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문장을 드립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오두방정을 떨며 카메라를 들이밀었지만 어떻게 찍어도 그대로 담기지 않았다.
“아잇, 속상해. 어떻게 담아야 내가 눈으로 본 저 풍경을 그대로 담을 수 있는거지? 카메라 조작을 다시 배워야 하나?”
사진은 적정한 선에서 타협을 하고 눈에라도 가득 담아야겠다 싶어서 카메라를 가방에 넣었다. 다시 한번 바라본 그곳의 풍경은 또 달라져 있었다. 문득 어떤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내가 눈으로 본 풍경은 진짜 그 풍경 그대로 본게 맞을까? 눈으로 본 색과, 뷰파인더를 통해 본 색감이 다르다면, 실제의 색은 또 다른게 아닐까? 내가 본 것과, 다른 사람이 본 것도 다르지 않을까'
그렇다면 속상해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눈이 본대로, 뷰파인더에 담긴 대로 그냥 그대로 보고 느끼면 되는거지. 하나의 풍경으로 여러 가지 모습을 볼수 있다면 오히려 이득 아냐?
예쁜 풍경을 보면 습관적으로 카메라부터 들었다. 이 장면을 담아두고 싶어서, 잡아두고 싶어서. 다시 못올 그 순간을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런 이유라면 딱 한 장 찍어두고 다시 즐기면 되는데 사진을 찍는 순간 더 잘 찍고 싶어져서 계속 찍고 또 찍었다. 뷰파인더만 바라보는 사이에 풍경은 사라졌고 정작 내 눈에는 담지 못했다. 그냥 그 순간을 즐기고 느끼면 되는건데, 나중에 보겠다고 담아두는데에 시간을 다 썼다. 비단 풍경 뿐 아니라 전시장에 가서도, 아이와 놀 때도, 공연을 볼 때도.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핸드폰도 카메라도 가방에 넣어둔채로. 이어폰도 빼고,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을, 이 풍경을 오감으로 느껴보기로 했다. 보이는 것 하나씩 눈에 담고,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풀향, 꽃향을 음미하고 불어오는 바람과 내리쬐는 햇빛을 피부로 느끼면서 한참을 걸었다. 처음 온 장소가 아니었음에도 새로웠다. 작은 화면으로 볼때보다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느껴졌다.
'그래, 이거지.'
난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았던걸까. 지금 걷는 이 길이, 앞으로 계속 걸을 이 산책로의 모습들이 기대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