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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슬비 Feb 27. 2020

음원스트리밍시대, 플랫폼과 사용자들의 자세

음원사재기 문제가 또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사재기 문제와 함께 차트의 기능에 대한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차트는 이제 더 이상 동시대 사람들이 선택한 음악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는다. 차트는 이제 현재를 반영하기보단 조작을 가능케 해왔다. 이것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었다. 꽤 오래전부터 차트는 아이돌팬덤에 의해 어느 정도 조작이 가능했다. 아이돌팬덤은 스밍총공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음악을 차트내에 진입시켜 왔다. 차트에 진입된 아이돌음악은 당연히 탑100 플레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에 의해 널리 알려지고 수차례 스트리밍이 되어왔다. 이런 문제는 누구나 공공연하게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차트운영은 문제를 품은 채도 계속 운영되었다.


플랫폼에서는 차트의 공정성을 위해 차트개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집계시스템을 개선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문제처럼 보이지 않았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사용자들의 음원소비 방식에 있다. 상당수 많은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TOP100 차트 중심으로 음악을 소비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다수가 선택한 음악이 차트에 올라가기 보다는 차트에 진입된 음악이 사람들의 선택을 받는 구조로 변화되었다. 이로써 차트에 신곡을 진입시키기 위한 스밍총공, 바이럴마케팅, 음원사재기 등 수단과 편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플랫폼 담당자들이 소비자들의 편협한 음원 소비 방식에 따른 차트 서비스 문제를 몰랐을리는 없었다. 이에 대응이라도 하듯 여러 플랫폼에서는 새로운 음악 콘텐츠와 서비스를 기획해왔다. 음악과 관련된 이슈와 이야기들을 담은 각종 매거진 운영과 음악 인플루언서들을 통한 전문 큐레이션, 기술을 이용한 취향 맞춤 큐레이션 등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취향 알고리즘의 음악추천 서비스가 주 서비스인 VIBE나 FLO도 출시되고 있다. 차트가 아니어도 다양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 노력이 보이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우선은 플랫폼에서는 여전히 차트음악을 중심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들로부터 오는 안정적인 수익을 포기할 수 없었을 터이다. 그래서 여전히 음악 앱 메인화면에선 차트가 노출되고 있고 다양한 서비스 중에서도 차트서비스 이용이 제일 편리하게 구성되어 있다. 아쉽게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담당자여도 주주가 얽혀있는 복잡한 비즈니스 세계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식이라면 차트음악을 소비해온 소비자들의 관성적 태도를 다른 방식으로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소비자 스스로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결국 플랫폼이 계속해서 움직여줘야 한다. 그렇다고 차트 서비스를 중지하자는 것은 건강한 움직임은 아니다. 음악감상에 대한 경험이 좁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아는 노래만 찾아서 들을 것이고 바이럴 마케팅이 넘쳐나는 SNS에서 노출된 음악들을 들을 것이기 때문이다. 플랫폼에서는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활용해서 음악 감상의 경험을 넓혀갈 수 있는 서비스를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이 움직임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진행 중이다. 취향 기반 추천 스트리밍 플랫폼 “SPOTIFY”에선 반려동물과 함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종류, 성격등을 입력하면 주인의 취향과 반려동물의 성격에 맞춘 음악을 추천해준다. 반려동물과 함께 보내는 시간에 음악 경험을 넣어준 것이다. 또한 점성술사를 필두로 한 별자리별 플레이리스트를 월마다 서비스해준다. 일종의 별자리운세에 나오는 행운의 물건 같은 것이다. 별자리별로 긍정적인 에너지와 복이 가득한 하루를 위해 맞춤형 음악을 제공하는 것이다. 


Spotify에서 서비스중인 반려동물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
Spotify에서 월마다 서비스중인 별자리별 플레이리스트


국내에서도 주목할만한 콘텐츠가 있다. 유튜브에서 플레이리스트를 운영중인 “떼껄룩(Take a look)”의 콘텐츠다. 떼껄룩은 감성 경험을 음악으로 제공한다. 그의 플레이리스트 제목들은 이렇다. <그와 다툰 뒤에는 시집을 꺼내 읽어>, <들으면 편안해서 흐물흐멀 녹아버ㄹ>, <새벽이 되면 어김없이 생각날거야> 등. 또한 썸네일은 분위기와 맞는 톤의 이미지를 사용한다. 사람들이 슬플 땐 슬픈 영화를 보듯 어떤 특정 감정의 경험을 음악으로써, 아니 정확히는 상황묘사-이미지-영상으로 기획된 콘텐츠로 구체적으로 제공한다.


떼껄룩(Take a lool) - '들으면 편안해서 흐멀흐멀 녹아버ㄹ' 플레이리스트

https://youtu.be/cRnJr7yKCOc


물론 이런 서비스와 콘텐츠만이 무조건적인 답은 아니다. 정해진 완벽한 답은 없지만 플랫폼의 서비스 개발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필요는 있다.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활용하고, 현재 나와 있는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 레퍼런스를 참고해가면서 말이다. 더불어 플랫폼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음악 소비자들의 인식과 태도 또한 함께 변화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관성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자신의 음악경험이 차트가 그래왔던 것처럼 조작될 것을 염려해야 한다. 플랫폼은 서비스 개발을, 소비자들은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에 관심가지며 음악경험을 확장해가야 한다. 문제가 불거진 지금이야말로 플랫폼과 사용자들의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함께 나아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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