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 할 프로덕트 디자인’을 읽고
다른 직무는 안 그렇겠냐만은, 디자이너의 취업 과정이 다른 이들보다 좀더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포트폴리오 준비는 필수에, 과제를 요구하는 회사도 꽤 많다. 보통 7~10일 정도의 시간을 주고 어떤 화면을 개선해 보라거나, 어떤 문제를 해결해보라거나 하는 과제를 내준다.
이는 실리콘밸리와 같은 해외 시장에서도 다르지 않은 듯 하다. 최근 ‘해결 할 프로덕트 디자인’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하는 과제 형태뿐 아니라 면접 현장에서 즉석에서 솔루션을 풀이하는 여러 실기 테스트에 대해 다룬다. 책에서는 ‘실기 테스트’라고 칭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과제’라고 부르는 곳이 대부분이므로 과제라고 일컫겠다.
보통은 포트폴리오와 경력기술서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역량을 보기 위해 과제를 낸다. 과제를 출제하는 것도, 지원자들이 제출한 과제를 보고 논의하는 것도 기업 입장에서는 리소스가 드는 일이니 채용 과정에 과제가 있는 기업은 채용을 더 신중하게 하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책에서는 아래와 같은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과제를 준다고 말한다.
팀과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
비판적인 사고 능력과 좋은 질문을 하는 능력
피드백과 건설적인 비판을 처리하는 능력
마감 시한이 촉박해 압박감이 큰 환경에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내는 능력
팀이 매일 협업하고 싶은 동료로서의 자질
결국 기본적인 문제 해결 능력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능력, 순발력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재택 과제 형태로 일주일 정도는 기한을 주는 경우가 많으므로 순발력보다는 문제해결능력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더 중요할 것 같다.) 과제의 아웃풋에는 이런 역량이 잘 드러나야 한다.
어쨌든, 서류에 통과해서 과제를 받았다! 이제 무엇부터 해야 할까? 책에서 소개하는 7단계 프레임워크는 아래와 같다.
1단계) 왜 : 당신의 목표를 이해하라
우리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며 어떤 고객 가치를 제공하려 하는가? 어떤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
2단계) 누가 : 오디언스를 정의하라
연령, 성별, 장소, 직업, 이동성을 기준으로 사용 패턴이 현저히 다른 고객 유형을 정의하고, 그 중 한 타겟 집단을 선택하라.
3단계) 언제 그리고 어디서 : 고객의 컨텍스트와 니즈를 이해하라
고객이 위치하는 물리적 공간, 니즈를 촉발시키는 트리거 이벤트, 가용한 시간, 특정 플랫폼이나 디바이스, 경험할 감정, 기존에 니즈를 달성하던 방식 등 고객의 컨텍스트와 니즈를 목록화하라.
4단계) 무엇을 : 아이디어를 목록화하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물리적인 방식인가 디지털 방식인가? 어떤 디바이스에서 사용되며 어떤 인터페이스(그래픽, 오디오, VR 등)에서 구동되는가? 다양한 방면에서 바라보고 나올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목록화하라.
5단계) 아이디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하나를 선택하라
아래 네 가지 기준을 참고하여 여러 아이디어 중 어떤 것을 발전시킬지 결정하라.
도달 범위 - 이 프로덕트는 얼마나 많은 고객에게 도달할 수 있을까?
고객 가치 - 고객은 이 솔루션에 얼마나 만족할까
잠재 수익 - 이 솔루션은 회사의 비즈니스 목표 달성에 얼마나 기여할까?
구현 노력 - 회사가 이 솔루션을 만들기 얼마나 어려울까?
6단계) 솔루션을 만들어라
고객 여정 지도(Customer Journey Map)를 그리고, 주요 태스크를 목록화하고, 주요 화면을 디자인하라.
7단계) 어떻게 : 성공을 측정하라
솔루션의 성공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을지 설명하라. 태스크 성공률과 완수 시간, 참여 빈도, 리텐션, 수익, 전환율, 유저 획득, 순수 고객 추천 지수(NPS) 등의 지표로 설명할 수 있다. (과제에 따라 적절한 지표가 다르고, 데이터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면 자신이 없을 수 있지만, 디자인 과제에서 성공의 측정 여부까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듯 하다.)
사실 위의 단계들은 회사에서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똑같이 적용이 될 수 있는 내용이어서, 신입으로 지원하려는 취준생들에게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전에서는 서로의 합의 하에 좀더 약식으로 빠르게 진행되곤 하지만)
저자는 솔루션의 장점과 단점은 물론이고 최종 결정을 하게 된 이유까지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이렇게 7단계를 거쳐 만들어진 과제라면 그런 부분은 이야기하고도 남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대략적인 핵심만 집어서 요약했지만 책에서는 다양한 예제를 제시하고 7단계 프레임워크를 적용해 풀어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을 잡기 좋을 듯 했다. 또한 각 단계에 얼마의 시간을 들여야 하는지, 어떻게 프레젠테이션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전 팁도 있어서 과제를 준비하고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 당장 과제를 준비하는 입장이라면 프레젠테이션 팁도 궁금할 것 같아 개중 몇 가지를 가져와 봤다. 사실 프레젠테이션보다는 과제 전체에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설문 조사 등을 사용해 당신의 가장 큰 가정에 대한 유저 리서치를 간략히 진행하고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라.
경쟁사들을 살펴보고 당신의 솔루션이 차별화 수단이 되거나 경쟁사보다 뛰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 제시하라.
아마존, 애플, 구글처럼 수직적으로 통합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기업에 지원한다면, 솔루션을 만들 때 회사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른 부분들과 통합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라.
책에 관심을 갖게 되어 목차를 살펴보면 알게 되겠지만, 이 책은 대부분의 페이지를 디자인 실기 테스트에 대한 소개, 전략, 프레임워크, 예제와 풀이로 할애하고 있다. 실전 예제 풀이가 상세해서 실제로 ‘디자이너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 수 있는지 엿볼 수 있어 주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에게 유용할 듯 싶다. 특히 UI 디자이너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이직을 준비중이거나, 신입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디자인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저자가 외국인이라 한국 취업시장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어 아쉬웠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국에서는 주로 일주일 정도의 기한을 주는 재택 과제 형태를 채택하는데, 책에서는 즉석에서 15분 혹은 1시간 정도의 시간을 주고 화이트보딩이나 와이어프레임 정도의 아웃풋으로 풀어내는 테스트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나만 해도 과제가 없는 곳을 많이 지원했는데, 재택 과제는 없었지만 면접 중에 디자인 예제를 보고 질문에 답하는 그런 테스트를 한 적도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잘 안 하는 디자인 크리틱을 하기도 했다. 앞으로 테스트 형태는 점차 다양해질지도..)
*‘해결 할 프로덕트 디자인’ 책을 제공받아,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