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떤하루 Nov 08. 2024

사진을 찍으려고

첫문장을 드립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오두방정을 떨며 카메라를 들이밀었지만 어떻게 찍어도 그대로 담기지 않았다.  <설레는 건 많을수록 좋아 / 김옥선> 



 사진을 찍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오두방정을 떨며 카메라를 들이밀었지만 어떻게 찍어도 그대로 담기지 않았다. 


“아잇, 속상해. 어떻게 담아야 내가 눈으로 본 저 풍경을 그대로 담을 수 있는거지? 카메라 조작을 다시 배워야 하나?”


 사진은 적정한 선에서 타협을 하고 눈에라도 가득 담아야겠다 싶어서 카메라를 가방에 넣었다. 다시 한번 바라본 그곳의 풍경은 또 달라져 있었다.  문득 어떤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내가 눈으로 본 풍경은 진짜 그 풍경 그대로 본게 맞을까? 눈으로 본 색과, 뷰파인더를 통해 본 색감이 다르다면, 실제의 색은 또 다른게 아닐까? 내가 본 것과, 다른 사람이 본 것도 다르지 않을까'


 그렇다면 속상해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눈이 본대로, 뷰파인더에 담긴 대로 그냥 그대로 보고 느끼면 되는거지. 하나의 풍경으로 여러 가지 모습을 볼수 있다면 오히려 이득 아냐?


 예쁜 풍경을 보면 습관적으로 카메라부터 들었다. 이 장면을 담아두고 싶어서, 잡아두고 싶어서. 다시 못올 그 순간을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런 이유라면 딱 한 장 찍어두고 다시 즐기면 되는데 사진을 찍는 순간 더 잘 찍고 싶어져서 계속 찍고 또 찍었다. 뷰파인더만 바라보는 사이에 풍경은 사라졌고 정작 내 눈에는 담지 못했다. 그냥 그 순간을 즐기고 느끼면 되는건데, 나중에 보겠다고 담아두는데에 시간을 다 썼다. 비단 풍경 뿐 아니라 전시장에 가서도, 아이와 놀 때도, 공연을 볼 때도.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핸드폰도 카메라도 가방에 넣어둔채로. 이어폰도 빼고,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을, 이 풍경을 오감으로 느껴보기로 했다. 보이는 것 하나씩 눈에 담고,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풀향, 꽃향을 음미하고 불어오는 바람과 내리쬐는 햇빛을 피부로 느끼면서 한참을 걸었다. 처음 온 장소가 아니었음에도 새로웠다. 작은 화면으로 볼때보다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느껴졌다. 


'그래, 이거지.'


 난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았던걸까. 지금 걷는 이 길이, 앞으로 계속 걸을 이 산책로의 모습들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