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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활여행자 Jun 04. 2020

등교 개학 첫 날의 단상

교단일기

"선생님, 이제 학교 제발 가고 싶어요. 집에 있기 너무 힘들어요."


1주일, 2주일, 상황에 따라 조금씩 미뤄지던 개학이 세 번째 미뤄진 4월 말, 온라인 아침맞이 시간에 학교에 오고 싶다는 너희를 보며 짠한 마음이 들었지. 학생일 때도, 선생님이 되고 나서도 3월 2일엔 늘 개학이었는데 선생님도 너희를 만나게 되는 날이 6월이 될 줄은 몰랐단다.

줌으로 얼굴만 보다가 오늘 교실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고 상상했던 것보다 작거나 큰 모습에 피식 웃음도 나고 학교 오니 신나기도 하고 긴장도 된 것 같은 표정이 마스크 너머로도 전해지는 것이 느껴졌어.


모니터 속에서는 집중도 발표도 잘 하던 녀석이 갑자기 많은 친구들 앞이라 쑥스러운지 하루종일 꼼짝않는 걸 보니 걱정이 되기도 하고, 마스크 자꾸 벗는 특별한 친구는 답답한지 자꾸만 교실 앞으로 뛰어 나오거나 교실을 방황하는데 급식실에서 선생님은 언제 식사하시냐고 배고프시겠다고 걱정해주어 감동을 주기도 하고, 4시간을 앉아 있기 쉽지 않았을 텐데 우리가 지켜야 할 규칙을 알고 실천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했어.


2020년은 우리에게 두고두고 이야기 될 해가 될 거야. 힘든 시기에 만나 어렵게 첫 시작을 한 만큼 우리가 더 서로에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인연이 되어 주자.


너희를 만나게 되어서 선생님은 정말 기쁘고 행복해. 하루 빨리 우리가 꿈꾸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 교실에서 친구들과 노래도 부르고 놀이도 하고,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 본다.


등교 첫 날, 담임 선생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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