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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어 Mar 14. 2024

두 번째 방문

오늘도 비슷한 약을 받아왔다.

계속되던 두통은 약 기운이 있는 동안은 사라졌고,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던 식욕도 잠재워졌다.

다만 아침에도 잠이 깨지 않고 너무 졸리다고 했더니

아침 약 4개 중에 1개만 남겨주셨다.


첫 방문 때 심리상담을 권했었는데, 마침 청년마음바우처 이용이 가능하다고 신청해서 상담하라고 하셨었다. 당시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었는데 생각을 해보니 상담을 해봤자 바뀌는 게 없고 맨날 똑같은 얘기만 할 미래가 보여서 흥미가 떨어졌다.


그래서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병원 상담과 약물 치료로만 이어가 보자고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기존에 받은 상담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울점수와 불안 강박 점수가 많이 높은 편이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보인다고 했다. 주변 사람을 의심하는 성향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고 이야기해 주셨는데, 글쎄 모르겠다.. 내가 상담을 안 받겠다고 하는 게 상담사를 못 믿어서인데..?

그리고 중독 지수가 있는 편이니 술이나 담배에는 손을 안 데는 게 좋고, 약물도 최소한으로 써보자는 이야기를 하셨다. 아무튼 지금 시급 한 건 약물을 통해 우울 정도와 불안 강박 정도를 낮추는 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신속하고 빠르게 새로운 여자 원장님께 배정되었다.


새로운 원장님은 기존 원장님께 대충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그래도 직접 자기의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셨다.

그리고 상담 치료를 받아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왜 하지 않느냐고 물으셨다.


"상담을 안 받아 본건 아닌데, 해봤자 맨날 똑같은 소리 하는 게 지겨워서요."


"그래도 그 이야기를 통해서 많이 나아지셨을 텐데요?"


"그래봤자 잠시뿐이고 저 자신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그럼 상담을 통한 변화를 원치 않는다는 얘기세요?

그건 본인 선택이에요. 계속 이렇게 지내실지, 변화하실지.. 상담을 오랫동안 받아 본 적이 있으세요?"


"네 한 2년 정도 꾸준히 받았었어요. 그때는 효과가 있긴 했는데 다시 그대로예요."


"... 아 그러셨구나."


"약물로 치료 가능한 범위가 있으니까 약이랑 간단한 상담으로만 받고 싶어요."


간단한 대화 후에 내 입장을 납득하신 선생님은, 결국 내 손을 들어주셨다. 그리고 오랜 상담은 불가하니 간단한 상담과 약물로 치료를 이어가 보자고 이야기하셨다.


-



그리고 병원을 나선 후, 그래도 역시 상담을 받아봐야 할까 싶어서 청년마음건강바우처에 대한 문의를 하러 주민센터에 들렀다.


결과는 실패.

예산이 없어서 신청이 불가하다고 하다.

끝-


그럼 안 되겠다~ 약이나 먹어야지-

만족스러운 건 어쨌든 내 상태가 이렇다는 걸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거, 맘껏 우울한 얘기를 잠깐이라도 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다는 거, 그게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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