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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하루 Apr 21. 2024

[인생에서 최초로 기억나는 때가 언제야?]

첫문장을 드립니다 _ 끄적IN 글쓰기

[인생에서 최초로 기억나는 때가 언제야?]  연애시대 / 노자와히사시


“인생에서 최초로 기억나는 때가 언제야?” 


 예전에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었다. 아이와 어린시절을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기억을 못 할 줄 알았던 아주 어렸을 때의 일들을 이야기하는 걸 보며 놀라서 물었다. 

 "넌 그게 다 기억이 나?" 

 아이는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하며 나에게 되물었다.

 "엄마가 기억하는 가장 옛날, 처음의 기억은 뭐야?"

 시기가 시기인지라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걸까.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비슷한 장면이 떠오르는걸 보면 아마도 기억하고 있는 최초의 기억이 맞는 것 같다. 행복한, 즐거웠던 경험이었으니 떠오르는 것이겠지. 


 크리스마스트리, 두 손 모으고 기도하고 있는 나와 동생, 웃고 있는 얼굴. 아마도 산타 할아버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말하고 있었겠지? 입고 있던 잠옷의 느낌과 냄새까지도 기억나는 걸 보면 많이 행복 했나보다. 그런 시절도 있었구나, 하고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부모님이 산타클로스라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순간 그냥 알게 되었다. 그래서 선물을 받기위해 일찍 잠들었던 것 같다. 다음날 놓여있을 선물을 기대하며. 그 시절에도 난 책 선물을 좋아했다. 책은 ‘읽어야 하는 것' 이 아니라 그냥 생활의 일부였다. 자연스럽게 항상 내 옆에 있었던 것.  또 하나 좋아했던 것은 마론인형이었다. 털 달린 복실복실 인형보다는 사람인형을 좋아했다. 인형의 살림살이들도 꽤 많이 선물로 받았다.


 유일하게 내 기억에 남아있는 어린시절의 행복했던 시간들. 크리스마스의 기억.  어린시절의 기억은 그것 외에는 거의 희미하다. 분명 행복했던 순간들이 많았을텐데. 사진첩을 들여다봐도 꽤 많았는데 그저 사진속의 이야기일 뿐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행복한 일이 더 많았던 그 때의 나는 너무 어렸고, 기억에 남아있는 다른 일들이 너무 많아, 행복한 순간을 다 덮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좋았던 기억이 더 오래 남는다던데, 조금 더 큰 후였다면 기억했을까? 사진이 남아있었다면, 그래도 어느 한구석에서 라도 떠올릴 수 있었을까! 

 "인생에서 최초로 기억나는 때가 언제야?" 라는 질문에 떠오른 기억이 행복한 기억이어서 다행이다. 덕분에 잊고 지냈던 작은 기억 하나를 기록으로 남길수 있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행복했구나. 그런 시간들이 있었구나! 

 

 이런 작은 행복의 순간들을 더 많이 만들고, 기억하고, 기록해 놔야지. 먼 훗날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더 많은 이야기들이 떠오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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