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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물 Nov 20. 2019

스스로를 대접할 줄 모르는 사람

한창 스스로를 업어 키우고 있다

한창 스스로를 업어 키우고 있다.

얘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가네 하면서도 입술 아래를 닦아주고 씻기고 먹여내는 중에, 스스로를 대접할 줄 아는 사람의 글을 봤다.


"결국은 '자기가 자기를 어떻게 모시고 사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거든요."


자신을 돌보면 돌봤지 모신다니.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다. 내게 나는 객체이자 타자로, 아이이자 천연덕 꾸러기로 존재했다. 내가 나에게, 나에게 내가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하면 그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 야 너가 넌데 뭐가 또 있어.

- 아니야 그러기엔 너무 모르겠는데. 저지르고 나서, 진흙을 어디서 흠뻑 묻힌 후에야 엉망인 얼굴로 나타나던데. 나 좀 씻겨줘. 촉촉한 로션을 바르고 따뜻하게 끌어안아 재워줘. 뻔뻔하게.


그러면 우리는 왁자지껄한 젊은 인생에 대해 말하며 웃는다. 아무튼 모르겠는 자신에 대하여. 어제 진흙탕 웅덩이를 끼얹으며 신이 났다가 오늘 추운 방 노트북 앞에서 차를 마시며 글을 쓰는. 이렇게 이상하고 웃긴 나를 모셔보겠다는 생각은 해 볼 겨를이 없었다. 이미 행동으로 마음으로 섬기고 모실 멋진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대체로 나와 멀다.

어떨 때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 어려 보인다.

어린 이의 질문을 쉽게 넘겨버리며 아무것도 모르는 지푸라기처럼 대하는 어른들의 논리대로라면 나는 아주 어린 게 맞다.

나보다 큰 사람들보다 덜 산 이들에게서 부끄러움을 느끼곤 했다. 책가방을 맨 허리춤 크기의 아이들이 빛나 보일 때면 그들의 작은 겨드랑이 사이로 숨고 싶어진다. 십몇 년은 더 산 사람은 그만큼의 분명함을 쥐고 있어야 하지 않냐 묻는다면 난 그만 고개를 스스로의 품에 파묻겠다.


오늘도 나를 키워내기 위해 자잘한 노력을 한다. 글을 쓰고 빨래를 하고 물구나무 서고 일을 한다. 그러다 술과 사람 생각을 꾹 참는 데에 어김없이 실패하기도, 잠을 진탕 자다가 하루를 흩어 보내 버리기도 한다.

어휴 언제 자랄래. 잘 하고 있는 거 맞아? 내게 되묻는다. 내가 먼저 너를 모실까? 네가 먼저 모시게 만들어 줄래. 아무 대답이 없다. 그러다 잠에 든다. 잠드는 순간까지도 잡생각을 끊지 못해 시끄럽게 꿈에 든다. 쓴 잠속에서 끊임없이 뛰어다닌다. 멈출 줄 모르고 달리다 자주 넘어지며.




https://directorymagazine.kr/when-every-morning-visits-my-table-2/

디렉토리 매거진에 실린 양다솔 작가님의 문장에서 비롯된 글입니다.

그를 읽다가 차를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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