부터 고객센터 업무만 따로 떼서 위탁받은 일종의 하청 업체였는데 그 아임웹과의 하청 계약이 계약 기간 만료로 종료가 된 것이었어요. 



허무하더라고요. 


난 여기서 지저스 2027이 전 세계에 확 퍼지는 도화선이 될 만한 사건이 뭐라도 일어날 줄 알았는데, 이렇게 퇴사해서 또 어디론가 이직해야 한다니, 여기에 하나님 뜻은 없었던 것일까, 하나님의 인도라고 생각했던 그 타이밍 좋게 벌어졌던 일들은 다 우연이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만약에 한 달만 더 다녀서 6개월을 채우고 실직했다면 설탕처럼 달달한 실업(시럽)급여라도 나라에서 받으면서 보다 자유로운 시간 속에 주님 오실 날을 기다렸을 텐데 그것도 불가능했습니다. 







3) 이직


또 아무 직장이나 구해야 했어요. 


사실 일하기가 너무 싫었습니다. 썩어 없어질 물질을 위해 헌신하고 싶지 않았고, 병사로 복무하는 자는 생활에 얽매이지 말랬는데 직장 생활에 몰두하여 에너지를 뺏기는 것을 하나님이 기뻐하실까 싶기도 했어요. 


다만 제가 방탕하게 살던 시절 생겨난 빚도 워낙 많고 부모님도 일찍 돌아가셔서 어디에 생활비 관련하여 손 벌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에 한시라도 일하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몇 군데 이력서를 넣었지만 제가 사회적으로 아무런 스펙도 학력도 없는 사람이라 넣을 수 있는 일이 마땅히 없더라고요. 


어떤 곳에서는 일하러 오라고 했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번복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정황상 인사담당자가 제 카톡 프사나 블로그를 보고 말세 복음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누구나 아시는 xx 사의 고객센터 모집공고가 떴습니다. 


기존에 하던 것처럼 똑같은 채팅 상담 업무였고 무엇보다 재택근무였습니다. 


그 일을 저는 지금까지 거의 10개월 정도 이어서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제가 일하지 않게 해주세요. 저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썩어 없어질 것들이 아닌 썩지 않는 것들을 위해 온전히 헌신하고 싶습니다.‘


이런 기도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저에게 일을 그만둘 마음을 주지 않으시는 것 같았습니다. 


’하나님 저 퇴사하겠습니다.‘ 


이렇게 기도하고 그쪽으로 생각하려고 하면 머릿속이 꽉 막힌 것 같았어요. 


저는 무언가 만나와 메추라기 같은 초자연적인 먹여살리심을 기대했지만 하나님께서는 오히려 자기 손으로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는 마음을 주시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주간에는 키보드 두들기고, 퇴근하면 전도지 꽂으며 사는 생활을 반복하던 무렵, 작년 10월 7일이죠. 이스라엘 명절인 초막절 마지막 날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성경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것은 하나님의 사인이 분명하다는 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습니다. 


집에서 채팅하다 말고 침대에 무릎 꿇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이거 다 하나님 인도하심인 줄 알았는데 결국 아니었나 봅니다!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제가 이렇게 한가하게 키보드나 두드리며 일이나 하고 돈이나 벌고 앉아있는 게 맞습니까? 이거 하나님 뜻인 줄 알고 여기까지 왔는데 하나님 뜻이 진짜 맞나요? 


하나님! 듣고 계십니까? 제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그렇게 기도했던 바로 그날, 불과 한두 시간 후에 저는 어떤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이런 카톡을 받게 됩니다. 


“지재님 정말로 2027년에 지구가 멸망하나요? 


저는 며칠 전에 자살 시도를 하다가 무서워서 실패한 망한 인생입니다.”



일하다가 그 카톡을 받자마자 알 수 없는 눈물이 한동안 너무 터졌습니다. 


“어떻게 알고 연락해 주셨는지 모르겠으나 감사해서 눈물이 다 납니다. 예수님 꼭 믿으셔야 합니다. 어디십니까? 언제 시간이 됩니까? 만납시다.”



결국 와이프랑 같이 찾아가서 만났고 지금도 연락하며 지내는 너무 귀한 형제가 되었습니다만 언젠가 이분에 대한 간증도 들려드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이것이 왠지 모르겠지만 하나님의 기도 응답인 것 같았습니다. 


‘너 잘하고 있다, 그만두지 말고 계속 일을 해라.’



생각해 보면 만약에 지금 제가 제 손으로 무언가 일을 해야 한다면 지금 하는 이 일이 지금 제 상황에 딱 맞는 최선의 일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일단 이 일은 사람들과 부대낄 일이 없어서 제 할 일만 책임감 있게 잘하면 하루 종일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거든요. 


또 자고 일어나서 컴퓨터 켜면 출근이고, 컴퓨터 끄면 퇴근입니다. 야근도 없습니다. 씻거나 면도하거나 옷을 골라 입을 필요도 없어요. (물론 그래도 매일 씻기는 합니다^^)


휴일도 꽤 유연하게 쉴 수 있고 채팅 치면서 몰래몰래 밥을 먹을 수도 있어요. 


갓 결혼한 저로서는 이 재택근무 덕분에 가정에서 와이프와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하나님을 만난 뒤로, 편의점 알바하던 때로부터 지금까지 제 모든 물질이 하나님의 것이라는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마음이 동하면 헌금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하고, 배고프면 밥 사 먹고, 누구를 대접할 일이 있으면 대접하고, 그렇게 써야 할 곳이라 생각하면 그냥 생각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썼는데 놀랍게도 알바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돈이 모자란 적도 크게 남은 적도 없었습니다. 


그달의 이래저래 갚을 것을 갚고 나면 남아봤자 몇만 원으로 딱 떨어졌습니다.


이번 달은 처음으로 부족하겠구나.. 하면 어디서 돈이 들어올 데가 갑자기 생겼습니다. 


심지어 신혼여행 갈 때도 형제자매님들이 십시일반 전달해 주신 귀한 돈으로 정말 꼭 알맞게 감사히 다녀올 수 있었어요. 



저는 정말 바보스러울 정도로 경제관념이 너무 부족한 사람이고 또 이전에 쌓인 빚이 너무 많은데 금액이 얼마인지, 언제 그 상환일이 도래하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한 번은 예전에 대출받았던 부채 상환일이 제가 감당하지 못할 금액으로 우후죽순으로 도래했는데, 갑자기 제 소속 회사가 더 큰 회사로 바뀐다든지 인센티브 등이 변동된다든지 해서 저는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손가락 빨고 가만히 있는데 어떻게든 그 지출에 꼭 맞게 벌이가 불어있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안 그래도 경제관념 없고 돈 개념이 없는데, 이건 애초에 신경을 아예 안 써야 하는 것이구나. 


원래도 걱정 없었지만 먼지만 한 걱정이라도 완전히 없애고 오직 하늘만 쳐다봐야겠구나. 


젊은 사자는 주릴지라도 하나님만 믿으면 정말 내 모든 궁핍과 필요를 다 알고 계시는 하나님이 그야말로 부족함 없이 먹이시고 돌보시는구나. 



어쨌든 그 이후로 저는 주어진 일에 크게 토 달지 않고, 모든 일을 사람한테 하듯 하지 말고 주께 하듯 하라는 말씀처럼 일하는 시간만큼은 정말 최선을 다해 성실히 일하고 있습니다. 


이 땅에서 살고 있지만 이 땅에 속하지는 않은 자. 그것이 지금 일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저의 정체성인 것 같습니다. 












2. 결혼




아래 캡처 사진은 와이프와 제가 각자 살던 집의 거리입니다. 물론 지금은 한집에 삽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빌델 성도님이 사는 것도 신기한데 그 자매님과 결혼까지 하게 될 줄은, 제가 군대 전역하고 경남 창원에 잠시 살다가 지금 사는 동네에 3년 전쯤 이사 올 때까지만 해도 전혀 상상해본 적이 없는 전개였지요. 






1) ㄹㅇ


와이프는 ㄹㅇ 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빌델 성도님입니다. 


와이프는 20대 초반에 중국으로 유학을 가서 거의 십수년 정도를 혼자 중국에서 머무르며 대학원 공부를 하고 피아노를 가르치며 지냈어요. 


그러다 2020년도 초, 설날 연휴에 가족을 보러 잠깐 귀국했다가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중국으로 가는 하늘길이 막혀 영영 돌아갈 수 없게 됐지요. 


하루아침에 중국 대륙에서의 직장과 삶의 터전을 잃은 와이프는 아무 지인도 연고도 없는 한국에서 어머님과 어렸을 때 함께 살던 그 집에 돌아와 기약 없이 얹혀살게 됩니다. 



와이프는 빌델 카페 초창기부터 가입해 있었지만 수줍음이 많아 눈팅만 하고 지내다가, 22년 말에 지저스2027 중국어 번역 작업에 함께해주셨어요. 


그러다가 작업에 참여해 주신 지체님들끼리 작업 끝난 후 만나 식사를 했는데 알고 보니 그냥 가까운 동네 사람 수준이 아니라 우리 집 바로 옆 골목에 사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와이프와 저는 매일 함께 전도지를 꽂고 다니게 됩니다. 






2) 전도지 


하나님을 만나고 거듭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당시의 저는 복음에 대한 열정으로 가슴이 너무 뜨거웠습니다. 


하나님을 위한 일이라면 작은 것 하나라도 죽기까지 충성하기를 원했습니다. 


사실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의 마음이 왜 그랬을까요? 


폭력적인 아버지로 인한 불우했던 유년 시절에 다들 똑같이 고통을 겪었는데 저의 형제들은 정신병에 걸리고 사이비 종교에 빠지고 우울의 영에 사로잡혀 지금도 그 어두운 시절에 갇혀서 삽니다. 


그런데 저는 누가 보면 고생 한 번 못 해본 온실 속의 화초처럼 이렇게나 명랑하고 자유롭게 살고 있습니다. 


그건 제가 잘나서가 아니었습니다. 형제들이나 저나 똑같이 자격 없는 자인데 유독 저만 너무나 많은 것을 받으며 자라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거듭난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이는 창세 전부터 저를 알고 계셨던 하나님께서 모태에서 제 형질이 갖춰지기 전부터 저를 지켜주시고 함께해주셨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사람이 적당히 무언가를 받으면 그걸 주고받기식으로 되갚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든지 아니면 나 정도면 무언가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든지 하는 교만에 빠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갚을 수조차 없는 것이 어딘가로부터 그냥 쏟아져 부어지는 수준으로 주어지면 그 앞에서는 그냥 저항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베드로가 부르심 받을 때 그물 찢어질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게 되는 이적을 목도하니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말하기를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입니다’ 합니다. 왜 베드로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저 또한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를 빚진 자라고 생각하며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어딘가로부터 제게 부어진 것들로 인해 진작 죽었어야 하는 제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생각이 평생 들었습니다. 


그걸 갚으며 살기 위해 저는 성경도 모르고 예수님도 모르고 십자가도 모르면서 어떤 일종의 제 삶이라는 십자가를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옆에 사람들은 다 죽어가는데 저만 살아남은 것은 이걸 어딘가로 돌려줘야 하는 사명이 제 삶에 주어져 있기 때문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처럼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뭐라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으로 제가 짊어진 삶의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자 배낭을 짊어지고 천 킬로미터 이상 무작정 걷기도 하고, 술·담배에 잔뜩 절어 있는 데다 운동도 못하는 약골이 특수부대에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 지난 모든 삶의 순간에 그 배후에 계셨던 것이 하나님이었음을 알게 됐을 때, 저는 비로소 이 세상이 왜 이렇게 부조리하고 비합리적이고 악이 판치는 역겨운 곳인지를 단번에 깨달아버렸습니다. 


그러고는 제 마음 안에 사람들을 향한 불쌍함이 물밀듯이 밀려들어 왔습니다. 



아, 이 하나님의 사랑을 모르고 평생 헤매다 죽는 저 사람들이 너무나 불쌍하다! 


나에게 부어진 은혜가 저 사람들에게 갔으면 저들이 나를 불쌍하게 봤을 텐데! 


저 사람들이 하나님을 꼭 좀 알았으면 좋겠다!


얼마 전 와이프와 함께 저의 형을 찾아갔어요. 


형은 다 썩어서 덩어리진 우유에 허경영 얼굴 스티커를 붙여놓고 있었어요. 불로유 그딴 걸 도대체 누가 하나 했더니 저희 형이 그러고 있었어요. 


아 가슴이 너무 아프다! 우리 형도 우리 누나도 어둠 속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하나님을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제가 거듭났을 때 눈물이 너무 났습니다. 


백신에 대해 깨우치면서 지금이 마지막 때고 성경과 하나님만 진리라고 깨달은 뒤로, 불과 두세 달 단기간에 꼭 필요한 맞춤 교육을 인도받았습니다.


 최종적으로 승아님 거듭남시리즈를 보다가, ‘정말 너 구원받은 거 맞다니까? 내가 너를 부른 게 맞다니까?’ 이렇게 하나님이 강력하게 말씀하신다는 생각이 영으로 그냥 확 왔어요. 


아, 나는 사망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완전히 옮겨갔구나. 


나 이제 여기 이 땅에 속한 사람이 아니구나. 


그런 경험 때문인지 오직 믿음이 아닌, 거룩한 행실이나 회개를 덧붙이시며 구원이 나중에 취소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에게 승아님이 목이 터지라 외치시는 은혜복음 내용이 저에게는 너무 와닿았습니다.



저는 그때 거듭남시리즈를 보다가 제 안에 저도 모르는 새 들어와 있던 이것이 바로 생명이라는 것임을 깨달았던 순간, 보던 핸드폰을 툭 떨어뜨리고 골방에 처박혀서 눈이 퉁퉁 붓도록 한 2박 3일 통곡을 했습니다. 


제가 그때 흘렸던 눈물은 구원에 대한 기쁨의 눈물이라기보다는, 글쎄요. 저는 너무 슬펐습니다. 


아, 나는 살았구나. 나는 살면서 너무 많은 것을 받아서 그 빚을 갚기 위해 이제껏 살아왔는데, 무슨 짓을 해도 정말 절대 못 갚는 세상에서 가장 엄청난 것을 이렇게 또 받았구나. 아, 이걸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너무 불쌍하다. 



그래서였는지 저는 전도지 한 장 꽂을 때마다 정말 그야말로 눈물로 씨를 뿌리게 됐었습니다. 



어쨌든 그런 저와 전도 메이트가 된 와이프는 육체적으로 크게 고되었을 텐데도 더우나 추우나 매일 함께 전도하러 나와주었습니다. 


저는 성격이 적당한 것이 없어서 전도지를 돌려도 1만 장 이런 식으로 지금 생각해 보면 거의 혹사 수준으로 했었는데 그때 저는 극단적이게도 전도지 돌리고 말씀 읽는 것밖에 이 세상에 의미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와이프와 의견 충돌이 있기도 했었습니다. 제 열정에 맞추기에는 여자의 몸으로 육체적으로 고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요. 


그래도 딱히 할 일이 없어서라고 겸손하게 말하며 묵묵히 계속 전도를 나와줬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때부터 하나님께서 와이프에게 저를 챙겨주라는 마음을 많이 부어주셨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혼자서 앞뒤 안 가리고 그러고 다니는 것이 아주 안쓰러웠다고 했습니다. 







2) 급격한 전개


그렇게 함께 전도 메이트가 된 와이프와 한 반년 정도를 함께 매일 전도하며 식사 교제하고 대화하니 자연스레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호감은 있었으나 문득 이도 저도 아닌 너무 애매한 관계라는 생각이 들던 무렵, 저는 어떤 이유에서 하나님이 우리를 계속 함께하게 하시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와이프는 그 답을 둘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똑같이 응답을 달라고 기도했지요. 



그러고 며칠 뒤 빌델 찬양집회 사전연습을 하게 됐어요. 


와이프는 피아노 반주자 지체님이 연습에 참석하시기 어려워 반주자 대행으로, 저는 싱어로 연습을 하고, 이후 찬양팀 지체님들과 식사 교제를 하는데 갑자기 ㅇㅇㅇ 성도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아 너무 아까운 청년이야.. 내가 와이프 통해서 중매를 서주고 싶은데 블라블라” 


그런 류의 얘기를 갑자기 하루 종일 하셨어요. 



저는 사실 창피하게도 접종자이기도 하고, 또 주님 오실 날이 오늘내일하는데 무슨 결혼이냐는 얘기를 드렸어요. 


그때 옆에 계시던 ㅇㅇㅇ 지체님도 열심히 거들어주시더라고요.


“내일 주님이 오셔도 오늘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백신도 하나님이 깨끗하게 하고자 하시면 깨끗해질 수 있어요.”



아무튼 그때는 저희 둘 다 결혼이라는 것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ㅎㅎㅎ 


서로가 각자 살아온 환경이 누군가를 받아들이거나 함께라는 것을 꿈꿀 상황은 아니었어요. 


특히 저는 경제적으로도 빚이 많거니와 부모님도 안 계시고 가정사도 너무 굴곡졌기에 누구한테 가정을 꾸리고 결혼하자고 말할 상황이 전혀 아니었지요. 



그런데 그날 두 지체님이 열심히 뿌려주신 씨앗이 저희 마음에 심겼는지 몇 주 정도 지난 후 제 입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게 됩니다. 



“우리 아예 곧장 혼인신고를 합시다.” 



제가 뱉어놓고도 둘 모두에게 갑작스러웠는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 같은 상황이 여럿 있었고 또 성경에 연애하라는 말은 없으니까 아예 그럴 거면 하나님 앞에, 또 장모님 앞에서 허락을 구하고 정식으로 만나자는 것이었어요. 



와이프는 갑작스러운 제 말에 놀라며 일단 기도를 해보기로 합니다. 


“하나님.. 너무 갑작스럽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하나님 뜻인지요? 저희 엄마를 통해서 확신을 주세요.”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무렵, 장모님은 어떤 꿈을 꾸게 됩니다. 







3) 장모님 


결혼 얘기가 나온 후에 며칠 내로 장모님을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저는 그날 만나자마자 바로 “장모님, 저에게 따님을 주십시오.” 하고 결혼 얘기부터 꺼내려고 했어요. 


황당해 보일지라도 이게 하나님이 뜻하시는 것이 맞다면 장모님도 무조건 오케이 하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도 누구 어머니를 이렇게 정식으로 만나는 게 처음이라 막상 만나보니 입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ㅎㅎ 


그리고 무엇보다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시커먼 놈이 갑자기 나타나서 딸을 달라니요. 귀뺨 안 맞으면 다행일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쓴 책을 하나 선물해 드렸습니다. 


거기에는 제 모든 가정사와 제가 살아온 환경, 가지고 있는 생각 등 한 사람의 거의 모든 것이 담겨있었습니다. 


하나님을 만나기 전에 쓴 것이지만 그 안에는 한 이방인 청년이 철저하게 복음 앞으로 인도되고 있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어요. 


그 한 권만 읽으면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일종의 상세한 자기소개서 같은 책이었습니다. 


장모님은 그 책을 읽고, 제 블로그에 적혀있는 제 신앙관에 관한 글들도 찾아서 읽으셨어요. 


일단 최소한 이상한 생각을 가진 놈은 아니구나 하고 생각하셨던 듯합니다. 



그러고는 장모님은 그날 밤 와이프에게 이렇게 얘기합니다. 



“내가 며칠 전에 꿈을 꿨는데 말이야… 


누가 결혼한다고 남자를 데리고 와서 양복을 맞추러 왔거든. 


둘이 신혼집을 이 근처에 잡기로 했대. 


근데 나한테 너무 잘해서 내가 양복값을 내줘야 하나 생각했는데…


넌 아니지?“



와이프는 결혼 얘기만 나와도 손사래 치는 사람이었기에 절대 아닐 것이라 곧바로 처제에게 물어봤는데 처제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장모님을 통해 확신을 달라고 기도했던 와이프는 속으로 너무 소름이었지요… ㅎㅎ 



그러고 장모님과 두 번을 더 만났어요. 


세 번째 만나던 그날은 장모님께서 저라는 사람의 존재를 알게 되신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장모님, 저희 결혼하고자 합니다.”



군더더기 없이 단도직입적인 말에 장모님은 잠시 뇌 정지가 오시더니, 공원을 한 바퀴 정도 같이 산책하며 돌다가 생각보다 흔쾌히 승낙하셨습니다. 


와 이게 진짜 되네 싶었습니다. ㅎㅎ 


제가 가진 것이 정말 아무것도 없을 뿐 아니라 마이너스 인생에 오직 예수님밖에 없는 사람인데, 


장모님은 예수님이 그야말로 없는 자의 풍성이며 천한 자의 높음이 되어주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믿음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승낙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장모님 집에는 오.직.예.수. 네 글자 확고하게 새겨진 현판이 떡하니 걸려있답니다.. ㅎㅎ)



장모님을 집에 모셔다드리러 차 문을 여는데 그 순간 제 휴대전화에 말씀 알림이 뜹니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

(출애굽기 20:12)



저에게도 공경해야 할 부모님이 다시 생기는 순간이었어요. 








4) 10월 14일


이제 날짜만 잡으면 됐습니다. 


결혼식은 애초에 생각이 없었어요. 


와이프도 중국 북경이 오랜 삶의 터전이라 여기는 아는 사람도 없고, 저도 갑자기 거듭나고 마지막 때를 전하면서 거의 모든 지인과 멀어지고 연락이 끊겼습니다. 


때가 어느 땐데 요란하게 일을 벌이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혼인 신고만 하고 살기로 했지요. 



다만 날짜는 좀 특별했으면 싶었습니다. 성경 구절을 뒤져서 장과 절 넘버랑 날짜랑 어떻게 짜 맞춰서 의미 부여를 해볼까 했는데 영 뭐가 안 나왔습니다. 



알아보니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 결혼하면 혼인신고일로부터 7일간 신혼여행 휴가를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신입사원이라 입사 3개월이 지나야 정직원이 돼서 해당 휴가 혜택을 받을 수가 있었어요. 



그래서 날짜고 성경 구절이고 뭐고 그냥 그 3개월이 딱 끝나는 주의 토요일인 10월 14일에 신혼여행 비행기표를 끊었어요. 우리는 그날 결혼한 것으로 치기로 했습니다. 


처제가 10월 14일이라 날짜 적힌 청첩장을 만들어줬어요. 세상에 단 한 장뿐인 청첩장이었습니다. 


저희 주려고 만든 게 아니라, 가족이 결혼하면 처제네 회사에서 받을 수 있는 친족 결혼 휴가를 공짜로 얻으려고 회사 제출용으로 저희 몰래 만든 거였어요. ㅎㅎㅎ 



나중에 보니 하필 그 10월 14일이 금환일식의 날이었어요. 


금환일식의 고리 의미가 반지이고 신부인 교회와 예수님의 언약을 상징한다는 말을 듣고서 저희도 거기에 꼽사리 끼어서 나름 의미 부여하면서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놀라웠던 것은, 저희가 10월 13일, 신혼여행 전날 밤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확 들더라고요.



“가만, 우리 근데 이맘때쯤에 중국어 작업하지 않았어? 혹시 10월 14일 아니겠지?“



지난 카톡방을 급히 뒤졌는데, 아뿔싸. 


지저스 2027 번역 작업자용 단톡방에 와이프가 초대됐던 그날, 그러니까 이 세상에 서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던 그 첫날이 정확히 1년 전 10월 14일이었답니다. 







5) 신혼집


지금 사는 집은 장모님이 30여 년 전 직접 지으신 3층 주택입니다. 


3층에는 장모님이 사시고 저희는 2층에 살아요. 1층에는 세를 내어주었습니다. 


장모님께서 혼자 힘으로 두 딸을 키워내시던 지난 세월의 모든 희로애락이 이 집에 녹아있지요. 



원래는 지금 사는 2층에 처제가 혼자 살았어요. 


처제가 갑자기 임신하고 급하게 결혼해서 2층을 비우게 되면서 저희가 생각지도 못하게 들어와 살게 됐습니다. 



원래 저희는 신혼집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한 다섯 평 정도 되는 제가 살던 작은 원룸에서 와이프가 그냥 몸만 들어와서 함께 지내다 주님 뵈러 올라가고자 했지요. 


그런데 이 집에 들어와 살게 된 과정도 참 신기합니다. 



저희가 혼인신고를 하던 날 장모님과 식사했어요. 


그때 장모님이 어떤 목사님 이야기를 우스개로 들려주셨어요. 


그분은 부흥사로 유명한 분이셨는데, 성도들이 결혼할 때마다 첫째는 꼭 딸을 낳게끔 안수기도를 해주셨다고 해요. 


딸을 먼저 낳아야 나중에 동생도 돌봐주고 엄마 일손도 거들어주니 살림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요. 


아무튼 그분이 그런 쪽에 확실한 은사가 있으셨는지 그 목사님한테 안수기도를 받고 결혼한 사람들은 전부 딸을 먼저 낳게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안수기도를 받고 결혼한 어떤 성도가 아들을 먼저 낳게 됐대요. 


그 목사님이 툴툴대며 하나님께 투정을 부리며 기도했대요. 


‘하나님 저를 종으로 쓰시는 것이 맞습니까?’


그런데 하나님께서 응답하시기를 


‘애를 어디서 먼저 배서 왔더라~’ 



장모님이 저희에게 농담으로 이야기하시며 깔깔대셨는데 하필이면 바로 그날 밤, 처제가 장모님께 깜짝선물 줄 게 있다며 이실직고를 합니다. 


물론 그 선물은 처제 배 속에 있었고, 나중에 보니 딸이 아닌 아들이었습니다^^ 


본인이 뱉은 대로 그대로 이루어진 것을 본 장모님은 내가 왜 하필 그날 그런 이야기를 해서.. 하며 머쓱해하셨고 어쨌든 그렇게 처제는 급하게 결혼해서 나가게 됐어요. 


저희가 정식으로 혼인신고서를 관청에 제출했던 바로 그날, 하나님의 신혼집 마련 계획이 연달아 진행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처제가 그 2층에 머물러 사는 동안 여기저기 낡은 집을 수리하고 도배해 준 덕분에 저희는 별도로 수리할 필요 없이 그대로 짐만 옮겨서 살게 됐습니다. 


바로 옆 골목이라 이삿짐을 배낭과 카트에 이리저리 나눠 담아 손으로 다 옮겼어요. 두 골목만 차이 났어도 셀프 이사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딱히 새로 산 것도 없는데,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서로의 가구가 그리 넓지 않은 집에 센치 하나 오차 없이 딱딱 들어맞는 신기한 상황, 가구 색깔 하나 튀지 않고 원래부터 한집에 있었던 것처럼 조화롭게 들어맞는 상황, 그럴 때마다 창세 전부터 이 집이 계획됐다며 하나님 찬양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이 집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며 잊고 싶던 기억들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들을 떨쳐내고자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중국으로 그야말로 혈혈단신 홀연히 떠났던 와이프는, 그로부터 십수 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결혼을 하고 심지어 이 집에 신혼집으로 둥지를 틀게 될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집에서의 삶이 어린 시절과 달리 이렇게까지 행복할 수 있을 줄은 더더욱 예상 밖의 일이었다고 합니다.


길고 긴 광야의 연단 끝에 돌아온 어느 한 소녀의 상처 입은 시절을 처음 그 자리에서 봉합하고 치료해 주신 하나님의 솜씨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3. 마무리하며






한 15년 전쯤 우연히 따라갔던 교회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난생처음 영접 기도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예수님 십자가에 대한 정말 간단한 복음을 몇 줄 듣고 전도사님 인도 하에 영접 기도를 한 줄씩 따라 했는데, 갑자기 너무 흐느껴서 끝까지 다 따라 하기도 힘들었어요. 


저는 그때 슬프지도 않고 행복한 상태였는데 갑작스럽고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아멘. 하고 가까스로 기도를 마치고 나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봤는데, 세상이 한층 맑아진 것 같았고 기분이 너무나도 개운했습니다. 


그런 저를 쳐다보시던 한 권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하나님께서 형제님을 너무 사랑하시나 봅니다.” 



저는 너무 의아했어요. 


하나님? 나를 사랑한다고? 내가 뭔데?



그러더니 영접기도 해 주셨던 전도사님이 아무 말 없이 마태복음 11:28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이 말씀을 보여주시더라고요.


그 뒤로 저는 그때 저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의미도 모르고 까맣게 잊어버린 채로 방탕한 세상 죄악 가운데 뒹굴며 살았지만, 그 마태복음 말씀만은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하나님께서는 제가 하나님을 위해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해주기를 바라셨다기보다는, 그저 세상 짐 다 내려놓고 하나님께 와서 가만히 안식하기를 바라셨던 것 같아요. 



예수님 믿고 거듭나서 진리가 무엇인지를 깨닫고서는, 마치 대형 참사에서 홀로 생존한 사람인 양 버둥거리며 저 자신을 혹사시키기도 했습니다. 


장난감이라도 빼앗긴 아이처럼 "자기 십자가를 짊어지라면서요.. 내 십자가 주세요.. 내 십자가 달란 말이야.." 하며 엉엉 부르짖기도 했지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제 마음 안에 자리 잡은,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일종의 부채감과 죄의식 같은 것들이 도무지 떨쳐지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러나 그 와중에도 하나님은 그런 저를 사랑으로 감싸주시어 지금의 이 평안과 기쁨 가운데로 인도하셨습니다. 


승아님이 포스팅에서 진정으로 거듭난 자는 지옥에 가려고 발악해도 못 간다고 하셨는데 저는 그 말에 심히 공감했어요. 


저 또한 제 십자가를 스스로 무겁게 짊어지려 발버둥 칠수록 오히려 그 십자가가 저를 짊어지고 있음을 깨닫게 될 뿐이었습니다. 



술병 뒹굴던 방 안에서 밤마다 패닉에 빠져서 죄 속에서 허우적대던 저는 온데간데없고, 정신 차려보니 이렇게 평화롭더라고요.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데 참으로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주체할 수 없이 기쁘고 평안합니다. 


아침이면 ‘하나님 간밤에 평안하셨습니까 꾸벅’하면서 문안 인사 올려드려요. ㅎㅎ 


밥 먹으면서는 ‘제가 하나님과 겸상하다니 가문의 영광입니다’ 이럽니다. 그러면 속에서 웃음이 너무 납니다.


하나님은 정말 좋은 친구 같습니다. 말하자면 저는 개미이고 하나님은 코끼리인데 그 둘이 절친이 된 느낌이랄까요. 


그저 이곳에 하나님이 함께 계신다는 사실만으로도 제 마음이 너무 기쁘고 즐겁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평화로울까. 


아, 그가 징계받고 채찍에 맞아서 지금 내가 평화롭구나. 이 평화를 위해 그분이 골고다 언덕으로 올라가셨던 것이구나.


이 평화야말로 어느 찬양 가사처럼 그야말로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구나. 


생각이 거기에 미치면 코끝이 저절로 시큰해집니다. 



세상이 환란인데, 많은 성도님이 여전히 영적 공격과 눌림에 시달리고 핍박받으며 고통 가운데 계실 텐데, 저만 이렇게 즐겁고 평안한 소리 해도 되나 싶어 죄송하기도 합니다. 



사실 제가 접종자라 그런지 아무튼 육적으로는 저도 두통에 다크써클에 몸 상태가 너무 썩어갑니다. ㅎㅎ 


이렇게 겉 사람은 날로 후패해가지만 그럼에도 속사람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같은 시간들 속에서 나날이 살처럼 부드러운 마음을 지닌 아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에게는 일을 하고 아내와 함께 밥을 지어 먹고 말씀을 읽고 동네를 산책하는 단출한 일상에서 아래의 말씀이 성취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새로이 아내를 맞이하였으면 그를 군대로 내보내지 말 것이요 아무 직무도 그에게 맡기지 말 것이며 그는 일 년 동안 한가하게 집에 있으면서 그가 맞이한 아내를 즐겁게 할지니라"

[신명기 24:5] 







빌델에서 태어나서 빌델에서 성장한 한 영혼이 지난 시간 동안 겪은 이야기가 성도님들께 어떻게 들리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재밌으셨나요.. ㅎㅎ 



저로서는 이 모든 여정은 저의 흠 많던 모든 옛사람으로서의 성품을 깎고 잘라내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노력과 열심으로 무언가를 스스로 해내는 데 익숙한 인본주의적 성향을 내버리고, 그분의 지시가 없을 때는 그저 ‘가만히 있는 법’을 배워나가는 시간이기도 했지요. 



전도지를 돌리는 것도, 복음을 전하는 것도, 징조를 추적하고 말씀을 읽는 것도, 글을 쓰고 봉사하고 직분을 맡고 물질을 드리는 모든 섬김이 전부 다 주님을 위한 귀한 헌신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만 이제 저는 꼭 무언가 눈에 보이는 일을 해야만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게 된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은 그분이 보내신 이를 믿는 것이라던 요한복음 말씀이 무슨 뜻인지를, 저는 빌델에서 거듭나 오늘까지 지내오면서 조금은 깨닫게 됐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것. 오직 그분으로 만족하면서 한량없이 행복하고 기쁜 상태로 그분 안에서 헤엄치고 그분을 충분히 누리는 것.


그런 상태로 저는 "상전의 손을 바라보는 종들의 눈같이, 여주인의 손을 바라보는 여종의 눈같이 우리의 눈이 여호와 우리 하나님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은혜 베풀어 주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고 나서 앙금처럼 남은 것은 결국 믿음뿐인 것 같습니다. 


창세기 1:1의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그 말씀을 정말 있는 그대로 믿는 믿음. 


그 창조자가 살아계실뿐더러 심지어 내 죄를 위해 대신 죽고 부활하셔서 이제 나를 데리러 다시 오실 것이라는 믿음. 


저는 그 믿음이란 것을 꾹꾹 눌러 담아서, 계22:20의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를 정말 진심으로 고백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이곳에서 빚어져 왔던 것 같습니다.


















0. 내가 갑자기 예수님을 믿게 된 이유 간증


https://m.blog.naver.com/hhhongjj/223276505010













1. 지금이 성경에서 말하는 마지막 때인 이유 (아래 포스팅 참조)

https://blog.naver.com/retelcom/223480255629








2. 당신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믿고, 오늘, 지금 바로 거듭나세요. (아래 포스팅 참조)

https://blog.naver.com/retelcom/223522889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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