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게 된 의식의 흐름
글을 쓰려고 마음먹은 것은 오늘 아침 요가소년 채널의 수련에 감동을 받아서이다.
오늘보다 나은 나,
올해보다 발전한 내년의 내 모습.
은 곧 내 삶의 모토가 되는 키워드였다.
그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적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채 그렇지 못한
나를 미워하며 보낸 시간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목소리.
어제보다 오늘이 더 안 좋을 수도 있어요.
그럴 수 있는 거랍니다.
삶은 그런 거예요.
그래 맞지,
제발 책 좀 읽자고,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자고,
결제했으면 신문 좀 읽으라고
영어 공부 좀 하라고
요가도 자격증 딸 거면 더 열심히 하라고,
더 이상 굽어지지 않는 척추에게 더 가야 한다고
채근하는 내게 그러지 말라고 말해주는 목소리.
그래서 편안했다.
그리고 동시에 불편했다.
정말일까?
정말 그래도 될까?
난 가난이 싫은데,
난 내 부모와 부모의 부모 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아.
그러니 나는 그래선 안돼.
그래서 뭘 할 건데?
뭐로 부자가 될 건데
뭘로 대단한 사람이 될 건데.
어떻게 더 벌건데.
누군가 던진 사소한 한마디에 놀라서
아무것도 못할 거면서
술이나 먹고 누워나 있을 거면서
뭘 하겠다는 건데.
근데 정말이야.
정말 그래도 돼.
그걸로 충분해.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가치가 있어.
어제보다 나은 게 없는 오늘일지라도
분명 나아지고 있어.
그러니 조급하지 말고,
너 좀 그만 괴롭혀.
-
약 덕분인지
확실히 괴로운 시간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못하고 있는 것보다는
잘하고 있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절약과 건강을 위해
그리고 오로지 맛의 즐거움을 위해
직접 장을 보고 직접 요리를 하는 나.
거의 매일 같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아침에
눈을 떠 설거지를 하는 나.
-내가 좋아하는 블로거이자 작가님은
극 j성향으로 아침마다
전날 미리 해둔 설거지 통의 건조된 그릇들을
장에 넣는 걸로 아침을 시작하신다고 했지만,
나는 어쩔 수 없는 p여서인지,
도무지 밥 먹고 바로 설거지는 하기가 어렵고,
최소 1시간은 미뤄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다음 날 아침 해둘 과제 정도는 남겨놔야
눈 뜰 이유가 하나라도 더 생기지 않겠나-
또,
전보다는 확연히 줄어든 운동량이지만,
주 2회 요가, 주 1회 헬스 정도는 꾸준히 하고 있는 나.
일터에서 직원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나.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이제는 꽤나 인정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나.
주말과 남는 시간에는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노력하는 나.
그리고,
나를 그만 괴롭히고 병원에 가기로 마음먹은 나,
병원에 다니고 있는 나.
약물 치료를 위해 노력하는 나.
잘하고 있는 게 너무 많잖아!!!!!
뭐야.
이것도 다 약 덕분인가.
-
오늘 일기에 대한 생각을 이어가다가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근데 이런 식으로 쓰면 안 될 거 같기는 한데,
다듬어서 도전을 해봐야 되나,
우울증 환자의 일기 이런 카테고리는 차고 넘칠 거 같은데.. 그 안에서 경쟁력 있는 글이 되려나.
난 사실 나 말고 다른 우울증 환자의 일기는
딱히 읽고 싶은 생각이 안 들기는 하는데,
그래도 요즘에는 새로운 약 받으면 그걸로 검색해서
가끔 나오는 우울증 일기들을 보고는 있다.
각자의 아픔을 가진 사람들,
그들에 비해서 내 아픔은 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 것만 같고,
아무런 일이 없는데 혼자 아파하는 것 같아
괜한 열등감이 들지만,
그런 생각은 말아야겠다.