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너의 얼굴을 보면서
깊은 밤, 아이 앞에서 하게 되는 나를 향한 질문들.
밤 열두 시.
예쁜 너의 동글동글 두상을 위해, 무엇보다 사경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두 방지를 위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곤히 잠든 너를 돌려 눕히고 물끄러미 너의 얼굴을 바라보는 시간.
행복하고 애틋하고 사랑스럽고 뭉클하고 아주 가끔, 때로는 버거웠던 그 시간이
오늘은 왜인지 죄스럽기 그지없게 마음이 무거워져 차마 네 얼굴을 바라보지 못했다.
숨을 쌕쌕 거리며 세상 모든 나쁜 것이 티끌만큼도 닿을 수 없는 말간 얼굴로 자고 있을
네 앞에 서면 왠지 오늘의 내가 너무도 한심하고 부끄럽게 느껴질 것 같아서,
그런 내가 네 얼굴을 보며 '미안해'라고 말하는 것조차 너무 미안해서
오늘은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고 방문을 닫고 나와버렸다.
너를 품에 안고 등을 토닥이고 숨소리를 나눠가며 잠을 재우던 지난밤마다
네 귓가에 너에게 고마운 것들을 속삭였었다.
아침에 웃으며 일어나 줘서 고마워, 엄마 젖 잘 먹어줘서 고마워, 힘든 스트레칭 잘 버텨줘서 고마워,
엄마 아빠와 재미있게 놀아줘서 고마워, 오늘 하루도 건강해줘서 고마워,
그저 하루의 모든 순간이
고맙고 고맙고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네가 잠에 취해 서서히 고개를 내 품에 포옥 파묻고 숨을 더 크게 쌕쌕거릴때쯤
더 크게, 더 깊게, 속으로 말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왠지 모르게 하루가 지나면 너에게 그만큼의 미안할 일이 꼭 쌓여만 있었고
너를 침대에 내려놓기 전엔 꼭 눈물이 났다.
더 정확하게는
'아프지 마라, 아프지 마라. 우리 아기 목 빨리 나아라.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져라.'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하면서 너를 꼬옥 안을 때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엄마가 오늘 무표정했어서 미안해,
기저귀 모르고 늦게 갈아줘서 미안해,
맘마 먹을 때 불편하게 해서 미안해,
미안하단 말이 점처럼 콕콕 박혀있는 순간들이 많았지만 사실 내가 미안한 건
네가 몸이 불편하다는 것. 그래서 오늘도 힘든 스트레칭과 운동, 물리치료를 견뎠다는 것.
그것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매일 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나는 너에게 그렇게도 참 미안했다.
그런데 오늘은 너와는 관계도 없는 일로 네 앞에서 욱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말았으니
그게 그렇게 또 미안해서.
어쩐지 네가 겁을 먹고 한참 동안 내 표정을 살폈던 것 같아서
잠들기 전엔 '엄마 괜찮아' 하듯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줬던 것 같아서
오늘은 미안함을 넘어 창피함까지 느껴져 말간 네 얼굴 앞에 서지도 못 했다.
나는 언제쯤 괜찮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내가 괜찮은 엄마라고,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될 수 있을까.
일관되고 온화하고 품위 있고 사랑이 넘치는 엄마가 되어주고 싶지만
현실은 찰나의 감정도 숨기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한숨도 주체 못 하고
남편한테도 욱, 나 스스로한테도 욱하는 오늘도 한심한 사람 1에 불과하다.
'아가야, 엄마는 언제쯤 괜찮아질 수 있을까? 괜찮아질 수 있기는 한 걸까?'
오늘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새하얀 얼굴로 자고 있는 너를 두고 묻고 또 묻는다.
자책감이 이불처럼 온몸을 덮는 밤마다 새벽은 너무 더디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