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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물 Nov 10. 2021

Giant woman

크고 단단한 우리가 되고 싶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당신들을 보고 싶다.

나를, 또 많은 사람들을 일정 부분 살려온 귀한 애니메이션이 여기에 있다. 제목은 <스티븐 유니버스>. 여섯 개의 시즌과 하나의 영화에서 이 애니메이션은 사랑과 대화, 성장과 평화와 지구의 아름다움에 대해 공들여 이야기한다.


첫 번째 시즌에서 주인공 스티븐은 나중의 스티븐을 아는 사람들이 보기엔 아주 어리고 귀엽다. 성장 전의 존재들이 늘 그렇듯 자신이 얼마나 복잡하고 아름다워질 참인지 모르는 채로, 지금이 얼마나 유일한 때인지 모르는 채로 천진하게 뛰놀기 바쁘다. 그는 언제나 솔직하고 선한 에너지로 주변을 밝히지만, 그때만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조차 필요하지 않은 맑은 모습이었다.



앞으로 닥칠 수많은 일들을 모르는 무고한 스티븐이 친구들에게 노래한다.


 'All I wanna do is see you turn into a giant woman. A giant woman!

All I wanna be is someone who gets to see a giant woman.'


친구들이 하나로 합쳐져 커진 모습을 보고 싶은 스티븐은 데면데면한 둘 사이를 누비며 말한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거대한 여성이 된 너희를 보는 것이야. Giant Woman!'



'나는 커다란 사람이 된 너희를 보고 싶어.'


그런 노래를 부르고 난 이후, 스티븐은 사랑하는 친구들이 하나로 거대해진 모습을 수도 없이 본다. 함께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화가 날 때도 있다. 대체로 위험이 닥쳤을 때 친구들은 스티븐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커다란 여성이 된다. 크고 강해져서 그만큼 복잡하고 무서운 어려움을 직면하고 이겨낸다.


커다랗고 강한 사람이 되는 것. 단단한 여성이 되는 일은 작품에서처럼 녹록지 않다. 내 주변의 여성들은 자신만의 강함을 지니고도 계속 의심한다. 끊임없이 의심받고 방해받는 데에 그치지 않고 본인마저 스스로를 다그친다. 이미 지나버린 시즌1 때의 자신을 희미하게 떠올리면서, 수 없는 의문을 던지고 때로는 아무 답도 얻고 싶지 않아 하면서 고되게 성장하기에 한창이다. 자기 검열과 강박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을 어려워한다. 잠시 강해졌다가도 번번이 나약해진다. 스스로를 가장 잘 알면서 동시에 가늠할 수 없어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버거워하다가 서로의 무게와 힘을 나누기 위해 만난다. 혼자 잘 사는 법에 대해, 좀 더 나아지는 법에 대해, 세상을 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안고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답이 없는 질문에 골몰한다. 답을 낼 수 없는 걸 알기 때문에 유머 속에 사랑과 걱정을 담아 나눈다. 함께 고민하고 다정한 눈빛을 보내고 정신없이 웃는 것으로 결론을 짓는다.



긴 결론 뒤 짧은 포옹을 나누고 각자의 길로 걸어간다. 다음 만남 때까지 수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작아졌다가 커졌다가 단단해졌다가 깊어질 것이다. 그중 어떤 건 다행히 까먹고 어떤 건 무사히 안고 와 나눌 것이다.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시도하는 것을, 함께 커다란 여성이 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스티븐은 노래에서 이렇게 말한다.


 'If you give it a chance you can do a huge dance because you are a giant woman.'

네가 마음을 연다면, 너는 커다란 춤을 출 수도 있어. 거대한 여성으로서. (의역)


우리는 강하지 않을 때에도 춤출 수 있다는 걸 안다. 나약할 때에도 세상에 빛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함께하면 더 큰 춤을 출 수 있다는 것도.


나는 크고 단단해지고 싶다. 커다란 춤을 추고 싶다. 크고 단단한 우리가 되고 싶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당신들을 보고 싶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건 그런 것이다.





* 아래 링크를 통해 Giant Woman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1Oj9WEHjW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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