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 - 습관을 만드는 신상품 개발 모델’을 읽고
우리는 습관처럼 카카오톡을 열어보고 인스타그램 피드의 스크롤을 내린다.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 장치가 숨겨져 있다. 이 책에서는 습관처럼 사용하게 되는 앱의 공통적인 패턴을 ‘훅 모델’이라는 프레임워크로 소개하고, 습관을 형성시키는 여러 요인들을 설명하고 있다.
사용자가 습관처럼 제품을 사용하도록 만들면, 사용자의 앱 의존도는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리텐션과 인게이지먼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모바일 앱 성과를 측정하는 주요 지표이다. 이제 책에서 소개된 리텐션과 인게이지먼트를 높이는 방법을 요약해보려 한다.
습관을 형성시키는 제품은 처음에는 비타민처럼 필수는 아니지만 먹으면 좋은 것이었다가, 습관으로 굳어진 후부터는 진통제처럼 없으면 안 되는 것이 된다.
어떨 때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책에서는 몇 가지 원칙들을 제시하고 있다.
접근성이 좋을수록, 고객에 대한 데이터가 많을수록, 속도는 빠를수록 습관 형성에 용이하다.
단기간에 걸쳐 빈번하게 사용할 때, 새로운 행동이 습관이 될 수 있다.
즐거움을 얻거나 고통을 피하는 등의 높은 유용성을 인지해야 한다.
책의 저자인 니르 이얄은 습관처럼 사용하게 되는 앱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패턴이 있다고 말한다. '계기 - 행동 - 가변적 보상 - 투자'라는 4단계가 반복적으로 적용되었을 때 습관으로 굳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습관을 만드는 프레임워크, 훅 모델은 다음과 같다.
계기는 외부 계기와 내부 계기로 나누어진다.
외부 계기는 외부에서 행동 개시를 요구하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매력적인 광고판이 될 수도 있고, 모바일 앱의 cta버튼이 될 수도 있다. 매체에 소개되거나 입소문을 통해 알게 되는 것, 메일함의 뉴스레터, 앱의 푸시 알림 등도 외부 계기에 속한다.
이러한 외부 계기의 궁극적 목표는 사용자들이 훅 사이클로 진입하여 모든 단계를 거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몇 번의 순환이 이루어져, 나중에는 외부 계기 없이도 서비스를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추후 내부 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 외부 계기이다.
내부 계기는 사람들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계기이다. 즉, 마음 속에서 다음 행동에 대한 정보가 연결고리처럼 자동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뭔가 재밌거나 멋진 것을 보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려야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내부 계기이다. 이처럼 감정은 강력한 내부 계기가 된다.
많은 경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내부 계기가 된다. 여기에서 ‘문제'는 보통 정서적인 고통이나 불만이다. 위의 인스타그램 예시에서는, 특별한 순간을 영원히 놓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해소하려고 인스타그램을 켜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내부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어떤 정서적 불만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고, 어떤 감정을 연결시킬 수 있을지 이해해야 한다.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계기(Trigger)와 동기(Motivation)와 능력(Ability)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능력, 즉 편리성이다. 동기 증대는 비용이 많이 들 뿐더러, 계속해서 해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즐거움, 희망, 사회적 수용을 추구하고 고통, 두려움, 사회적 거부를 회피하려는 마음이다.
행동을 완수할 수 있는 능력이다. 행동이 쉬울수록 더 좋다. 따라서 행동은 단순하고 편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간, 비용, 육체적 노력, 정신적 노력, 사회적 일탈성, 비일상성 등 사용자의 행동을 어렵게 만드는 허들을 줄이거나 제거해야 한다.
시간: 행동에 걸리는 시간
비용: 행동에 드는 비용(금전적, 물질적)
육체적 노력: 행동을 하는 데 필요한 신체적인 노력
정신적 노력: 행동을 하는 데 필요한 정신적인 노력
사회적 일탈성: 행동이 타인에게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음
비일상성: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이 아님
희소성 효과: 더 적게 남은 것이 더 좋아 보인다
프레임 효과: 상품에 씌운 프레임에 따라 상품의 가치를 판단한다
닻내림 효과: 한 가지 정보에만 근거해서 의사 결정을 내린다(예: ‘세일중’ 딱지가 붙은 것)
진행 부여 효과: 특정 목표에 근접해가고 있다고 여길 경우, 동기가 크게 상승한다
우리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은 맘에 드는 보상이 아니라, 보상을 기대하는 마음 그 자체이다. 보상에는 이벤트 경품 같은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사회적인 유대감, 완수에서 오는 성취감 같은 것도 해당된다.
보상은 특히 가변적이어야 하는데, 예측 가능한 보상이라면 흥분이나 흥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보상의 종류는 아래와 같다.
1) 종족 보상: 다른 사람들과의 유대감을 통해 강화되는 사회적 보상.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인정, 중요한 존재라 느낌, 소속감 등이다.
2) 수렵 보상: 사냥감을 사냥하듯, 물질 자원 및 정보를 확보하는 데서 오는 충족감이다. 카지노 슬롯머신에서 돈을 따거나, 트위터에서 재미있는 소식을 발견하거나, 핀터레스트에서 매력적인 사진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
3) 자아 보상: 나의 탁월함, 유능함, 완수했다는 느낌과 같은 본질적 보상이다. 게임에서 레벨을 확인하거나 메일함에서 안 읽은 메일을 무의식적으로 확인하는 것(’완수했다'는 느낌을 위해)이 자아 보상을 위한 행동이다.
가변적 보상을 설계할 때 흔히 점수, 배지, 리더 보드 같은 것들을 사용하지만, 이런 것들이 사용자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사용자들이 정말 중요시하는 것을 이해하고 보상과 행동을 연결시켜야 한다.
또한 자율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사용자들이 억지로 하게 된다고 느낄수록 습관과는 멀어지게 된다.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제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해야 한다. 효과적인 보상은 사용자들이 ‘억지로' 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하게 만들 수 있다.
앞에서 행동과 가변적 보상이 즉각적으로 연결되었다면, 투자 단계에서는 좀더 장기적으로 앞으로 일어날 보상에 대한 기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사람들은 무언가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수록 그것을 더욱더 중요시하게 되며, 과거와 일관적으로 행동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심지어 ‘이것은 가치 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내가 거기에 시간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라고 믿기 시작한다.
투자 단계에서는 가변적 보상을 먼저 제공한 후에 사용자에게 약간의 노력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한다.
사용자들이 제품에 대한 가치를 추가 저장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콘텐츠(사진, 새로운 소식, 노래 등), 데이터(행동 패턴, 신체 사이즈, 선호 스타일 등), SNS의 팔로워, 별점 등의 평판,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익힌 사용법 등이 있다.
또한 향후의 외부 계기를 미리 마련할 수 있다. 알림 설정을 유도하거나, 이미 자주 사용하는 다른 서비스와의 연동을 유도하거나, SNS에서 팔로우할 사람을 추천하는 식이다.
책을 읽으며 내가 습관처럼 했었던 두 가지 서비스를 떠올렸다. 하나는 작년에 중독처럼 했었던 쿠키런 킹덤이라는 게임이고, 다른 하나는 인스타그램이다.
먼저 쿠키런 킹덤의 경우, 훅 모델의 4단계 사이클이 아주 작은 단위로 끊임없이 돌아간다. 초반일수록 사이클이 아주 작고(거의 1분 안에도 이루어질 만큼), 뒤로 갈수록 커진다. 사이클이 커졌을 때는 이미 습관이 된 다음이다.
쿠키런 킹덤은 스테이지를 깨면서 왕국을 꾸미는 게임인데, 처음 시작하면 배경 시나리오가 지나간 다음 튜토리얼 개념의 작은 퀘스트를 준다. 이 퀘스트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작은 훅 사이클이다.
1) 계기: 쿠키하우스를 지으라는 퀘스트를 준다. (외부 계기)
2) 행동: 쿠키하우스를 짓기 위한 모든 과정을 화살표로 알려준다. 따라가기만 하면 쿠키하우스를 지을 수 있다. 필요한 재화도 제공한다.(비용 허들 제거) 원래 5분을 기다려야 하지만, 이번엔 바로 완료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시간 허들 제거) 유저는 원하는 위치를 선택해서 쿠키하우스를 짓는다. (일종의 투자)
3) 보상: 다 지어진 쿠키하우스, 퀘스트 완료 보상(수렵 보상), 화려한 이펙트(자아 보상), 스토리 진행(가변적 요소)
1, 2, 3단계까지 1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퀘스트 완료와 함께 숨 쉴 틈도 없이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곧바로 다음 퀘스트로 연결된다. 또 다른 행동을 유도하는 스토리이다. 앞서 소개한 사이클이 또 한번 돌아간다.
그 와중에 아까 지은 건물들에서 수확물을 수확하라고 반짝거린다.(계기) 그걸 누르면(행동) 또 이펙트가 터진다(보상). 이 수확물들은 다른 수확물의 재료가 된다.(투자)
이렇게 몇 번의 사이클을 돌리다 보면 레벨 업 이펙트가 터지고, 레벨 제한이 있던 이런저런 것들을 이제 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보상+투자)
정신없이 이 사이클을 계속 돌면서 튜토리얼을 끝낸 유저의 게임 화면에는 직접 지은 왕국 이름과 올라간 레벨, 위치를 고민해서 건설한 건물들, 창고에 쌓인 수확물과 쿠키 캐릭터들이 생긴다. 이것은 모두 ‘투자'가 된다. 이제 들인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수확이 완료되었다는 푸시 알림을 또 누르게 되는 것이다.
아마 게임(특히 모바일 게임)을 즐겨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이런 사이클이 익숙하고 공감될 것이다. 많은 게임들에서 이러한 원칙을 이미 많이 적용하고 있는 듯하다. 다만 쿠키런 킹덤이 유난히 성공한 이유는 각각의 계기, 행동, 보상, 투자를 매력적으로 잘 설계했기 때문이 아닐까.
인스타그램 역시 습관적으로 들어가게 되는 앱이다. 사용한 지가 오래되어 어떻게 습관화되었는지보다 습관을 강화하는 요즘의 패턴을 분석해 보았다.
[패턴 1]
계기: 일단 심심할 때, 친구들이나 멋있는 사람들의 소식을 보고 싶을 때 켠다.(내부 계기)
행동: 스크롤을 내리며 피드와 둘러보기를 하릴없이 본다.(쉬운 행동)
보상: 흥미로운 소식이나 멋진 사진들을 발견한다.(수렵 보상)
투자: 그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스크랩한다.(투자)
[패턴 2]
계기: 뭔가 말하고 싶을 때나 내가 하고 있는 걸 자랑하고 싶을 때 켠다(내부 계기).
행동: 간단하게 사진을 찍어 스토리로 올린다. 이것은 행동이자 투자가 될 수도 있다.
보상: 내 스토리에 올라간 것을 만족스럽게 확인한다(자아 보상).
투자: 보관함이나 피드에 쌓이는 나의 사진 기록들, 늘어난 팔로잉&팔로워, 스크랩한 정보들
이어질 사이클: 누군가가 반응을 보내주면(종족 보상+계기), 확인하러 들어간다.(행동)
이어질 사이클2: 누군가 내 피드를 보고 팔로우한다.(종족 보상+투자)
훅 모델은 좋은 프레임워크지만 이것을 활용한다고 무조건 습관화되지는 않는다. 사용자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맞는 계기, 행동, 보상, 투자를 설계해야 한다. 결국 프레임워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사용자에 대한 이해는 어쩌면 습관 형성뿐 아니라 모든 서비스 기획의 기본이자 본질일 것이다. 무엇을 하고 어떤 프레임워크를 활용하든, 사용자에 초점을 맞추어야겠다는 다짐을 또 한 번 해본다.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출처: '훅 - 습관을 만드는 신상품 개발 모델' (니르 이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