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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승훈 Aceit Aug 02. 2022

왜 경쟁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는가

중소기업 경영자 관점에서의 DRY한 생각

경영의 구루들 또는 사상가들이 하는 조언들은 늘 비슷하다.

많은 기대를 하고 들어보지만 늘 하는 말이 비슷하고 도덕책처럼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게 행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다.  

왜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는가?  막상 1을 하려고 하면 현실에서는 99가지 장벽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이런 보편적인 조언들 중 대표적인 예가 "경쟁에 집착하지 말고 고객에 집착하라"는 조언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경영학에서 가르치는 많은 이론과 프레임워크는 경쟁에 초점을 맞추는데(경험이 전무한 사람도 "경쟁우위"라는 말은 알지 않는가) 막상 잘 나가는 경영자들은 은퇴 후 "경쟁에 집중하지 말라"고 한다는 점이다.  

물론 나는 경쟁에 집중하지 말라는 유명한 경영자들이 정말로 경쟁에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는 솔직히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치열한 경쟁은 다 지나보내고 한 발자국 물러나서 나서 하는 말이니 쉽게 말하는 것일수도 있고, 전통사업에서의 경쟁이 아닌 혁신기업으로 완전히 새로운 고객의 수요를 만드는 스타트업 기업에게는 분명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전통적인 산업에서 먹고사는 일반기업에게는 경쟁이 여전히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으로 일했던 몇 년전과 경영자로 일하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경쟁을 바라보는 시각에 는 분명한 변화가 생겼다. 

경쟁은 중요하지만 그것에 집착하면 안된다는 구루들의 말은 맞다. 단, 멋진 수식을 제외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만 고려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경쟁은 끝이없다. 그래서 지나치게 집중하면 지치게 된다.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이종격투기 선수를 생각해보자.  격투기에서 지는 것은 다른 스포츠에서 지는 것보다 더 심각한 일이다.  컨디션이 나쁜 날 시합이 잡혔다고 "오늘은 좀 살살 해야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내가 살살한다고 상대가 살살하는 것도 아니고, 기권하지 않는한 패배는 신체적으로도 큰 데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매 시합 죽을 힘을 다 쏟아야만 한다.


이런 면에서 기업경영의 경쟁은 격투기와 많이 닮아있다.  

올 한 해에만 경쟁에서 밀려볼까 하는 생각은 하기 어렵다.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그 해의 경영성과에 즉시 손실을 주며, 이 손실은 그 다음 해의 싸움에도 영향을 준다.  

금년의 싸움과 내년의 싸움이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쟁에서의 승률이 50%라고 앞으로도 절반은 이기겠지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미래의 경쟁승률은 최근의 결과를 통해 업데이트된다. 이런면에서 베이지안 통계에 더 닮아있다.  과거 경쟁에서의 승리보다 지금 경쟁에서의 승리가 더 중요하니 한 해도 쉴 수가 없다. 


이렇게 치열한 전투를 치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지친다.  그리고 라이벌 회사를 확실하게 제압하여 경쟁이 정리되었나 싶으면 또 새로운 회사가 나타난다.  비지니스에서 경쟁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치열한 난타전을 치르며 수 많은 승리를 거둔 격투가가 어느순간 체력과 맷집이 나빠져 패배를 하는 광경을 많이 보듯이, 기업도 너무 경쟁에만 집중하면 체력이 빠져버린다. 경쟁 외에 다른 동기부여가 조직에 필요한 것이다. 


둘째, 의외로 기업은 일반적인 경쟁으로 망하지 않는다. 

강한 경쟁사가 나타나서 회사의 실적이 어려워질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결과가 서서히 나타난다.

결과가 서서히 나타나면 기업에도 이를 위한 준비의 시간이 주어진다.  비용을 절감한다던지, 비지니스를 축소한다던지, 매각한다던지...... 이런 준비만 한다면 단번에 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업이 망하게 되는 이유는 시장의 갑작스럽고 급격한 변화, 규제의 변화 등이다.

우리가 알고있는 대부분의 실패사례들만 봐도 그렇다.  Circuit City(아마존 등 E-commerce의 출현으로 부도), 블록버스터(Netflix의 출현으로 부도), 코닥(Digital Camera로의 변화로 부도) 등 기존 경쟁사와의 땅따먹기 싸움이 아닌 급격한 시장의 변화 및 새로운 경쟁사의 출현으로 침몰했다.


반드시 이런 파괴적혁신만이 급격한 변화는 아니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부상으로 얼마나 많은 산업재 회사들이 망했는가?  개발도상국에 투자한 대기업의 현지 사업장 철수로 함께 따라갔던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많이 망했는가?  사드로 인한 중국의 압력, 개성공단 폐쇄 등 정치적 이슈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망했는가?  IMF,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등 경제적 위기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망했는가?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생존"이다.  그리고 이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 중에 경쟁보다 위험한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경쟁은 신경쓰인다.

경쟁에 집착하면 안되겠지만 경쟁은 계속 신경쓰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쟁에 무관심하면, 나의 강점과 약점을 인지할 수 없다.

경쟁사가 나에게서 뺏어간다면, 고객들이 원하는 무언가에서 나보다 더 좋은 것을 갖고있거나 아니면 좋다고 고객을 설득하고있는 것이다.(설사 그것이 사기라도)

내가 경쟁사에서 뺏어오고있다면, 경쟁사가 갖고있지 않은 무언가를 내가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경쟁에만 집중하는 것은 너무 피곤한 일이다.

그리고 그것에만 집중해서는 기업은 절대 안전하지 않다. 

멋진 수식 다 빼고, 이런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경쟁에만 집착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2022-08-02

Aceit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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